세렝게티 국립공원 이틀차, 진짜 사파리다운 하루였어요. 아침 늦잠부터 코끼리 가족, 나무 위 표범, 라이온킹 사자, 타조까지 꽉 찬 하루였죠.
세렝게티 이틀 차, 일부러 늦게 시작한 사파리
한국에서부터 탄자니아까지의 일정이 피곤해서, 이틀 차는 과감하게 늦잠을 택했어요. 가이드와 협의하에 느긋하게 한 10시쯤 시작했어요. 가이드는 살짝 웃으면서 “원래는 일찍 출발한다고는” 했지만, 저희는 전혀 후회 없었어요,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거든요.
늦은 시간이라 동물들을 많이 못 보려나 걱정했던 것도 잠깐, 재밌게 세렝게티의 동물들을 구경했습니다.
길게 줄지어 걸어가던 기린 가족
첫 번째로 마주친 건 기린이었어요. 그런데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여덟 마리쯤 되는 기린 가족이었죠. 세렝게티에서 기린은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그렇게 가족 단위로 줄지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은 훨씬 더 인상적이었어요.
멀리서 보면 목만 쭉쭉 솟아 있는 느낌인데, 가까워질수록 걸음을 맞춰서 움직이는 다리, 풀을 뜯다가 동시에 고개를 드는 타이밍이 다 다른 게 신기했어요. 마치 누가 리듬을 정해주지도 않았는데, 각자 속도로 살아가는 한 가족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머리로는 세렝게티에 왔으니 당연히 기린이 있지, 하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내 눈앞에서 초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그 모습은 당연함이 아니라 놀라움이었어요.
절벽 위 왕, 숫사자 한 마리
기린 가족을 뒤로하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멀리서 바위가 유난히 높게 솟은 곳이 보였어요. 가이드가 “저기 위를 잘 보라”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사자가 있나 한번 찾아보세요.

자세히 보니, 정말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었어요. 절벽 같은 높은 바위 위에 숫사자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가 앉아 있었거든요. 갈기가 바람에 살짝 날리는데, 그 순간 머릿속에는 자동으로 ‘라이온킹’ OST가 깔리는 느낌이었어요.

사자들이 이런 바위 위를 좋아하는 이유가, 사냥감을 멀리까지 볼 수 있고, 몸을 말릴 수 있는 따뜻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해서, 그 풍경이 단순히 멋있는 장면을 넘어서 이곳에서 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짝 이해되는 기분이었어요.
나무 위에서 낮잠 중이던 표범
그리고 마침내, 세렝게티 빅캣 삼형제의 마지막 퍼즐, 표범을 만났어요. 표범은 이곳에서도 보기 쉬운 동물은 아니라서, 여행 전부터 “표범만 보면 진짜 성공한 사파리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거든요.
멀리서 봤을 땐 그냥 나무에 뭐가 걸려 있는 것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나뭇가지 위에 늘어져 있는 표범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꼬리는 축 늘어뜨리고, 네 다리는 가지를 감싸고, 얼굴은 살짝 가지에 기대고 있었죠.

가이드는 표범이 낮에는 이렇게 나무 위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해줬어요.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때로는 사냥감을 나무 위로 끌어올려 두기도 해서, 나무가 표범에겐 일종의 피난처, 창고, 전망대 역할까지 해준다고요.

나무와 몸이 하나처럼 섞여 있어서, 찾지 말라고 하면 못 찾았겠다 싶은 위장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장면이었어요. 표범이 왜 나무를 선택하는지 자세하게 적은 글을 한번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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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마리 코끼리가 만든, 고요한 시간
이날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사실 코끼리였어요. 멀리서 회색 점들이 꿈틀거리는 게 보이더니, 가까이 가자 진짜 끝도 없이 코끼리가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정확한 숫자는 아니겠지만, 체감상 거의 백 마리쯤은 되어 보였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시선을 끈 건 역시 아기 코끼리였어요. 아직 풀 뜯어 먹는 게 서툴러서, 코를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는 것처럼 여기저기 풀을 휘젓다가 겨우 한 움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계속해서 쳐다봤어요.

우리는 차 시동을 끄고, 말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코끼리 가족을 바라봤어요. 체감상 한 30분은 바라본 것 같아요. 그 시간은 이상하게 길고, 고요하고, 평온하게 느껴졌어요.
코끼리는 세렝게티에서 중요한 대형 초식동물이라, 이 거대한 동물들이 가족 단위로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 평화가 오래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신혼여행이라는 개인적인 시간과, 이 거대한 생태계가 묘하게 겹쳐 보였던 순간이었어요.

검은 수컷, 회색 암컷, 타조까지 등장
이날 동물 관찰의 마지막 주자는 타조였어요. 아프리카 초원에 타조가 있다는 것도 저는 몰랐답니다. 근데 막상 세렝게티 한가운데에서 보니까 또 새삼스럽게 신기하더라고요.

가이드가 알려줬는데, 검정빛을 띠는 쪽이 수컷이고, 회색빛은 암컷이라고 해요. 수컷은 번식기에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시용 색깔이라고도 하고, 암컷은 알을 품을 때 주변 환경과 더 잘 어울리도록 위장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타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이고, 세렝게티에서는 다른 초식동물과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해서, 조금만 둘러봐도 만날 수 있는 새 중 하나예요. 그래도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까, ‘아, 진짜 여긴 아프리카구나’ 하는 실감이 또 한 번 밀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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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기 전, 숙소로 돌아온 이유
이날은 일부러 무리해서 해질 때까지 사파리를 하지 않고, 해가 지기 전에 멜리아 숙소로 돌아왔어요. “오늘은 동물도 많이 봤으니, 이제는 숙소를 즐길 차례다”라는 마음이었죠.
멜리아 세렝게티는 언덕 위 테라스 구조라, 객실이나 수영장, 레스토랑 어디에서든 넓은 평원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된 게 특징이에요.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2026.02.08 - ["자연 관찰자"의 알콩달콩 신혼생활/신혼여행] - [탄자니아 2-3일차] 세렝게티 멜리아 롯지 숙박 후기: 세렝게티 초원 속 롯지
수영장 물 결,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 정도만 배경음처럼 깔려 있어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느슨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빅파이브를 다 보겠다는 체크리스트보다, 둘이 같이 같은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기억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았거든요.
세렝게티에서 배운 속도
세렝게티 이틀 차는 ‘늦게 시작해서, 일찍 들어온 날’이었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가장 밀도 있게 기억나는 하루이기도 했어요.
기린 가족이 줄지어 초원을 건너가던 풍경, 라이온킹 그 자체였던 바위 위 숫사자, 나무 위에서 여유롭게 쉬던 표범, 수십 마리 코끼리가 만들어낸 고요한 시간,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타조 한 쌍까지.
어쩌면 세렝게티가 알려준 건, 많이 보는 것보다,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보는 여유의 가치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신혼여행으로 세렝게티를 고민하신다면, 꼭 새벽부터 밤까지 풀로 채우지 않아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끔은 저희처럼 늦잠도 자고, 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서, 둘만의 속도로 초원과 석양을 천천히 즐겨보셔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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