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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자"의 알콩달콩 신혼생활/신혼여행

[탄자니아 2일차-3] 세렝게티 국립공원 사파리 첫날 (기린, 사자 가족, 품바, 얼룩말, 누)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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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대충 마무리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니,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졸 순 없지’ 싶은 마음에 물 한 모금 꿀꺽, 모자 눌러 쓰고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어요. 

오후의 빛은 오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져서, 풀 색깔도 노란색, 연두색이 섞인 수채화 같았어요. 차는 울퉁불퉁한 길을 덜컹거리며 달렸고, 창밖으로는 얼룩말과 가젤이 이어지는 끝없는 행렬이 배경처럼 깔려 있었죠. 어느 순간부터는 동물 한 마리 한 마리가 ‘특별한 장면’이라기보다, 이미 이 풍경의 ‘기본’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비포장도로의 사파리 투어는 좋으면서도 체력이 살짝씩 까이는, 그런 행복한 피곤함이 쌓여가던 오후였습니다.

도로 한가운데 기린, 그리고 그 특유의 우아함

우리 눈을 확 잡아끈 건 기린이었어요. 어느새 차 옆쪽에 떡 하니 서 있더라고요. 목을 길게 뽑고 나무를 우적거리는데, 진짜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동물’ 같았어요. 다리가 저렇게 얇은데 저 큰 몸을 받치고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요.

기린은 생각보다 겁이 많은 편이라 사람이나 차량이 너무 다가오면 살짝 옆으로 피해가는데, 우리가 만난 그 친구는 그냥 ‘나 여기 있는데' 라는 느낌이였어요. 차가 멈춰 서자 우리도 숨죽이고 지켜봤고, 기린은 나뭇잎 먹는 데 집중하다가도 저희를 빤히 쳐다봤어요. 그 여유로우면서도 느긋한 시선에 차 안 공기도 같이 느려지는 기분이었죠.

기린이 천천히 풀을 먹는 동안, 가이드는 “기린도 사자가 노리는 먹잇감이지만, 다리 한 번 제대로 차이면 사자도 크게 다치기 때문에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고 설명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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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마리가 넘는 사자 가족, 그리고 목걸이 찬 대장 암사자

다시 투어를 진행하다 멀리서 노란색, 갈색 점들이 잔뜩 깔려 있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다 사자였습니다. 숫자를  대충 세어보니 20마리도 넘어 보였어요. 나무 밑에마다 사자들이 있는데, 그렇게 여러 나무 밑에서 쉬고있더라구요.

어떤 애들은 완전히 뻗어서 자고 있고, 어떤 애들은 서로 장난치듯 앞발로 툭툭 치고 다큐에서 보던 ‘프라이드(pride)’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구현된 느낌이었어요. 평화롭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냥 “여기가 이들의 거실이자 침실이구나” 싶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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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암사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목에 굵은 목걸이 같은 걸 차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살짝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야생 사자가 목걸이라니?’ 싶었는데, 가이드가 설명해 주길, 이건 사냥용이 아니라 보호를 위한 장치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목걸이에는 GPS랑 무선 송신기가 들어 있어서, 연구자들이 이 사자의 움직임, 행동 패턴, 주 서식 지역, 심지어 건강 상태까지 모니터링하는 데 쓴다고 해요.

목걸이를 채울 때는 수의사가 마취를 하고, 체온, 체중, 피, 침, 심지어 진드기까지 샘플을 채취해서 이 사자의 상태를 꼼꼼히 기록한다고 하더라고요. 일부 GPS 목걸이에는 사자가 일정 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 알림’이 뜨는 센서가 들어 있어서,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원인을 조사할 수도 있다고 해요. 또 사람 마을 쪽으로 사자가 접근하면 경보를 보내서, 사람과 사자 사이의 갈등(가축 피해 같은 것)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본 그 암사자는, 단순한 ‘대장 사자’가 아니라 일종의 ‘연구원 사자, 안전요원 사자’ 같은 존재였던 거죠. 가족들을 이끌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 덕분에 더 많은 사자들이, 그리고 사람들도 함께 안전해지는 셈이니까요. 그런 설명을 듣고 나니 “아, 너는 진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존경심 같은 것도 살짝 들었고요.

누, 얼룩말, 그리고 품바 가족까지

사자 가족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서자, 이번에는 누와 얼룩말이 하도 많이 보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또 누, 또 얼룩말”이 되어버릴 정도였어요. 그런데 가만 보면 두 종이 항상 비슷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가이드가 설명하길, 얼룩말은 상대적으로 질긴 위쪽 풀을, 누는 그 뒤에 나는 좀 더 부드러운 풀을 먹으면서 같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로 포식자를 경계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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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대이동 관한 이야기는 이후에 응고롱고로 사파리 투어때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볼게요. 그렇게 누, 얼룩말 길쭉한 행렬을 쭉 따라가던 중에,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품바를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혹멧돼지, 그러니까 와트호그(warthog) 가족이었어요. 꼬리를 안테나처럼 쫙 세우고 뛰어가는 모습은, 진짜 라이언킹에서 뛰쳐나온 것처럼 똑같았어요.

어미 뒤를 졸졸 따라가는 아기 품바는 정말 말도 안 되게 귀여웠어요. 몸은 조그만데 다리는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 꼭 “두 배속 재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와트호그 새끼들은 보통 3~4마리 정도씩 태어나는데, 처음엔 굴 속에서 지내다 조금 자라면 이렇게 밖으로 나와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풀을 뜯기 시작한다고 해요. 새끼들이 아직은 체온 조절이나 방어 능력이 약해서, 엄마가 한동안 아주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편이라고 하고요.

재미있는 건, 와트호그는 털도 적고 땀샘도 거의 없어서 더울 때는 흙탕물에 몸을 굴려서 체온을 식히고, 피부를 해충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우리가 본 품바 가족도, 약간 진흙이 묻은 느낌이었어요. 먼지에 절여진 듯한 외모인데, 새끼들만큼은 어쩐지 참 단정해 보였고요. 그 작은 꼬리들이 풀 위로 깃발처럼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차 안 모두가 “아, 귀엽다…” 하면서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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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과 행복이 동시에, 사파리 1일차 마무리

그렇게 계속 달려 숙소에는 오후 3~4시쯤 도착했어요. 이전에 가이드에게 조심스럽게 “오늘은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가면 어떨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정한 시간이에요. 햇볕은 좀 누그러졌지만, 몸은 이미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 차 안에서 계속 서 있다 앉았다, 사진 찍다 감탄하다를 반복하다 보니, 체력이 슬슬 바닥을 드러냈어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동물들은 계속 등장했어요. 멀리서 점처럼 보이는 누 무리,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한 얼룩말 몇 마리, 그리고 풀숲에 살짝 몸을 숨기고 앉아 있는 새 한 마리까지. 매번 카메라보다 눈으로 더 오래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하루만 해도 이미 내 머릿속 용량이 꽉 찬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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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니, 온몸이 축 늘어지는데도 머리는 이상하게 또 말짱했어요. 기린, 사자, 목걸이 찬 암사자, 품바 가족까지, 하루 만에 다큐멘터리 여러 편을 몰아본 것 같은 기분이었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눈을 감으면 자꾸 사자 무리가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아, 내일은 또 어떤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렘과 함께요.

그렇게 해서 우리의 세렝게티 사파리 1일차는 마무리됐어요. 신혼여행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둘이서 같은 장면을 보고 동시에 숨을 삼키고, 동시에 “우와…”를 내뱉는 순간들이 참 좋았어요. 

다음은 제가 묶은 첫날 숙소인 세렝게티 멜리아 숙소에 관한 후기로 넘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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