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초원 한가운데, 세렝게티 초원 도착
탄자니아 세렝게티 여행 둘째 날, 점심 무렵 작은 경비행기가 세렝게티 한가운데 세로네라에 도착했어요. 보이는 건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였죠. 내리는 사람들 표정만 봐도 다들 이미 마음은 사파리 투어만 있는것 같아요. 저도 이제 진짜 아프리카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체크인을 해야 해서, 가이드님이 사무실로 서류를 들고 들어가셨고, 저희는 공항 앞에 서 있는 사파리 지프에서 사진 찍고 놀았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찍으면서 본격적인 여행 기분을 내기 시작했죠.
사파리 투어는 저랑 와이프 단 둘만 타는 프라이빗 투어였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보고 싶은 만큼 보고, 묻고 싶은 거 마음껏 물어볼 수 있었어요.

가젤만 봐도 신났던, 사파리 초보의 설렘
공항에서도 저멀리 가젤들이 보였어요. 조금만 달리니 바로 이런저런 동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길가에 서 있는 톰슨가젤, 그랜츠가젤 같은 작은 영양들만 봐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한국에서라면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동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풀 뜯고,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길가에는 원숭이들도 몇 마리씩 앉아 있었는데, 서로 매달려 놀고 있더라구요. 가이드님이 “이 정도는 아주 기본이다, 오늘 많이 보게 될 거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해줬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기대감을 불타오르게 만들던지요. 아직 사자, 코끼리, 치타도 보기 전인데 벌써부터 “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5.12.27 - [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 가젤? 임팔라? 사바나 초원의 닮은듯 다른 친구들
한낮의 세렝게티, 낮잠 자는 사자 가족과의 첫 만남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앞쪽에 사파리 차량들이 몇 대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멀리서 봐도 “아, 저기 뭔가 있구나” 싶은 느낌이 딱 오더라구요. 가까이 가 보니, 풀밭 그늘 아래에 사자 가족이 떡 하니 누워 있었습니다.

수사자는 몇 마리 안 되고, 암컷 사자들이랑 새끼 사자들이 대다수였어요. 낮 시간이라 그런지 대부분은 그늘에서 낮잠 모드, 배를 뒤집어 까고 자는 녀석도 있고, 앞발을 쭉 뻗은 채 엎드려 자는 녀석도 있고, 아주 느낌이 제각각이더라구요.

사자는 낮에 덥기도 하고, 사냥도 주로 해 뜨기 전이나 해질 무렵에 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는 거의 쉬고 있어요. 계속 보고 있으니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는 암사자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힘이 느긋하게 빠져 있으면서도 근육이 살아 있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2025.12.23 - [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 사자 프라이드와 코얼리션: 사자의 특이한 무리 생활
‘피크닉 사이트’에서 즐긴 다소 소박하지만 특별했던 점심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가이드님이 “이제 피크닉 사이트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어요. 세렝게티 게임드라이브에서는 기본적으로 국립공원 안에서 차량 밖으로 내리는 게 금지라, 차 안에서만 있어야 해요. 대신 국립공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해 둔 피크닉 사이트, 전망 포인트 같은 몇 군데에서는 차에서 내려서 식사도 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저희가 갔던 곳도 그런 공식 피크닉 사이트 중 한 곳이었어요.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이 몇 개 있었어요. 어쩐지 그게 더 좋더라구요. 사람들이 흘린 식사를 먹기위해 여기저기서 새들이 뛰어다녀요. 물론 처음 보는 새들이 엄청 많았답니다.

점심은 가이드님이 아침에 미리 캠프에서 준비해 온 박스런치였어요. 빵, 과일, 닭고기, 약간의 샐러드 같은 구성이라 맛만 놓고 보면 솔직히 “와, 인생 최고의 맛!” 이런 건 아니었는데, 바람 살살 부는 세렝게티 한가운데서, 다른 나라 사람들 각자 자기 팀끼리 둘러앉아 식사하는 걸 같이 바라보면서 먹으니까, 그게 또 엄청 색다른 분위기더라구요. 이런 순간은 음식 맛보다, 함께 앉아 있는 사람,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훨씬 더 크게 남는 것 같아요.

돌멩이인 줄 알았던 연못, 하마가 꽉 찬 히포 풀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가이드님이 “이제 히포 풀(Hippo Pool)에 가 보자”고 하셨어요. 히포풀은 하마들이 몰려사는 물웅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마들이 낮 동안 시원하게 몸을 담그고 쉬고 있는 연못이죠.

멀리서 물가를 봤을 때는 “제게 돌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보니 전부 하마였어요. 물 속에 몸을 거의 다 담근 채, 눈, 코, 귀만 수면 위로 살짝 내밀고 있는데, 그냥 보면 커다란 회색 돌덩이들이 들쑥날쑥 떠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가끔 무리 중 한두 마리가 크게 하품하듯 입을 벌리면, 안쪽에 길게 나 있는 이빨이 보여서, “아, 얘네가 결코 귀여운 애들은 아니구나”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하마들은 대부분 낮에는 이렇게 물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더위를 식히면서 잠을 자거나 쉰다고 해요. 그런데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낮게 그르릉거리거나, 코로 푸르렁 소리를 내면서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더라구요. 조용한데 묵직한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는 그 풍경이 꽤 비현실적이었어요.
무전기로 동물 위치를 공유하는 가이드들, 그리고 치타와의 만남
히포 풀을 뒤로 하고 한참을 달리다가, 가이드님의 무전기에서 빠른 스와힐리어 목소리가 들렸어요. 사파리 가이드들끼리는 특정 동물이 어디에 나타났는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 중인지 실시간으로 무전으로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알려주는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거든요. 그래서 운이 좋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 공유 덕분에 여행자들이 더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해요.
주인공은 바로 치타였어요. 수풀 속에 치타 두 마리가 조용히 앉아 초원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최대한 가까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주셔서, 엄청 가까운 거리에서 치타를 볼 수 있었어요.

사자는 멀리서만 봐도 “쟤한테 물리면 그냥 끝이겠다…” 하는 공포감이 드는데, 치타는 얼굴이 동그랗고 눈매도 상대적으로 부드러워서 그런지 훨씬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가이드님께 위험하냐고 물어봤을때도 웃으면서 “치타는 그냥 홈캣(home cat)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더라구요.
물론 실제로는 야생 포식자라 절대 만지거나 가까이 가면 안 되지만, 차 안에서 바라보는 치타는 정말 우아하면서도, 어디선가 “냥” 하고 울 것 같은 묘한 갭이 있었어요. 치타가 먼 곳을 응시하면서 바람에 털이 살짝살짝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계속 찍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타를 첫날 만나다니 큰 행운이였죠.
'"자연 관찰자"의 알콩달콩 신혼생활 > 신혼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탄자니아 2일차-1] 경비행기로 떠난 탄자니아 세렝게티 [아루샤 공항 → 세로네라 공항] 후기 (1) | 2026.01.26 |
|---|---|
| [탄자니아 1일차-2] 아루샤 [하라다일 홈] 숙박 후기 (1) | 2026.01.17 |
| [탄자니아 1일차-1] 킬리만자로 공항 도착부터 숙소까지 (길거리 영상, 환전, 유심, 마트, 픽업 서비스) (1) | 2026.01.16 |
| 사자가 지폐에? 동물들이 그려진 탄자니아의 지폐들 (1) | 2026.01.15 |
| 탄자니아 사파리 여행 상세 일정, 심바투어를 통해 진행! (0) | 202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