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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날지는 못해도 완벽한 새, 타조의 아프리카 생존 과학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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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타조 사진

타조를 처음 야생에서 보면, ‘저 거대한 새가 진짜 아프리카에도 산다고?’ 하는 느낌이 들죠. 저도 자료를 찾다 보니, 우리가 ‘알 듯 말 듯’ 알고 있던 타조가 꽤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동물이더라고요.

타조, 생각보다 “아프리카스러운” 새

타조는 솔직히 저도 예전엔 "큰 새”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서식지나 이런것 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타조는 아프리카에만 자연 분포를 가진, 전형적인 아프리카 동물이에요.

남부 사하라 사막 주변, 사헬 지역, 케냐, 탄자니아 같은 동아프리카 초원, 나미브, 칼라하리 같은 반사막 지대까지, 뜨겁고 탁 트인 초원, 사바나, 반사막에 넓게 퍼져 살죠.

야생 타조는 울창한 열대우림은 피하고, 풀과 낮은 관목이 듬성듬성 있는 열린 지형을 좋아해요. 덕분에 저는 탄자니아 사파리에서 자연의 타조를 볼 수 있었어요. 실제로 얼룩말, 누, 가젤 같은 초식동물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같이 풀을 뜯는 일이 많습니다.

재밌는 건, 사람 손을 타서 유럽, 중동, 호주 등지에 사육되는 타조는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의 원래 고향은 지금도 ‘아프리카 한정’이라는 점이에요.

왜 날지 못하는데도 잘살고 있는 새일까?

타조는 키 2.1~2.8 m, 몸무게 100 kg 이상으로, 현존하는 가장 큰 조류예요. 그런데 날개는 있으면서도 날지는 못하죠. 이건 진화 과정에서 ‘비행’을 포기하고 ‘지상 생활’에 올인한 결과라고 이해하면 편해요.

타조와 에뮤, 레아, 키위 같은 친구들은 ‘주금류’라는 무리로 묶이는데, 이들은 모두 날지 못하는 큰 새들이에요. 예전에는 이들이 한 번 날개를 잃은 공통 조상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원래는 날 수 있는 조상에서 대륙별로 따로따로 비행 능력을 잃어버린 걸로 보입니다.

즉, 타조의 거대한 몸, 튼튼한 다리는 “하늘 대신 땅을 택한 진화 전략”의 결과죠.

날지는 못하지만, 대신 타조는 “달리기”에 미친 새입니다. 시속 약 70 km까지 단거리 질주가 가능하고, 50 km/h 안팎의 속도를 꽤 유지할 수 있어요. 보폭은 한 번에 3~5 m, 최대 7 m까지 뻗기도 해서, 마치 자동차가 튀어나가듯 달립니다.

기본적으로 다리 근육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고, 발은 두 개의 발가락만 남겨서 ‘가볍고 스프링처럼’ 튀어나가기에 좋은 구조를 갖고 있어요.

타조의 눈, 뇌, 그리고 “머리를 모래에 박는” 오해

타조의 눈은 지상 동물 중에서도 손꼽히게 큰데, 지름이 약 5 cm 정도라 사람 눈보다 훨씬 크고, 심지어 뇌보다도 커요. 그래서 “타조는 머리가 나쁘다”는 농담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방을 넓게, 멀리 볼 수 있도록 눈이 과하게 발달한 거라고 보는 게 맞죠.

아프리카 초원은 숨을 곳이 거의 없고, 사자, 치타,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가 잔뜩이에요. 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멀리 있는 움직임을 빨리 포착하는 능력이 중요하겠죠. 타조의 거대하고 잘 발달한 눈은, 일종의 ‘CCTV’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덕에 다른 초식동물들도 타조를 ‘조기경보 시스템’처럼 활용하기도 해요. 타조가 긴장해서 고개를 들고 한 방향을 빤히 쳐다보면, 그쪽에 뭔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유명한 이야기 하나, “타조는 위협을 느끼면 머리를 모래에 박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위협 상황에서 대부분 전력 질주로 도망치거나, 도망치기 어렵다면 몸을 낮추고 땅에 붙어서 주변과 최대한 비슷하게 위장해요.

머리를 숙여 땅에 붙이고 깃털 색이 배경과 섞이면서, 멀리서 보면 정말 “머리를 파묻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긴 거죠.

타조알은 크지만, 의외로 ‘작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듯, 타조알은 현존 조류 중 가장 큰 알입니다. 길이 약 15 cm, 무게 1.4 kg 안팎으로, 닭알 20개 정도를 합친 크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포인트는, 성체 타조의 덩치에 비해 보면 이 알은 “비율상 오히려 작은 편”이라는 거예요. 몸집 대비 알 크기 비율로 보면, 타조알은 암컷 몸무게의 1~4% 정도로, 많은 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나옵니다.

야생에서 타조는 한 수컷과 여러 암컷이 함께 ‘공동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아요. 여러 개체가 같은 구덩이에 알을 낳다 보니 한 둥지에 20~60개의 알이 모이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주로 중심부의 알을 집중적으로 품어서 부화 성공률을 높입니다.

부화 기간은 대략 42~46일 정도로, 알이 크고 껍질이 두꺼운 만큼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타조 가족 사진

부화한 새끼들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시속 50 km 가까이 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덩치가 작을 때부터 빠르게 달리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건,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겠죠.

사막을 버티는 생존 전략, 타조의 몸

타조는 ‘고온, 건조 환경에서의 효율 설계’의 정점 같은 느낌이 있어요. 몸무게는 크지만 기초 대사량은 같은 크기의 포유류보다 낮고, 체온 조절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합니다.

부리, 목, 다리, 발 같은 길쭉한 부분은 표면적이 넓고 혈관이 잘 발달해 있어서, 이 부위들에서 열을 주변 공기와 교환해 상당량의 대사열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해요.

물 부족을 버티는 능력도 흥미롭습니다. 타조는 주로 풀, 잎, 씨, 과일, 때로는 곤충, 작은 척추동물까지 섞어 먹는 잡식성인데, 먹이에서 얻는 수분,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을 활용해 꽤 오랫동안 직접 물을 마시지 않고도 버틸 수 있어요.

소화기관은 위가 여러 구획으로 나뉘고, 이른바 ‘모래주머니’와 그 안에 삼킨 작은 돌을 이용해 딱딱한 식물 조직을 잘게 부수면서 에너지를 최대한 뽑아내죠.

방어 수단도 인상적입니다. 도망이 최우선 전략이지만, 몰리면 ‘킥’이 나가요. 타조의 다리는 사자나 하이에나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앞차기를 날릴 수 있고, 발가락 중 하나에 난 날카로운 발톱이 무기 역할을 합니다.

마무리: 사바나가 만든 생존 머신

야생 개체 수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국제자연보전연맹 기준으로 흔히 말하는 ‘일반 타조’는 멸종 위기 단계는 아니에요. 다만 일부 집단은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압박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타조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고기, 가죽, 깃털을 제공하는 가축으로도 활용되어 왔어요. 지금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는 타조 농장이 많고, 타조알은 일종의 관광 상품, 요리 재료로도 쓰이죠.

탄자니아 사바나에서 보셨던 그 타조도, 알고 보면 사막·초원 환경에 최적화된 열관리, 고효율 달리기 엔진, 초장거리 시야 시스템을 갖춘, 꽤 ‘공학적인 설계’의 새라고 볼 수 있어요.

이제 다음에 타조를 보시면, “날지 못하는 큰 새”가 아니라, “아프리카 사바나가 만들어낸 생존 머신” 정도로 떠올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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