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는 수박을 한입에 부숴 먹는 영상 덕분에 왠지 느릿하고 귀여운 동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됩니다. 겉모습과 위험성 사이의 이 괴리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인트 같아요. 이번에는 하마의 공격성, 영역성, 식성 이야기를 한 번에 묶어서, “하마는 도대체 어떤 동물인가”를 정리해볼게요.
귀여움과 공포 사이의 동물
통계 자료를 보면,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매년 수십 명 수준의 인명 피해를 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래전부터 “연 500명 사망”이라는 숫자가 널리 퍼졌지만, 실제로는 국가별 통계가 부정확해서 추정치에 가깝고, 최근에는 “수십 명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와요. 그래도 사자, 표범보다 위험한 대형 포유류로 꼽히는 건 여전히 사실이죠. 강, 호수에서 배를 타고 다니는 주민,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가장 조심해야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하마는 다릅니다. 물 위에 동동 떠 있다가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리고, 동물원에서는 사육사가 던져준 수박, 호박을 사각사각 깨물어 먹는 장면이 대부분이죠. 왠지 느릿느릿하고, 풀만 먹는 온순한 초식동물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왜 저 동물이 사람을 그렇게 많이 다치게 하지?”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사파리 투어를 가서 본 하마들은 계속해서 물속에 몸을 담근채 낮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숫자로 보는 하마의 위험성
하마의 위험성은 “사람을 일부러 사냥하는 포식자라서”가 아니라, 한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 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하마가 관련된 사고 사례를 보면, 작은 보트나 카누가 통째로 뒤집히거나, 사람을 한 번에 심하게 물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좁은 강 한가운데서 배가 뒤집히면 구조가 늦어지고, 악어가 사는 강이라면 2차 위험까지 겹치죠. 실제로 “카누를 타고 가다 하마에게 들이받혀 여러 명이 한 번에 숨진 사고”, “어부가 새벽에 강을 건너다 공격당한 사고” 같은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또, 위험성에 대한 이미지는 약간 과장된 부분도 있고, 실제 위험이 공존합니다. 일부 연구나 사파리 업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악어, 코끼리, 곤충이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낼 때도 있다, 하마만 유독 과장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마가 안전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잘못 건드리면 크게 다칠 수 있는 동물”이라는 평가가 더 정확하다는 느낌입니다.
온순해 보이지만, 영역을 건드리면 달라진다
하마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영역성입니다. 수컷 하마는 강, 호수의 일정 구간을 자기 영역으로 삼고, 그 안에서 암컷, 새끼들과 무리를 이룹니다. 이 구간에 다른 수컷 하마가 들어오면, 거대한 송곳니로 서로를 물어뜯을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죠. 문제는 사람 입장에서 그 경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냥 평화롭게 떠 있는 회색 덩어리들 사이를 지나간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누군가의 “딱 선을 그어 놓은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타고 있는 배, 카누, 심지어 물가를 걷는 사람도 하마에게는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온 이상한 침입자”일 뿐입니다. 많은 공격 사례에서, 하마는 물속에서 조용히 다가와 배 밑을 들이받아 전복시키거나, 입으로 보트를 들어 올리듯 밀어 올린 뒤 떨어뜨리는 등 굉장히 물리적인 공격을 합니다. 육지에서도 생각보다 빠른데, 시속 30km 안팎으로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보통 사람이 도망치기 쉽지 않은 속도입니다. 게다가 몸무게는 1.5~3톤, 송곳니는 50cm 가까이 자라기도 해서, 한 번 들이받히면 충격이 엄청나죠.
농경지에서도 사람과 자주 부딪힙니다. 하마는 밤이 되면 강에서 나와 옥수수, 사탕수수, 채소 밭으로 올라가 풀, 작물을 먹습니다. 농민 입장에서는 큰 피해라 쫓아내려고 다가갔다가, 놀란 하마가 돌진하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암컷 하마의 새끼 보호 본능도 강해서, 새끼가 근처에 있을 때 배가 조금만 가까이 와도 바로 공격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여러 번 관찰됐습니다. 사파리 가이드들이 “새끼 있는 무리에는 절대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죠.
하마는 초식일까, 육식일까?
우리가 흔히 보는 하마의 식사 장면은 거의 다 초식 동물의 모습입니다. 동물원에서는 채소, 과일, 건초를 먹고, 야생에서는 주로 강 주변의 짧은 풀을 뜯어 먹죠. 낮에는 대부분 물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체온을 조절하고, 해가 지면 강을 나와 밤새 들판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습니다. 성체 한 마리가 밤에 30~40kg 정도의 풀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초식 위주의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관찰 기록을 모아보면, 하마는 아주 드물게 고기를 먹는 행동도 보입니다. 다른 동물의 사체를 뜯어 먹거나, 심지어 다른 하마의 사체를 먹는 ‘식인’ 사례도 학술지에 보고된 바 있어요. 이런 행동은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고, 전체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다고 평가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하마를 “기본적으로 초식, 다만 기회가 되면 사체를 먹기도 하는 기회주의적 잡식성” 정도로 설명합니다. “하마는 사실 육식동물이다”라는 말은 과장에 가깝고, 분류학적으로 육식동물로 바꿔야 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초식인데 왜 이렇게 공격적이냐”는 질문이 조금 틀린 질문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 말, 들소도 기본은 초식이지만, 상황에 따라 사람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잖아요. 하마는 여기에 물과 육지를 모두 활용하는 생활 방식, 보이지 않는 영역 경계, 사람과 가까운 강 주변 환경이 겹치면서, 초식이면서도 아주 위험한 동물이 된 케이스라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하마를 볼 때 기억할 것들
언젠가 아프리카 사파리를 가게 된다면, 하마는 분명 한 번쯤 마주치게 될 동물일 거예요. 그때 기억하면 좋을 간단한 원칙은 몇 가지뿐입니다.
- 물 위에 떠 있는 하마와는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기
- 새끼가 있는 무리 주변은 특히 더 크게 우회하기
- 밤에는 강과 농경지를 잇는 ‘하마 이동로’를 가로지르지 않기
- 소형 보트, 카누로 조용한 강을 지나갈 때도 하마가 있을 수 있다고 항상 염두에 두기
사파리 회사나 가이드들은 이런 기본 규칙과 거리를 잘 지키면, 하마를 비교적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TV에서 보는, 물 위에 평화롭게 떠 있는 장면은 사실 우리와 하마 사이에 “적당한 거리”라는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겠죠.
마무리: 위험을 알수록 더 잘 보인다
하마를 알면 알수록, “귀엽다”와 “무섭다”가 동시에 떠오르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식에 가까운 식성을 가진 동물이지만, 영역을 지키는 방식, 사는 환경, 덩치와 힘 때문에 사람에게는 꽤 위험한 이웃이 되었으니까요. 하마는 자신만의 룰을 가진 야생 동물로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직접 하마를 보게 된다면, 수박 먹방 스타를 보러 가는 마음이 아니라, 거리를 충분히 두고 조용히 지켜보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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