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펭귄 하면 왠지 눈보라 휘날리는 남극에 있을 것 같죠. 근데 북극을 생각해도 펭귄이 떠올라요. 그런데 실제 펭귄들의 주소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남쪽 동네”에 가깝습니다.
펭귄, 일단! 북극엔 없다
많은 분들이 “남극엔 펭귄, 북극엔 북극곰” 이렇게 세트처럼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꽤 정확합니다.
지금 지구에 알려진 펭귄 종은 보통 18종 전후로 보는데, 공통점 하나는 모두 남반구에 산다는 거예요. 남극 대륙, 남극해, 그 주변의 섬들,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남부,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적도 부근 갈라파고스까지, 전부 “남쪽”입니다.
북극권, 북극해, 캐나다 북부나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는 야생 펭귄이 한 종도 없습니다. 예전에 노르웨이 탐험가가 남쪽에 살던 펭귄들을 북쪽 로포텐 제도로 옮겨와 풀어놓은 적은 있지만, 자연 상태의 북극 토박이 펭귄이 만들어진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정리하면, “남극 펭귄”은 정말 있고, “북극 펭귄”은 동화나 광고에만 있는 설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짜 남극에 사는 펭귄 vs 근처에 사는 펭귄
이제 “남극 펭귄”을 조금 더 쪼개볼까요. 남극이라고 해도, 진짜 대륙과 그 주변 바다, 그리고 좀 더 북쪽의 섬들이 다 다릅니다.
1) 남극 대륙, 얼음판 핵심 거주자들
먼저 우리가 떠올리는 가장 전형적인 이미지의 주인공은 황제펭귄입니다. 황제펭귄은 완전히 남극에 의존하는 종이라, 남극 대륙 주변의 바다 얼음(해빙) 위에서 번식하고, 혹독한 겨울에 알을 품는 이상한(?) 전략을 택한 걸로 유명하죠.
아델리펭귄도 남극의 상징 같은 종입니다. 이 펭귄은 남극 대륙을 따라 띠를 두르듯 분포하고, 바위가 드러난 해안가에 둥지를 짓는데, 남극 로스해, 웨델해 주변에 거대한 번식지들이 있습니다.
이런 종들은 말 그대로 “얼음과 함께 사는” 펭귄이라, 바다 얼음이 너무 줄어들거나 타이밍이 바뀌면 번식 자체가 꼬이게 됩니다. 실제로 황제펭귄 일부 집단에서 해빙 붕괴로 번식이 망가진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고요.
2) 남극반도, 차갑지만 조금은 덜 극단적인 지역
남극 대륙에서 북쪽으로 삐죽 올라온 남극반도와 그 주변 섬들은, 요즘 남극 크루즈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펭귄들의 무대입니다.
젠투펭귄은 머리에 하얀 헤어밴드 같은 무늬가 있는 종인데, 남극반도와 사우스조지아, 포클랜드 같은 서브남극 섬에 고루 퍼져 있어요.
턱끈펭귄(친스트랩)은 턱 아래 검은 띠가 마스크처럼 보여서 이름이 붙었고, 남극반도와 사우스셰틀랜드, 사우스샌드위치 섬 등지에 엄청난 규모의 집단 번식지를 이룹니다.
이 지역은 남극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온난한 편이라, 기후 변화에 따라 각 종의 운명이 엇갈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연구에서는, 얼음과 크릴에 많이 의존하는 턱끈펭귄 집단이 최근 수십 년 사이 크게 줄어든 반면, 젠투펭귄은 더 남쪽으로 서식 범위를 넓히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죠.
3) 남극 주변, 서브남극과 온대 섬의 펭귄들
여전히 차가운 바다인 서브남극과 온대 섬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펭귄들이 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왕펭귄, 마카로니펭귄, 여러 종류의 바위뛰기펭귄들이죠.
왕펭귄은 황제 다음으로 큰 펭귄인데, 남극 대륙이 아니라 사우스조지아, 크로제, 케르겔렌, 포클랜드 같은 서브남극 섬들에서 큰 군집을 이루며 삽니다. 번식 주기가 1년이 넘게 걸리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한 번에 한 마리 새끼를 길게 돌보는 방식으로 적응해 있습니다.
마카로니펭귄과 여러 바위뛰기펭귄들은 눈밭보다 바위 절벽, 풀밭, 해안 절벽 같은 곳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높은 절벽을 통통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는데, 이런 종들도 대부분 남극 주변 섬들, 포클랜드, 케르겔렌 등 비교적 온화하지만 바다가 차가운 지역에 분포합니다.
남극 말고, 따뜻한 데 사는 펭귄들
이제부터가 많은 분들이 “어, 펭귄이 여기도 살아?” 하고 놀라는 파트입니다. 펭귄이 무조건 눈밭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1) 아프리카, 남미, 호주, 뉴질랜드의 펭귄
아프리카펭귄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해안의 섬과 바위해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종은 울음소리가 당나귀 같다고 해서 잭애스 펭귄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케이프타운 근처 볼더스 비치처럼 도심과 가까운 해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에요.
남미 쪽에는 훔볼트펭귄과 마젤란펭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훔볼트펭귄은 주로 페루와 칠레 북부, 마젤란펭귄은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주변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분포하는데, 둘 다 차가운 훔볼트 해류 덕을 보는 종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리틀블루펭귄(페어리펭귄)이라는 아주 작은 펭귄이 삽니다. 성체 몸길이가 30cm 남짓이라 처음 보면 “이게 진짜 펭귄 맞나?” 싶은데, 호주 남부 해안과 뉴질랜드 주변 섬들, 심지어 도시 인근 항만 방파제에서도 저녁이면 줄지어 올라오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이 지역들은 눈이 거의 없고, 겨울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남극처럼 혹독하게 춥지는 않지만, 공통점은 바다가 꽤 차갑고 생산성이 높다는 점이에요. 차가운 해류가 올라오면서 플랑크톤, 크릴, 작은 물고기들이 풍부해지고, 펭귄들은 그 풍부한 먹이를 따라 정착하게 된 셈이죠.
2) 적도 위의 펭귄, 갈라파고스펭귄
펭귄 세계에서 가장 “이질적인 주소”를 가진 종은 단연 갈라파고스펭귄입니다. 이름 그대로 에콰도르 영해인 갈라파고스 제도에 살고, 일부 개체는 적도선 북쪽까지 올라가기도 해서, 유일하게 북반구에 진출한 펭귄으로 꼽힙니다.
흥미로운 점은, 갈라파고스는 지상 기후만 보면 열대 섬이고, 태양도 뜨겁고, 주변에 열대 산호초 분위기까지 난다는 거예요. 그런데 섬 서쪽 바다에는 차가운 크롬웰 해류와 훔볼트 해류가 만나면서, 아주 차갑고 영양염이 풍부한 바다가 형성됩니다.
갈라파고스펭귄은 이 차가운 해류가 만들어주는 풍부한 먹이에 기대어 사는 덕분에, 적도 한가운데에서도 버틸 수 있습니다. 대신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진 용암 바위 틈에 숨거나, 더위를 식히려고 물에 오래 머무르는 등, 다른 남극 펭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몸을 관리하죠.

3) 왜 북극이 아니라 남쪽일까?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추운 곳 좋아한다면서, 왜 북극엔 없지?”라는 의문이죠. 생각보다 답은 꽤 복합적입니다.
첫 번째는 진화의 출발점입니다. 현재 연구들을 보면 펭귄의 조상은 남반구, 특히 남극 주변과 그 인근 해양에서 진화해 다양한 종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북극까지 올라갈 마땅한 경로와 시간이 없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육상 포식자 문제입니다. 펭귄은 날지 못하고 땅 위에 집단 번식을 하는 새라서, 여우, 늑대, 북극곰 같은 포식자가 많은 북극에서는 살기가 훨씬 더 위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북극에 펭귄을 데려다놔도 이런 포식자, 두꺼운 해빙 구조 때문에 생존이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아요.
세 번째는 생태적 자리(틈새)를 이미 다른 새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반구 고위도 바다에는 퍼핀, 도둑갈매기 같은 바닷새들이 펭귄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들과의 경쟁을 생각하면 굳이 북극까지 진출할 진화적 압력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러다 보니 “남극에 펭귄, 북극에 북극곰”이라는 조합은 단순 암기 문장을 넘어, 서로 다른 진화의 역사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듣고 보니 꽤 그럴듯한 분업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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