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린이라고 하면 그냥 ‘목 긴 동물’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아카시아 나무, 혀, 목뼈, 성격, 심지어 호텔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꽤 입체적이더라고요. 오늘은 기린에 관해 알아볼게요.
아카시아와 기린의 밀당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기린이 가장 자주 고르는 메뉴는 아카시아 나무잎입니다. 단백질, 미네랄, 수분이 풍부해서, 기린 한 마리가 하루에 수십 kg에 달하는 잎을 뜯어 먹을 만큼 ‘효율 좋은’ 먹이죠. 덕분에 기린은 굳이 땅에 있는 풀을 먹으러 내려가지 않아도, 나무 윗부분만 돌아다니면서도 하루 에너지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잎을 뜯기는 입장인 아카시아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같은 나무에 기린이 계속 몰리면 잎이 금세 다 사라지고,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면적도 줄어들겠죠. 그래서 아카시아 나무는 기린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잎 속 탄닌 농도를 올려 맛을 쓰게 만들고, 공기 중 신호물질을 뿜어 주변 나무들에게도 “지금 초식동물 공격 중”이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결과 기린은 어느 순간 “이 나무는 오늘 좀 쓴데?” 하고 다른 나무로 옮겨가게 되고, 사바나 전체로 보면 기린이 한 나무만 집중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죠.
그래서 사바나에서는 기린이 한 나무를 너무 오래 뜯어먹지 못하게, 나무들끼리도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키며 버티고 있는 셈입니다. 기린 입장에서는 “조금씩 여러 나무를 돌며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고, 아카시아 입장에서는 “그래도 다 같이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안전장치”가 생긴 거라고 볼 수 있겠죠.
까칠한 혀와 사람과 같은 7개의 목뼈
동물원에서 기린 먹이 주기 체험을 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혀의 색과 촉감이에요. 기린 혀는 보라색이나 남보라색처럼 어두운 색인데, 이는 멜라닌 색소가 많아서라고 알려져 있어요. 햇빛 아래에서 하루 종일 나무잎을 뜯어 먹다 보니, 혀 자체가 자외선 차단 코팅을 두껍게 입은 셈이죠.
길이는 40cm가 훌쩍 넘고, 가시 사이로 잎만 쏙쏙 골라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요. 혀 표면에는 작은 돌기들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만져보면 꽤 까칠까칠한 느낌인데, 이 구조 덕분에 가시가 혀를 스치거나 눌러도 상처가 잘 나지 않아요. 입술, 구강 점막도 두껍고 단단해서 아카시아 가시를 상대하기 위한 하나의 보호장비처럼 느껴집니다.
저렇게 긴 목을 가졌는데도 기린의 목뼈 개수는 사람과 똑같이 7개예요. 포유류 대부분이 7개의 경추를 유지하는데, 뼈 개수를 바꾸는 변화는 신경계 이상, 암 발생 증가 같은 부작용을 크게 키워서 진화 과정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기린은 ‘개수를 늘리는 대신, 한 개 한 개를 길게 늘이는 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우리가 아는 그 긴 목이 완성된 거죠.
온순하지만, 뒷발 한 번이면 사자도 위험
멀리서 보면 기린은 늘 느릿느릿 걷고, 조용히 나뭇잎만 먹는 온순한 동물처럼 보이죠. 실제로 사람에게 먼저 공격하는 일은 드물고, 포식자를 만나면 대체로 거리를 벌리며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새끼를 노리는 사자나 하이에나가 너무 가까이 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기린의 뒷발차기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라서, 사자의 두개골이나 목을 부러뜨릴 정도의 힘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사자가 기린에게 발길질을 맞고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고요.
그래서 사자 입장에서는 성체 기린 사냥은 ‘대박’이지만 동시에 ‘극도로 위험한 도박’에 가깝습니다. 기린이 평소에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고, 시야가 높은 장점을 살려 미리 위험을 알아차리는 것도, 괜히 다치지 않기 위한 전략에 더 가깝다고 느껴져요. 크고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한 번 크게 다치면 치명적이니까요.
사람과 함께 아침 먹는 기린 호텔

SNS에서 한 번쯤 보셨을 법한 사진이 있어요. 호텔 창문으로 기린이 목을 쭉 들이밀고, 사람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빵 조각을 건네는 장면이죠. 케냐 나이로비 근처의 ‘기린 호텔’이 바로 그 곳이에요.
이곳에 사는 기린들은 원래 멸종 위기에 놓였던 아종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지내는 개체들이라, 어릴 때부터 사람 곁에서 먹이를 받으며 자랍니다. 그래서 야생 기린과는 달리, 사람 집 안 식탁까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머리를 내밀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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