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쥐를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죠?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쥐 때문에 들어오는 민원이 최근 3년 사이에 2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폭우로 인한 하수관 침수, 재개발 공사로 인한 서식지 교란이 쥐를 지상으로 더 많이 나오게 만든 것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 출퇴근길에 지하철 역 근처 쓰레기통을 힐끗 보게 되는 습관이 괜히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현상이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영국에서는 아예 “쥐마겟돈(Ratmageddon)”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쥐 활동 신고가 최근 2년 새 20% 증가했고, 2023년 이후 각 지방정부에 접수된 쥐 침입 신고가 50만 건을 넘었다고 해요. 미국 뉴욕은 원래도 ‘피자 쥐’로 유명한 도시였는데, 2023년에만 쥐 관련 신고가 4만 건을 넘으면서 2019년보다 30%나 늘었습니다. 결국 뉴욕시는 수백만 달러 예산을 들여 ‘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연봉 15만 달러(약 2억 원)를 받는 최초의 ‘쥐 차르’까지 임명했지만, 성과 논란 속에서 2년 만에 사임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죠.
기후변화가 초래한 쥐 폭발
그럼 쥐가 왜 이렇게 전 세계 대도시에서 동시에 늘어나는 걸까요?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연구는 그 핵심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합니다. 연구진은 워싱턴 D.C., 뉴욕,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 등 16개 도시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그중 11개 도시(약 70%)에서 쥐 개체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워싱턴 D.C.는 지난 10년간 쥐 개체수가 390% 늘었고, 샌프란시스코는 300%, 토론토 186%, 뉴욕은 162%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연구에서 특히 강조한 건 평균 기온과 겨울의 길이였습니다.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쥐가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먹이를 찾고 번식할 기회도 많아집니다. 예전에는 겨울이 길고 추워서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면, 이제는 ‘쥐에게 불리한 계절’이 짧아진 셈이죠. 캐나다 토론토처럼 추운 도시에서도 쥐가 2배 이상 늘어난 걸 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이 됩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전 세계 도시에서 쥐 개체수 증가를 가속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졌다는 체감은 아마 다들 하고 계실 텐데요. 서울시도 폭염·폭우, 따뜻해진 겨울이 쥐 서식 환경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어릴 때 겨울이면 강바닥까지 꽁꽁 얼어붙던 기억이 있는 세대에게는, 이 변화와 쥐 증가가 묘하게 연결되어 느껴지기도 합니다.
쥐의 특별한 생존 비밀, 엄지손톱

그런데 쥐가 이렇게 잘 버티고 번성하는 데에는 기후변화 외에 좀 더 ‘진화적인 비밀’도 숨어 있습니다. 설치류(쥐, 다람쥐, 햄스터 등을 포함하는 무리)가 지구 포유류 종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요. 최근 한 연구는 ‘엄지손가락과 손톱’을 꼽았습니다. 인간 유튜브 썸네일 말고, 진짜 엄지손톱이요.
보통 동물의 발톱은 뼈를 감싸는 형태의 클로(claw)이고, 사람처럼 나무를 잡고 섬세하게 물건을 다루는 종은 네일(nail)을 갖고 있죠. 흥미로운 건 많은 설치류가 이 둘을 동시에 쓴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설치류 종의 상당수가 엄지에는 네일(손톱)을, 나머지 손가락에는 클로(발톱)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덕분에 땅을 파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 데는 발톱을, 음식물을 잡고 비비고 까고 숨기는 데는 엄지손톱을 활용할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쓰레기봉투를 정리해 두어도, 쥐가 그걸 다 헤집어 음식물만 기가 막히게 꺼내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던 셈입니다.
이 연구는 설치류의 성공 요인을 기존처럼 이빨 구조나 턱 근육에만 두지 않고, ‘손의 정교함’까지 확장해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조금 섬뜩하지만, 도시 생태계 속에서 쥐는 그야말로 최적화된 몸을 가진 생존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마트한 쥐 시대, 스마트한 대응
이렇게 튼튼한 생태·진화적 장비를 갖춘 쥐가 기후변화까지 업고 등장하니, 도시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쥐를 잡는 방식도 예전처럼 단순 약 살포나 끈끈이 트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 서울시는 최근 쥐 출몰 지점에 IoT 센서와 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 방제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비 안에 설치된 센서가 쥐의 출입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즉시 관리자에게 알림이 가는 방식이에요. 말 그대로 쥐 퇴치도 디지털 전환 시대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예전 쥐 퇴치 방식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1960~70년대에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쥐 꼬리를 모아 오라는 과제가 있었고, 보건소에서 쥐 꼬리를 가져오면 돈을 주기도 했다고 하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꽤 충격적인 방식이지만, 그만큼 쥐가 위생과 질병의 상징이었던 시대였던 거죠.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스마트’하고, 동시에 동물복지와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쥐와 인간, 불편한 공존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인에게 쥐는 모기, 바퀴벌레, 빈대와 함께 대표적인 혐오·불쾌 생물로 꼽힙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쥐를 해를 끼치는 동물로 인식하고 있고요. 쥐를 보면 본능적으로 “으악” 소리를 내게 되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 위생과 질병관리 측면에서 쥐가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틈새를 찾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골목, 따뜻한 지하 공간, 복잡한 하수관과 건물 틈은 사실 쥐 입장에서 보면 “살기 좋은 집”이죠.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우리가 만든 세계가 쥐에게 더 우호적으로 바뀐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쥐 문제를 단순히 혐오와 박멸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도시 생태계와 환경 관리의 문제로 같이 바라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핵심은 환경 관리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배출 시간을 지키고, 건물 틈과 하수관을 정비하는 것, 말 그대로 ‘쥐가 살기 불편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죠. 스마트 방제 시스템은 그 위에 올라가는 보조 수단에 가깝고요. 어쩌면 앞으로 우리 세대 아이들은, 예전처럼 쥐 꼬리를 들고 학교에 가는 대신 스마트 트랩 화면에 찍힌 쥐 출몰 알림을 보면서 자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건, 유전적으로 쥐와 인간은 85~90% 정도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종 의학·약물 실험에 쥐가 많이 쓰이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존재가 한편으론 인류 의학 발전에 가장 많이 희생된 동물이기도 합니다.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더더욱 쥐와의 관계를 “완전한 박멸”이 아닌 “관리와 공존”의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서울 골목에서 쥐 한 마리를 마주친 뒤 괜히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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