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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하쿠나마타타의 주인공, 품바의 짝꿍인 티몬의 현실 모델: 미어캣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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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 사진

티몬은 영화 라이온킹 속에서 품바와 짝꿍인 그냥 “말 많은 친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재미있는 동물이더라고요. 이번에는 티몬의 현실 동물 모델인, 미어캣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해봤어요. 

품바이야기는 제가 전에 작성한 글 2025.12.28 - [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 품바!! 아프리카 와탈루(혹멧돼지)에 관하여 참고하세요 

티몬의 정체, 사실은 미어캣

라이온킹에서 품바와 함께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던 티몬은 실제 동물로 치면 미어캣(meerkat)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예요. 미어캣은 몽구스과에 속하는 포유류라서, “티몬은 몽구스야”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몽구스 무리 안에서도 ‘미어캣’이라는 별도 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몸길이는 25~35 cm, 꼬리까지 합쳐도 40 cm 남짓이라 생각보다 훨씬 작고, 몸무게도 1 kg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눈 주변에 진한 검은 무늬, 등 쪽의 줄무늬 덕분에 멀리서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동물이죠.

제가 처음 동물원에서 미어캣을 봤을 때는, 솔직히 크기보다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한 마리가 두 다리로 쭉 서서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거기서 이미 티몬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미어캣을 보면 괜히 “야, 품바!”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묘한 친근함이 있어요.

사막에서 살아남는 방식

미어캣이 사는 곳은 남부 아프리카의 건조한 초원, 반사막 지역이에요.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프라이드 랜드 느낌의 풍경과 꽤 비슷하죠. 낮에는 뜨거운데 밤에는 쌀쌀해지고, 비도 많지 않은 곳이어서,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어캣의 삶에서 핵심은 ‘굴’이에요.

이들은 여러 개의 입구와 방이 연결된 복잡한 굴 시스템을 파서, 낮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밤에는 기온 하강을 버팁니다. 한 무리는 10마리에서 많게는 30마리, 혹은 그 이상이 함께 살면서 여러 굴을 번갈아 사용해요.

야생에서는 보통 5~8년 정도 살고, 동물원처럼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10년 이상 사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막에서는 어린 개체들이 먹이 부족, 포식자, 온도 변화에 취약해서, 성장하기까지가 사실 더 큰 전쟁이죠.

두 다리로 서 있는 이유

티몬을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장면이, 두 다리로 쭉 서서 주변을 살피는 포즈잖아요. 이 행동은 실제 미어캣들의 대표적인 생태 습성이기도 해요. 미어캣 무리에서는 한두 마리가 높은 곳, 굴 입구나 바위 위에 올라가서 ‘파수병’ 역할을 합니다.

나머지 개체들이 땅을 파며 먹이를 찾는 동안, 위에 있는 개체가 맹금류나 다른 포식자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위험을 발견하면 소리로 알려줘요. 흥미로운 건, 이 경계 근무를 돌아가면서 한다는 점이에요. 마치 “오늘은 네가, 내일은 내가” 이런 느낌으로요.

이런 사회적 역할 분담 덕분에 작은 체구로도 사막에서 버틸 수 있는 거겠죠. 게다가 미어캣 사회에는 번식을 주도하는 우두머리 암컷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번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도록 조절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영화보다 훨씬 치열한 현실

영화 속에서는 티몬과 품바가 알록달록한 벌레를 먹으면서 즐겁게 노래하지만, 현실의 미어캣 식사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아요. 주로 곤충, 거미, 전갈 같은 무척추동물을 먹고, 가끔은 도마뱀, 작은 뱀, 알, 작은 포유류까지 사냥하기도 합니다.

모래를 계속 파헤치며 작은 먹이를 하나씩 찾는 모습은, “하쿠나 마타타”보다는 “오늘은 뭐라도 먹어야 한다”에 더 가깝죠. 그래도 덕분에 미어캣은 일종의 ‘해충 처리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독이 있는 전갈도 먹이로 삼는데, 독침을 먼저 제거하거나,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막 생태계에서는 이런 포식자가 곤충, 절지동물 개체 수를 조절해 주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균형을 맞추는 조연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인간과 미어캣, 적당한 거리 두기

티몬 때문에 미어캣이 유명해지면서, 일부에서는 미어캣을 반려동물로 키우려는 시도도 생겼어요. 하지만 미어캣은 원래 큰 무리로 사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라, 집에서 한두 마리만 키우는 건 이들의 본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고, 마음껏 굴을 파고, 함께 살 동료가 많은 환경이 기본값인데, 실내 생활로 이걸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죠. 또 요즘에는 “미어캣 체험, 미어캣 카페” 같은 형태로 인간과 너무 가까워지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이게 좋은 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요.

야생동물을 사람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게 과연 그 동물에게 이로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식지 보전에 도움이 되나,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더라고요. 티몬을 좋아하는 마음과, 실제 미어캣을 건강하게 지켜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우리가 어디쯤에서 선을 그어야 할지 고민해 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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