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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몸 반은 빨갛고 반은 파란 도마뱀, 아가마 므완자 (스파이더맨 도마뱀)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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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여행가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위는 새빨갛고 아래는 시퍼런 도마뱀 보셨다면 “아가마 므완자(Mwanza flat-headed rock agama)”를 보신 거예요. 이 도마뱀은 색깔 때문에 아예 “스파이더맨 도마뱀”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죠. 저도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이건 누가 칠해놓은 장난감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색깔 하나에 진화, 연애, 생존 전략이 다 녹아 있더라고요.

아가마 므완자, 누구냐 넌?

아가마 므완자의 정식 이름은 Agama mwanzae, 영어로는 Mwanza flat-headed rock agama라고 부릅니다. 이름에 들어가는 ‘Mwanza’는 탄자니아 빅토리아 호 남쪽의 도시·지역 이름에서 따온 거고, 실제로 그 주변의 바위 지대에 많이 살아요. 분포는 탄자니아, 케냐, 르완다 일대로,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같은 사바나 바위 언덕(코페, kopjes)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낮에 햇볕 잘 드는 바위 위에 올라가 일광욕하다가, 위험 기척이 나면 순식간에 틈 사이로 쏙 들어가 버리는 스타일이죠.

아가마 므완자

몸 길이는 대략 15~20cm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커다란 이구아나보다는 훨씬 작은 편입니다. 머리가 납작하고 살짝 삼각형이라 바위 틈에 납작하게 붙기 좋고, 긴 꼬리와 튼튼한 뒷다리 덕분에 바위 사이를 도약하듯 이동해요. 주로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도마뱀이어서, 햇빛, 뜨거운 바위, 벌레가 많은 사바나 환경에 딱 맞게 진화한 친구라고 보면 됩니다.

가까이서 보면 피부 표면이 매끈한 것 같으면서도 작은 비늘과 돌기가 있어서 바위 표면을 꽉 잡을 수 있게 되어 있고, 눈은 옆으로 붙어 있어서 주변을 넓게 살피기 좋습니다. 여행할 때 바위 위에서 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모습 보셨다면, 바로 그 시선으로 포식자도, 사람 관광객도 같이 체크하고 있었을 거예요.

왜 반은 빨갛고 반은 파랄까?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위는 빨강, 아래는 파랑”이라는 강렬한 배색이죠. 이 패턴은 주로 성체 수컷에서 나타나는데, 머리, 목, 어깨는 붉은색이나 자주색, 몸통과 꼬리는 짙은 파란색, 때로는 보라빛이 섞인 파란색을 띕니다. 반대로 암컷과 어린 개체는 갈색, 회갈색 계열이라 주변 바위색에 자연스럽게 섞여 잘 눈에 띄지 않아요. 즉, 화려한 색은 “수컷 전용” 옵션에 가깝고, 암컷은 훨씬 평범한 위장을 선택한 셈입니다.

이 색깔은 일단 “연애용 광고판”입니다. 지배적인 수컷일수록 빨강, 파랑이 더 선명하고, 번식기에는 호르몬 영향으로 색이 더 진해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바위 위에 올라가 머리를 위아래로 빠르게 끄덕이거나, 푸시업 하듯 상체를 들썩이는 행동을 하는데, 이때 붉은 머리와 푸른 몸이 햇빛에 반짝이면서 멀리 있는 암컷과 경쟁 수컷들에게 “나 여기 있다, 그리고 꽤 괜찮은 수컷이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셈이죠.

흥미로운 건, 이 색이 단순히 색소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일부 연구와 기사에 따르면, 파란 몸 색에는 빛을 특정 방향으로 산란시키는 미세한 피부 구조(구조색)와 색소가 함께 작용해서, 햇빛 아래에서 특히 더 강렬한 파란색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붉은 머리는 카로티노이드나 기타 색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색소는 먹이에서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색이 선명할수록 건강 상태, 먹이 확보 능력이 좋다는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렇게 튀는 색은 포식자에게도 잘 보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그래서 재미있게도, 지배적인 수컷은 바위 위 ‘정면 광고판’ 역할을 하며 눈에 띄는 대신, 주변에 있는 암컷, 어린 개체, 열등한 수컷들은 더 눈에 안 띄는 갈색 계열로 숨어 지내며 생존 확률을 챙깁니다. 일종의 팀 전략 같은 느낌이랄까요.

바위 위 스파이더맨의 일상과 생존 전략

아가마 므완자는 철저히 바위 지대에 특화된 도마뱀입니다.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같은 사바나에서 볼록볼록 튀어나온 화강암 언덕과 바위 더미, 우리가 흔히 사진에서 보는 그 “사자 바위” 같은 곳이 바로 이들의 주요 서식지예요. 이런 바위는 햇살을 잘 받아서 몸을 따뜻하게 덥히기 좋고, 틈이 많아서 숨기도 좋고, 곤충도 몰려들기 때문에 먹이 확보에도 유리합니다.

이 도마뱀은 주행성이라 해가 뜨고 나서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한참 더울 때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시간에 사냥을 많이 합니다. 먹이는 개미, 흰개미, 딱정벌레, 메뚜기 같은 곤충이 주 메뉴고, 계절에 따라 조금의 식물성 물질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어요.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아가마의 위 내용물을 분석한 연구에선 개미류, 흰개미류, 딱정벌레류가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사회 구조도 꽤 드라마가 있습니다. 한 바위 구역에는 보통 눈에 띄게 화려한 지배 수컷 한 마리, 그 주변에 여러 암컷, 그리고 주변부에 덜 화려하고 덜 당당한 서열 낮은 수컷들이 함께 살아요. 지배 수컷은 자신의 작은 영역을 강하게 방어하면서, 다른 수컷이 들어오면 머리 끄덕이기, 푸시업, 꼬리 흔들기 같은 과시 행동으로 위협합니다. 실제 물리적 싸움까지 가는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런 시각 신호만으로 서열이 정리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생존 전략에서도 색과 행동이 함께 작동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선명한 색은 포식자에게도 눈에 띄지만, 대신 이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달리고, 바위 틈으로 몸을 납작하게 눕혀 숨거나, 위아래로 짧게 움직이며 포식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행동을 합니다. 또,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몸 색이 전반적으로 탁해지고 어두워지기도 하는데, 이는 기분, 체온, 서열 상태 등에 따른 색 변화로 해석됩니다.

재미있는 건, 도시 근처 바위나 집 담장, 인공 구조물에서도 이 도마뱀들이 관찰된다는 보고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도 “적당히 뜨거운 바위”처럼 활용하면서, 인간 활동과 곤충 밀집 지역을 동시에 이용하는 셈이라, 사바나의 야생 이미지와 도시 주변 풍경이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이 있죠.


아가마 므완자의 빨강,파랑 몸 색은 그저 “예쁘다”에서 끝나는 디자인이 아니라, 짝을 유혹하고, 경쟁자를 견제하고, 바위 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었어요. 같은 사바나를 바라보더라도, 이렇게 한 종의 삶을 알고 나면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이죠. 언젠가 다시 동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 스파이더맨 도마뱀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더 반가우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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