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었는데 나만 모기에 잔뜩 물렸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정말 모기가 고르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마침 지난주 학술지 Nature에 모기가 사람 냄새를 알아채는 원리를 다룬 연구가 실렸어요.
이 소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해 볼게요.

모기는 사람을 세 단계로 찾아냅니다
먼저, 사람을 무는 모기는 모두 암컷이에요.
알을 키우려면 피 속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고, 꽃꿀이나 식물 즙을 먹으며 살아요.
2015년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실린 미국 칼텍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감각을 순서대로 씁니다.
약 10~50m 떨어진 곳에서는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따라옵니다.
5~15m쯤 가까워지면 눈으로 형체를 찾아요.
1m 안으로 들어오면 체온을 느끼고, 피부 냄새를 맡으며 앉을 곳을 고릅니다.
그러니 숨을 많이 쉬고 몸이 따뜻한 사람은 멀리서부터 눈에 띌 수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누구를 물지 고를 때는 냄새가 꽤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모기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64명에게 나일론 스타킹을 팔에 끼워 냄새를 묻힌 뒤, 모기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 3년 동안 비교했어요.
결과는 2022년 학술지 Cell에 실렸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참가자는 가장 인기가 없던 참가자보다 모기를 100배 넘게 끌었다고 해요.
이 차이는 몇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모기를 많이 끈 사람들의 피부에서는 '카복실산'이라는 지방산 성분이 많이 나왔어요.
다만 연구팀은 관련성을 확인한 것이고, 카복실산이 원인이라고 증명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켜요.
2015년 영국 쌍둥이 연구에서는 일란성 쌍둥이끼리 모기에게 끌리는 정도가 더 비슷해, 유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피부에 사는 세균의 종류가 단조로운 사람이 말라리아 모기를 더 끈다는 2011년 연구도 있어요.
몸 상태도 영향을 줍니다.
2000년 감비아에서 한 연구에서는 임신 후기 여성이 모기를 약 2배 더 끌었는데, 내쉬는 숨이 21% 많고 배 쪽 체온이 0.7℃ 높았다고 해요.
맥주 1리터를 마신 뒤 모기가 더 몰렸다는 2010년 부르키나파소 연구도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주 Nature에 실린 '모기 코' 연구
그렇다면 모기는 이 냄새를 어떻게 알아챌까요?
10월 14일 Nature에 실린 중국 선전만실험실 등의 연구가 이 질문에 한 걸음 다가갔어요.
연구팀은 말라리아 모기의 냄새 수용체 'IR8a-IR75k'를 냉동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수용체는 사람 땀과 피부에서 나는 산성 냄새를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노난산이나 옥탄산 같은 냄새 분자가 붙으면, 수용체가 조개처럼 오므라듭니다.
그 힘이 지렛대처럼 전해져 신경 신호를 만드는 작은 통로가 열린다고 해요.
이렇게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원자 단위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구조를 바탕으로 모기의 후각을 헷갈리게 만드는 새 기피 물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은 기초 연구 단계입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숨, 체온, 피부 냄새가 사람마다 달라서 모기가 끌리는 정도도 다르다는 점은 여러 연구로 확인됐어요.
반면 'O형이 잘 물린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약한 편입니다.
O형과 A형 사이에서만 차이가 나왔다는 연구가 있을 뿐이라,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요.
연구마다 실험한 모기 종이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이번 Nature 연구는 말라리아 모기를 다뤘기 때문에, 우리 집에 들어오는 빨간집모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해요.
'나만 물린다'는 느낌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모기 침에 대한 면역 반응이 사람마다 달라서, 똑같이 물려도 덜 가렵거나 덜 붓는 사람이 있거든요.
생활 속 힌트도 몇 가지 있어요.
2022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서 이집트숲모기는 이산화탄소를 맡은 뒤 빨강, 주황, 검정 쪽으로 날아갔고, 초록과 파랑은 무시했습니다.
모기는 13℃가 넘으면 피를 빨 수 있다고 하니, 따뜻한 가을밤에는 방충망과 고인 물을 한 번 더 살펴보시면 좋겠어요.
모기에게 유독 사랑받는 분들께는 조금 억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이유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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