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유튜브의 "동물 일짱 뽑는다"에서 '산미치광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이름만 들어도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동물이에요.

호저와 산미치광이, 같은 동물이에요
산미치광이는 호저의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실제로는 한자어인 호저(豪猪)라는 이름이 훨씬 널리 쓰여요.
호(豪) 자에 돼지 저(猪) 자를 쓰는 이름이에요.
그런데 호저는 돼지와 닮지도 않았고 유전적으로도 관련이 없어요.
호저는 쥐나 다람쥐와 같은 설치류에 속해요.
영어 이름 porcupine도 라틴어로 돼지(porcus)와 가시(spina)를 합친 말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산미치광이는 왜 그런 이름이 됐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확한 어원은 제가 확인한 자료에서 찾지 못했어요.
한국어 정보 사이트에는 멧돼지 갈기를 닮은 털에서 이름이 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어요.
다만 어디까지나 추정이라서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가시를 쏜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호저 하면 가시를 발사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죠.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에요.
여러 자료가 호저는 가시를 멀리 쏘아 보낼 수 없다고 설명해요.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이 점을 아예 강조해서 적어 두고 있어요.
가시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변형된 털이에요.
닿거나 몸을 털면 쉽게 빠지는 구조라서 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빠진 자리에는 새 가시가 자라나요.
가시에는 미늘이 있어서 한번 박히면 빼내기 어렵고 뺄 때 더 아프다고 해요.
가시 표면에 묻은 지방산에 약한 항생 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어요.
이 부분은 '있을 수 있다' 정도로만 알려져 있어요.
새끼의 가시는 처음엔 부드럽다가 며칠 안에 단단해진다고 해요.
가시 속은 거품처럼 가벼운 구조로 채워져 있다는 설명도 있었어요.
호저를 고슴도치와 헷갈리는 분도 많아요.
호저는 설치류이고 고슴도치는 다른 계통이라서 둘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에요.
구대륙 호저와 신대륙 호저는 사촌이 아니에요
호저는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요.
구대륙에 사는 무리와 신대륙에 사는 무리예요.
- 구대륙호저: 이탈리아, 중동, 아프리카 대부분,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분포. 땅에서 생활함, 가시는 여러 개가 묶음으로 나고 비교적 짧고 부드러워 끝 근처에서 부러짐
- 신대륙호저: 북미와 중남미에 분포. 나무를 잘 타며 가시가 하나씩 따로 박혀 있고 뻣뻣해서 더 깊이 박힘, 북미호저는 가시가 3만 개 이상으로 소개됨
놀랍게도 이 두 무리는 가까운 친척이 아니에요.
가시는 서로 다른 계통에서 따로 진화한 결과, 즉 수렴진화로 설명돼요.
구대륙호저 중 크레스티드호저(Hystrix cristata)는 몸길이가 60~83센티미터, 무게가 13~27킬로그램까지 나가요.
생각보다 훨씬 큰 동물이라 처음엔 놀랐어요.
이름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어요.
영어는 '가시 돼지', 한자어는 '호걸 돼지', 순우리말은 '산의 미치광이'로 읽을 수 있는 말이에요.
세 이름 모두 무언가 거칠고 강한 인상을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 동물의 가시에서 받은 인상이 비슷했나 봐요.
위협을 느끼면 이렇게 행동해요
호저는 먼저 경고부터 해요.
가시를 세우고 꼬리 쪽 속이 빈 가시를 흔들어 소리를 내거나 발을 구르고 으르렁거린다고 해요.
그래도 안 되면 뒤로 돌진하기도 한다고 해요.
신대륙호저는 가시가 박힌 꼬리를 휘두르고 이를 딱딱거리기도 한대요.
식성은 대부분 초식이에요.
나무껍질, 뿌리, 열매 등을 먹고 가끔 뼈를 갉아서 염분이나 칼슘을 보충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꼬리 쪽의 속이 빈 가시는 흔들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요.
위협하는 소리가 먼저 나가는 셈이라 상대가 물러나길 바라는 신호로 보여요.
활동 시간은 대체로 밤이에요.
자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야행성이라는 점은 같았어요.
한국 이름 '산미치광이'가 풍기는 사나운 인상과 달리, 호저는 위협이 있을 때만 가시를 세우는 신중한 동물이에요.
이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아마 그 독특한 어감 덕분일 거예요.
정리하면 호저는 가시를 쏘지 않고, 돼지와도 상관이 없는 설치류예요.
그리고 산미치광이라는 이름의 속뜻은 아직 분명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요.
참고로 제가 확인한 자료의 호저 서식지 목록에는 한국이 없었어요.
국내에서 만나려면 동물원을 찾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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