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눈물'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얼음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깡마른 북극곰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오랫동안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쓰여 온 이 상징적인 모습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북극곰은 당장이라도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근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일부 뉴스에서 "북극이 따뜻해져서 북극곰이 먹을 게 더 많아졌다", "오히려 살이 찌고 더 살만해졌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오해일까요?
1. '북극곰이 더 잘 산다'는 소문의 출처
"북극곰이 기후변화 덕분에 더 잘 살게 되었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등의 최신 생태 조사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진이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곰 집단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해빙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극곰들의 체중과 신체 건강 상태가 지난 20여 년간 오히려 양호해지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얼음이 녹으니 북극곰이 더 살기 좋아졌다"는 식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왜곡되어 확산한 것입니다.
2. 왜 특정 지역 북극곰은 살이 쪘을까?
스발바르 등 일부 지역의 북극곰들이 해빙 감소 속에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 사냥 방식의 임시 변경: 얼음 위에서 고리무늬물범을 사냥하기 어려워지자, 육상의 순록이나 바다코끼리, 조류의 알 등 대체 먹이를 적극적으로 섭취하기 시작함.
- 과거 포획 금지 조치의 효과: 1970년대 국제협약을 통해 무분별한 북극곰 사냥이 금지된 이후 개체수가 회복되던 추세가 이어져 온 영향이 큼.
- 보호종 지정으로 늘어난 바다코끼리: 과거 남획으로 감소했다가 보호 조치로 개체수가 폭증한 바다코끼리가 지방이 풍부한 훌륭한 대체 먹이가 됨.
즉, 기후변화 자체가 북극곰에게 이로웠다기보다는, 북극곰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적응 방식을 바꾼 결과이자 과거 보호 정책의 결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3. 북극 전체를 보면 여전히 심각한 위기
그렇다면 북극 전체의 북극곰들도 모두 살만해진 걸까요?
전 세계에 존재하는 19개 북극곰 하위 집단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생존 환경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서부 허드슨만(Western Hudson Bay) 지역의 북극곰 집단은 얼음이 녹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냥터와 먹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1980년대 이후 개체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스발바르처럼 대체 먹이가 풍부한 일부 특수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북극곰은 고칼로리인 물범 지방층을 섭취하지 못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 전문가들이 말하는 장기적인 위험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국제 극지곰 보호단체(Polar Bears International) 등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합니다.
육상 먹이로의 전환은 임시방편일 뿐, 순록이나 조류의 알만으로는 북극곰이 겨울을 나기 위한 엄청난 열량을 장기적으로 충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바다얼음이 일정 수준 이상 사라지면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고, 그때는 특정 지역의 북극곰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5. 결론: 착시 현상 뒤에 숨은 생존 투쟁
'북극곰이 더 살만해졌다'는 소문은 일부 지역의 일시적인 적응 사례가 확대 해석된 일종의 착시 현상에 가깝습니다.
북극곰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생태계 파괴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단편적인 단서에 안도하기보다는 북극 생태계 전체가 겪고 있는 변화를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지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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