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에서 '생산자물가 두 달째 상승'이라는 제목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달 초에 본 소비자물가는 2.9%였는데,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7.7%나 올랐다고 합니다.
같은 '물가'인데 숫자가 왜 이렇게 다를까요?
그리고 이 숫자가 우리 장바구니에는 언제쯤 닿게 될까요?
오늘은 이 두 가지를 천천히 정리해 볼게요.

9월 생산자물가, 숫자로 먼저 볼게요
한국은행은 10월 21일 9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했어요.
지수는 129.78로, 8월보다 0.2% 올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7% 높아요.
가장 많이 오른 건 농산물이었어요.
추석 수요가 몰리면서 배추가 한 달 새 42.9%, 쇠고기가 10.4% 올랐다고 합니다.
반대로 시금치는 19.3% 내렸어요.
주택용 전력도 13.4% 올랐는데, 이건 조금 다르게 봐야 해요.
7~8월에 적용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 완화가 9월에 끝나면서 생긴 통상적인 흐름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한 숫자에서는 석탄·석유제품이 50% 넘게 오른 것이 눈에 띄어요.
올해 2월 말 중동에서 전쟁이 시작된 뒤 국제유가가 크게 뛴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누가 사는 가격이냐'예요.
소비자물가는 우리 같은 가계가 마트나 식당에서 내는 값을 봅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공장에서 물건을 내보낼 때의 값을 봐요.
그래서 담긴 품목도 달라요.
소비자물가에는 집세, 외식, 통신비처럼 생활에 쓰는 458개 품목이 들어 있어요.
생산자물가는 원재료와 중간재를 포함해 약 884개 품목을 살핍니다.
생산자물가에는 석유화학 원료나 산업용 가스처럼 우리가 직접 사지 않는 것들도 많이 들어 있어요.
유가가 크게 오르면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크게 출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로 생산자물가는 부가가치세를 뺀 가격으로 계산해요.
그래서 두 숫자를 일대일로 맞대어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8% 올랐어요.
생산자물가의 석탄·석유제품 상승폭보다 훨씬 작지요.
올해 휘발유와 경유 등에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것도 소비자 가격의 출렁임을 줄인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에요.
미국 노동통계국이 10월 15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도 1년 전보다 6.3% 올랐다고 합니다.
공장 가격이 장바구니에 닿기까지
생산자물가를 흔히 소비자물가의 '앞선 신호'라고 불러요.
공장 가격이 오르면 시간을 두고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품목마다 달라요.
2021년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종재는 거의 바로 반영됐어요.
중간재는 약 3개월, 원재료는 약 5개월 앞서 움직였다고 합니다.
곡물 가격은 약 6개월 뒤 공장 식품 가격에, 다시 2개월쯤 뒤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어요.
기업들이 원자재를 분기나 반기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시차가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10월에는 국제유가가 내려 물가를 누르는 힘이 있다고 봤어요.
반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과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은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0월보다 단계가 올라, 해외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은 조금 신경이 쓰이실 것 같아요.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9월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올랐고, 1년 전보다 7.7% 높다는 건 공식 통계로 확인된 사실이에요.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처럼 원유와 가까운 품목이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그대로 장바구니 물가가 되는 건 아니에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8월 3.1%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배추도 그래요.
생산자물가에서는 한 달 새 42.9%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에서는 1년 전보다 15.2% 낮았습니다.
비교하는 기준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라 함께 보시면 덜 헷갈리실 거예요.
앞으로 몇 달 동안 공장 가격이 얼마나 소비자 가격으로 옮겨 갈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워요.
유가와 환율, 기업들의 가격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월 초 나올 10월 소비자물가를 함께 지켜보면, 이 '앞선 신호'가 얼마나 맞았는지 조금 더 또렷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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