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유소 가격표를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오는데, 금값 소식은 반대로 '하락'이라는 말이 자주 들려요.
물가가 오를 때는 금값도 오른다고 배운 것 같은데, 왜 지금은 거꾸로 움직이는 걸까요?
국제 금값이 석 달 만에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계기로, 그 이유를 차분히 정리해 봤습니다.

지금 금값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로이터 등에 따르면 국제 현물 금값은 23일 장중 온스당 3,975달러 선까지 떨어졌어요.
7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한 주 동안 약 4% 빠졌다고 합니다.
불과 아홉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어요.
금값은 1월 26일 처음으로 5,000달러를 넘었고, 1월 29일에는 금 선물이 5,626.8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지금은 그 고점보다 약 30% 낮은 셈이에요.
국내 가격도 함께 내려왔습니다.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1월 29일 112만 1천 원까지 올랐는데, 10월 24일에는 74만 8천 원으로 집계됐어요.
돌반지를 알아보던 분들께는 체감이 꽤 크게 다가올 숫자입니다.
참고로 뉴스마다 금값이 조금씩 달라 헷갈리실 수 있어요.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은 1g 단위로 거래되는데, 23일 종가는 1g에 17만 1,250원이었습니다.
금은방의 한 돈 가격에는 부가가치세와 수수료가 더해지기 때문에, 같은 날에도 두 가격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고 해요.
기름값이 오르면 금리가 떠오릅니다
같은 날 국제유가는 크게 올랐어요.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브렌트유는 하루 새 3.1% 올라 배럴당 116.7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물건값 전반이 오를 거라는 걱정이 커지죠.
그러면 시장은 곧바로 미국 중앙은행(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옮깁니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9월 약 3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정했어요.
여기서 금의 약점이 드러납니다.
금은 갖고 있어도 이자나 배당이 나오지 않아요.
예금이나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금을 들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손해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특히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금리'와의 관계가 자주 언급돼요.
미국 듀크대 캠벨 하비 교수 등이 2020년 발표한 글에서는, 2004~2020년 사이 실질 금값과 10년물 실질금리가 뚜렷하게 반대로 움직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저자들도 이것만으로 원인과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어요.
금은 정말 '물가 방패'일까요?
'금은 인플레이션을 막아 준다'는 말은 아주 긴 시간으로 보면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몇 년 단위로 보면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글에 따르면 1980년 고점 이후 5년 동안 금값은 약 55% 떨어졌어요.
그 기간 미국 물가는 해마다 평균 6% 넘게 올랐는데도 말이에요.
물가가 오르는 시기와 금값이 오르는 시기가 늘 겹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하락에는 다른 이유도 겹쳤던 것으로 보여요.
기술주가 크게 흔들리자 증거금을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팔았다는 분석이 있고, 달러 강세도 금값을 눌렀다고 합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유가 상승이 금리 인상 걱정으로 이어지고, 그 걱정이 금값을 끌어내렸다는 흐름은 여러 언론과 시장 분석에서 공통으로 확인돼요.
반면 앞으로의 방향은 의견이 갈립니다.
- UBS는 4,000달러 부근에서 사려는 수요가 받쳐 줄 것으로 봄.
- 세계금협회는 2025년 중앙은행 금 매입을 약 863톤으로 집계.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전망함.
- 8월 세계 금 ETF 보유량은 4,189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 반대로 금리 선물시장은 12월 미국 추가 인상 가능성을 약 80%로 반영 중임.
결국 27~28일 열리는 연준 회의와 미국 물가 지표가 당분간 금값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요.
국내 금값은 원·달러 환율의 영향도 받으니, 함께 살펴보시면 흐름을 읽기가 조금 쉬워집니다.
이 글은 금값이 움직이는 원리를 정리한 것이고, 투자를 권하거나 말리려는 글은 아니에요.
기름값과 금값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요즘, 숫자 뒤에 숨은 연결고리를 알아 두면 뉴스가 한결 덜 낯설게 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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