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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사람만 노래 부를까? 새, 고래, 강아지의 ‘음높이’ 세계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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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랑, 동물이 소리를 낼 때를 한 번 같이 떠올려보면 재밌습니다. 사람만 음을 ‘조절해서’ 노래하는 특별한 존재일까요, 아니면 동물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노래를 하고 있을까요?

사람은 어떻게 음을 조절할까?

사람이 음을 높였다 낮췄다 하는 핵심 장치는 목 안쪽의 성대, 그러니까 후두에 있는 두 줄의 성대입니다. 공기가 폐에서 올라오면 이 성대가 서로 가까이 붙어 떨리면서 소리가 만들어지죠. 이때 성대가 얼마나 팽팽한지, 얼마나 길게 늘어났는지가 곧 음의 높낮이를 결정합니다.

기본 원리는 기타 줄과 거의 똑같습니다. 성대를 더 팽팽하게, 길게 잡아당기면 더 빨리 떨면서 높은 음, 반대로 느슨하고 두껍게 만들면 느리게 떨면서 낮은 음이 나옵니다. 이걸 아주 정밀하게 담당하는 근육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윤상갑상근, 갑상피열근 같은 근육들이 성대의 장력과 길이를 미세하게 바꿉니다.

노래하는 부자의 그림자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사람 뇌에는 ‘노래를 위해 발달한’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대뇌피질의 운동영역 중에 후두를 직접 제어하는 부분이 있고, 이곳이 성대 근육에 꽤 직통에 가까운 신경 연결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멜로디를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래서 악보를 보면서 특정 음을 맞추는 능력, 미세한 반음 차이를 구분하는 능력은 인간이 특히 뛰어난 편이죠.

실제로 노래방에서 고음 부분을 부를 때를 떠올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목이 ‘조이는 느낌’이 아니라, 배 쪽에서 호흡을 받쳐주고 목은 최대한 편안하게 두려고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과학적으로 보면, 호흡 압력과 성대 장력을 동시에 적당히 조절해주면서, 공명은 입, 코, 두개골 쪽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몸이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도 음높이를 조절할까?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요. “멍멍, 야옹” 이런 단순한 소리만 낼 것 같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강아지 짖음, 고양이 울음, 새 지저귐에도 미묘한 높낮이 변화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많은 포유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후두와 성대를 이용해 소리를 내고, 성대의 장력, 길이, 공기압을 조절해서 어느 정도 음 높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는 높은 음의 짖음, 낑낑거림을 불안, 요구, 관심 끌기 등에 쓰고, 낮고 굵은 으르렁거림을 위협, 방어에 씁니다. 소, 말, 고양이도 상황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를 다르게 내는데, 이때 감정 상태나 사회적 메시지가 함께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개의 경우, 주인이 “앉아!” 같은 명령을 내릴 때 낮은 음으로 말하면 더 빨리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어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도 음 높이에 대한 일종의 공통 감각이 작동하는 셈입니다.

조금 더 극적인 예는 코끼리, 고래 같은 대형 동물입니다. 코끼리는 사람 귀로는 잘 안 들리는 아주 낮은 초저주파를 내서 먼 거리의 무리와 소통을 하는데, 이때도 성대 장력과 공기압을 조절해 주파수를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형 고래류, 특히 혹등고래는 길고 복잡한 음계 구조의 소리를 수십 분 동안 이어가는데, 소리의 높낮이, 반복 패턴, 변주가 마치 긴 노래처럼 들립니다.

반대로, 많은 영장류는 의외로 음높이 조절이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템포나 길이, 크기 정도는 상황에 따라 바꾸지만, 사람처럼 자유롭게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수준의 음정 조절은 거의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죠. 이 점이 인간의 말과 노래가 진화적으로 특이한 점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됩니다.

사람만 ‘노래’를 할까, 동물의 노래는 뭐지?

그렇다면 “사람만 노래를 하나요?” 이걸 답하려면 ‘노래’가 도대체 뭔지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과학 쪽에서는 보통 ‘여러 음절이 이어진, 비교적 복잡한 소리 패턴’을 노래, 짧고 단순한 소리를 콜이라고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사람 말고도 노래를 하는 동물은 꽤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새입니다. 특히 ‘노랫새’, ‘울새’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종들은 수십, 수백 개의 음절을 조합해서 복잡한 노래를 부르고, 경쟁자 모방, 구애, 영역 표시 등 다양한 용도로 씁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나이팅게일은 다른 새의 소리나 인공 휘파람 소리를 들려줬을 때, 자신의 노래 일부를 그 음높이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즉, ‘상대 음정을 맞춰주는’ 일종의 피치 매칭 능력이 있는 셈입니다.

고래, 특히 혹등고래도 동물 노래의 아이돌 같은 존재입니다. 수십 분 동안 이어지는 긴 소리를 일정한 구조로 반복하고, 해마다 노래 패턴이 서서히 바뀌기도 합니다. 어떤 집단은 특정한 구절을 같이 공유하는데, 이게 새들의 노래 학습처럼, 무리 안에서 ‘문화적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우리의 노래와 꽤 닮아 있죠.

흥미롭게도, 동물의 노래는 대부분 짝짓기, 영역 방어, 사회적 결속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의 노래도 원래는 집단 의식, 구애, 노동요처럼 공동체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요. 그러다가 인류는 언어와 음악을 더 정교하게 분화시키고, 예술로 발전시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새

개인적으로는 새소리 들리는 공원이나 숲길을 걸을 때, 이게 그들 세계의 “차트 1위 곡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마다의 음계, 리듬, 즉흥 변주가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아주 일부만 듣고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목소리와 노래를 다시 듣게 되는 순간

정리하자면, 사람의 음 높이 조절은 성대의 장력, 길이, 호흡, 공명까지 정밀하게 다루는 고급 기술이고, 그 뒤에는 후두 근육과 이를 세밀하게 조종하는 뇌 회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물들도 대부분 자기 종에 맞는 범위 안에서 음높이를 조절하며 소통하고, 새나 고래처럼 인간의 ‘노래’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복잡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종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인간의 노래가 조금 특별한 건, 우리가 그 음 조절을 통해 감정과 이야기, 상상력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하고, 심지어 전혀 실용적이지 않아 보여도 음악 자체를 위해 시간을 쓰는 존재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노래를 부르시거나, 길을 걷다가 새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를 들으실 때, ‘지금 이 친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음을 조절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 떠올려 보셔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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