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쉬운 과학 이야기/동물들의 재밌는 과학 이야기

북극곰은 있는데 왜 남극곰은 없을까? 북극과 남극 이야기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1. 16.
반응형

북극곰 사진

북극에는 곰이 살지만, 남극에는 현재 자연 상태의 곰은 전혀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어에 ‘북극곰’은 있는데 ‘남극곰’은 없는 거고,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북극곰만 따로 이름이 붙어 있죠.

북극에는 어떤 곰이 살까?

북극에 사는 곰은 딱 한 종,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북극곰입니다. 실제로는 얼음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반수생 포유류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북극곰의 조상은 시베리아, 알래스카, 그린란드 같은 북반구 대륙에 살던 불곰, 흑곰 계열이었는데, 먹이를 따라 점점 더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얼음 위에 최적화된 몸으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털 색이 흰색으로 바뀌고, 두꺼운 지방층, 큰 앞발, 뛰어난 수영 실력까지 다 북극의 얼음바다에서 물범을 사냥하기 위한 세트업이었던 셈이죠.

재미있는 건 북극이 바다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살던 곰들이 ‘걸어서, 얼음을 타고’ 충분히 북극권까지 진출할 수 있는 지리 구조였던 거죠.

남극에는 왜 곰이 없을까?

많은 분들이 “북극도 얼음, 남극도 얼음인데, 거기도 곰 하나쯤 살 법하지 않나?”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남극은 북극과 지리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북극은 얼음으로 덮인 바다 위에, 주변에 대륙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인데, 남극은 단단한 땅(대륙) 위를 두꺼운 얼음이 뒤덮고 있고, 그 주변이 온통 바다인 구조입니다. 얼핏 보기엔 둘 다 하얀 얼음 세상 같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동물이 들어올 수 있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거의 반대의 조건이죠.

북극곰이 진출했던 북극은 원래부터 곰이 살던 대륙과 얼음으로 연결되기 좋았던 반면, 남극은 다른 대륙과 한 번도 얼음다리로 이어진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빙하기가 와서 해수면이 낮아지고 얼음이 늘어나도, 곰이 “빙판을 타고 가보자” 하기에는 남극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고, 중간이 죄다 바다라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거죠.

게다가 남극은 위도도, 바람도, 해류도 극단적으로 험해서, 우연히 떠내려가다 도착하는 식의 “로또 이민”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 북극곰이 극한을 버텨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해도, 일단 그곳으로 도착해야 살든 말든 하는데, 애초에 도착할 통로가 막혀 있었던 셈이죠.

얼음 위에 있는 북극곰 사진

‘남극곰’이라는 말이 없는 이유는?

한국어에서 ‘북극곰’은 아주 일상적인 단어인데, ‘남극곰’은 아예 사전에도 없고, 들으면 살짝 우스운 말처럼 느껴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제로 그 동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polar bear’ 하면 기본적으로 북극곰, 즉 북극권에 사는 그 종 하나를 가리킵니다. 굳이 “arctic polar bear”라고 다시 말할 필요도 없고, “Antarctic bear(남극곰)”라는 단어도 표준적인 동물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남극의 대표 동물은 펭귄이어서, 남극은 거의 ‘펭귄의 땅’으로 인식됩니다. 언어 속 이미지로 보면, 얼음과 곰이 함께 떠오르면 북극, 얼음과 펭귄이 함께 떠오르면 남극이라는 식으로 두 극지가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더라고요.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에서는 곰을 부를 때 서식지 이름을 붙여서 ‘반달가슴곰, 히말라야곰, 북극곰’처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남극에는 애초에 곰과 동물이 없으니 ‘남극곰’이라는 이름이 생길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겁니다. 언어는 결국 사람이 자주 접하는 것, 실제로 존재하는 것 위주로 단어를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북극곰은 남극에 가면 살 수 있을까?

환경만 놓고 보면, 얼음, 물범, 차가운 바다, 긴 겨울, 이런 요소들은 북극과 남극 둘 다 어느 정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을 남극으로 옮기면 되지 않을까?” 같은 상상도 할 수 있죠.

만약에, 북극곰을 남극으로 데려다 놓으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범 같은 먹이도 있고, 기온도 북극과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문제가 훨씬 복잡합니다.

남극 생태계는 현재 펭귄, 바다표범, 크릴, 고래 등으로 이미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북극곰 같은 대형 포식자가 갑자기 등장하면, 펭귄, 물범 개체군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고, 기존의 먹이사슬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죠.

또 북극에서 이미 기후변화, 오염으로 위협받는 종을, 또 다른 극지로 옮기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보전단체나 연구자들은 “북극곰 이주” 아이디어를 ‘재미있는 가정’ 정도로 보지,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북극, 남극, 그리고 언어가 만들어낸 이미지

결국 정리해보면, 곰은 자연 상태에서는 북극에만 살고, 남극에는 살지 않습니다. 이유는 환경이 아니라, 지질학적, 지리적 ‘길’이 다르게 열려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어든 영어든, 실제로 존재하는 북극곰만 이름이 있고, 남극곰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언어 속에서 북극은 곰, 남극은 펭귄이라는 상징이 굳어지는 데에는 이런 진화와 지구의 역사, 지리적 우연이 다 겹쳐져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