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숫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정유사 영업이익은 연간 1조 원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왜 검찰은 피해액을 26조 원이라고 말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영업이익과 피해액은 전혀 다른 숫자입니다
먼저 이 두 숫자의 성격부터 구분해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영업이익은 기업 입장에서의 수익입니다.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실제로 얼마를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반면 피해액은 소비자나 시장 전체가 담합이 없었더라면 내지 않았을 금액을 추정한 값입니다.
즉, 영업이익은 “정유사가 얼마나 벌었는가”를 말해주고, 피해액은 “시장 전체가 얼마나 더 냈다고 볼 수 있는가”를 말해줍니다.
그래서 정유사의 실제 이익 규모와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액 규모는 애초에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핵심은 ‘가상 경쟁가격’입니다
담합 손해액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상 경쟁가격입니다.
이 말은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담합이 없었다면 시장에서 얼마의 가격이 형성됐을지를 가정해 보는 것입니다.
법원과 학계에서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를 보통 “실제 담합 가격”과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가격”, 즉 가상 경쟁가격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문제는 이 가상 경쟁가격이 실제로 존재했던 숫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국 여러 자료와 모델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손해액 계산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실제 재판에서는 이 추정 방식이 타당한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집니다.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손해액 계산의 기본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먼저 담합이 있었던 기간의 실제 가격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가상 경쟁가격을 추정합니다.
그리고 두 가격의 차이를 구한 뒤, 그 기간 동안 거래된 전체 물량을 곱합니다.
정리하면 손해액은 “실제 가격 - 가상 경쟁가격”에 “전체 거래량”을 곱한 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터당 50원을 더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그 기간 거래량이 수십억 리터라면 손해액은 순식간에 수천억 원, 수조 원 단위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계산 방식 때문에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몇천억 원 수준이라고 해도, 시장 전체 손해액 추정치는 훨씬 크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검찰이 말한 14조와 26조는 이런 식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를 약 14조 2천억 원으로 추산했고, 다른 정유사들의 가격 추종 효과까지 더한 경쟁 제한 효과는 약 26조 원으로 봤습니다.
이 숫자는 “정유사가 실제로 그만큼 벌었다”는 뜻이라기보다, 해당 기간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서 가격 왜곡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를 추정한 값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계속 다투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가격 추종 행위까지 어느 범위에서 손해액에 포함할 수 있는지는 논쟁적인 지점으로 보입니다.
판례도 손해액 계산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경유 담합 사건에서도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손해액 자체는 정밀하게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57조에 따라 손해는 발생했지만 그 액수를 증명하기 극히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담합 손해액은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하나로 떨어지는 숫자라기보다, 경제 분석과 법적 판단이 함께 들어가는 추정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피해액 26조라는 숫자도 확정된 결론이라기보다, 검찰이 현재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한 하나의 주장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숫자가 큰 이유는 거래량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석유제품 시장의 거래량입니다.
휘발유와 경유는 전국 단위로 매일 엄청난 물량이 거래됩니다. 그래서 리터당 몇십 원 수준의 차이도 전체 시장으로 넓혀 보면 매우 큰 금액이 됩니다.
바로 이 구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의 영업이익보다 소비자·시장 전체 기준의 피해액 추정치가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숫자가 과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계산의 출발점 자체가 “기업 이익”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초과 부담”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숫자는 앞으로도 논쟁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환율, 재고, 최고가격제 같은 외부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계산이라고 반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검찰과 소비자 측에서는 과점 구조에서 가격 왜곡이 발생했다면 시장 전체 기준으로 손해를 넓게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피해액 숫자를 볼 때, “정말 26조를 벌었다”가 아니라 “검찰은 시장 전체의 가격 왜곡 효과를 이 정도 규모로 보고 있구나” 정도로 읽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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