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자를 보면 못 참는 고양이과 동물들
고양이 영상을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상자입니다. 값비싼 장난감보다 택배 상자에 먼저 뛰어들고, 심지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까지도 거대한 박스를 가져다 주면 슬금슬금 들어가 앉는 모습이 포착되죠. 겉으로 보기엔 “그냥 귀여운 행동”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 뒤에는 고양이과 동물이 공통으로 가진 생태와 뇌의 특성이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사냥할 때 매복하는 포식자입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는 타입이 아니라, 몸을 숨긴 채 먹잇감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순간적으로 튀어나가 공격하는 전략을 써 왔습니다. 상자는 현대 실내 생활 속에서 그 ‘매복 포인트’를 대신해 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사람 눈에는 그냥 골판지 박스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밖은 보이는데 나는 잘 안 보이는” 완벽한 은신처인 셈이죠.
안전한 피난처, 스트레스를 낮추는 숨숨집
상자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고양이에게는 작은 피난처 역할을 합니다. 낯선 환경에 처음 놓인 고양이에게 상자를 제공했더니, 상자가 없는 그룹보다 훨씬 빨리 스트레스가 줄고 환경 적응 속도도 빨라졌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낯익지 않은 냄새, 소리, 움직임이 많은 공간에서 고양이는 몸을 드러내기보다 우선 숨어서 상황을 관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상자 같은 좁고 막힌 공간은 고양이에게 “등을 맡길 곳”을 제공해 줍니다. 뒤에서 다가오는 위험은 차단되고, 눈앞 좁은 구멍만 주시하면 되니 경계에 써야 할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몸을 최대한 구겨 넣고 웅크린 채 눈만 내밀고 세상을 관찰하곤 합니다. 심리적으로도 이 공간에 자신의 냄새를 묻히며 자신의 공간이라는 안전감을 강화하는데, 이런 행위가 불안을 낮추고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냥 본능과 호기심이 동시에 충족되는 공간
상자는 사냥 본능을 실컷 연습할 수 있는 ‘실내 연습장’이기도 합니다. 상자 안에서 몸을 낮추고 있다가, 집사가 지나가거나 장난감이 눈앞을 스칠 때 그대로 뛰쳐나가는 모습, 많이 본 장면일 겁니다. 이는 야생에서 풀숲이나 바위 뒤에 숨었다가 먹잇감을 덮치는 행동과 거의 동일한 패턴입니다.
게다가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새로운 물건이 집 안에 들어오면 냄새를 맡고, 발로 툭툭 건드려 보고, 직접 안에 들어가 어떤 공간인지 탐색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상자는 그 자체로 “새로운 구조물 + 구멍 + 숨을 수 있는 공간”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장난감이라, 고양이의 탐험 욕구를 자극하기에 최적입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에게도 큰 상자를 주면, 똑같이 들어가서 몸을 말고 누워 버리는 이유가 바로 이 본능적인 구조 덕분입니다.
체온 유지와 ‘딱 맞는 크기’의 편안함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아서, 대략 38~39℃ 정도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집 안 온도는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골판지 상자는 공기층이 있어 단열 효과가 좋고, 작은 상자일수록 자신의 체온이 안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으니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일부러 자기 몸보다 조금 작은 상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을 꽉 끼게 말아 넣었을 때 몸 전체가 어디에도 노출되지 않고, 사방이 닫혀 있는 느낌에서 큰 안도감을 얻습니다. 느슨하게 남는 공간보다 몸에 “딱 붙는” 공간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야생에서 몸을 최대한 숨겨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포식자의 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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