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탄자니아 북부, 세렝게티 옆에 자리한 거대한 칼데라로, 실제로 가보면 “또 다른 지구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것 같아요. 무너진 화산 분화구 하나가 통째로 자연 사파리처럼 변해, 지금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사파리 투어를 위해 찾는 명소가 되었죠. 저도 최근에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는데 사파리 투어 중에 가장 깊이 있는 곳이라고 느껴집니다.
200만 년 전 화산이 남긴 거대한 그릇
응고롱고로는 약 200만 년 전, 거대한 화산이 폭발을 반복하다 내부가 비면서 산꼭대기가 한 번에 무너져 내리며 만들어진 칼데라입니다. 지금의 킬리만자로에 견줄 정도로 높았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큰 화산이었고, 그 꼭대기 부분이 통째로 내려앉아 넓은 그릇 모양의 분화구가 된 거죠.
분화구 지름은 대략 16~22km 정도로, 서울의 중심부를 통째로 넣어도 남을 만큼 큰 원형 공간입니다. 깊이는 약 600m 정도라, 림(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대한 자연 경기장 안을 위에서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고들 하더라고요.
이 분화구를 만든 화산은 동아프리카 대지구대의 활발한 판 운동, 화산 활동이 빚어낸 작품입니다. 주변에는 올모티, 엠파카이 같은 다른 칼데라들도 함께 자리해 있어, 이 일대가 오래전부터 지구 내부 에너지의 ‘실험실’ 같은 지역이었다는 걸 보여주죠.
분화구 안에서 펼쳐지는 사파리 극장
지금의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이룰 정도로 다양한 동물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분화구 안에는 초원, 습지, 작은 숲, 알칼리성 호수까지 여러 서식지가 뒤섞여 있고, 그 덕분에 누, 얼룩말, 가젤 같은 초식동물부터 사자, 치타,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까지 밀도 높게 공존하죠.

분화구 한가운데 자리한 마가디 호수(이름은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기되기도 해요)는 염분이 높은 소다 호수라 물빛이 독특한데, 수면 위를 분홍빛 홍학 무리가 채우는 계절에는 정말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초원엔 동물들이 흩어져 풀을 뜯고, 그 사이사이에 수많은 동물들이 있어요. 정말 초 거대 동물원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놀러갔으나 코뿔소를 가까이서는 보지 못해서 다른 분이 찍은 코뿔소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사람, 이름, 그리고 공존의 분화구
응고롱고로는 엄밀히 말하면 국립공원이라기보다는, 마사이 목축민과 야생동물이 함께 사는 보호구역에 가깝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살던 마사이 사람들은 지금도 분화구 주변에서 가축을 몰며 생활하고 있고, 전통 복장을 한 채 소떼와 함께 언덕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응고롱고로 풍경의 일부예요.
‘응고롱고로’라는 이름은 마사이 사람들이 전투용 종이나 방울이 울리는 소리를 흉내 내 부르던 말에서 왔다고 전해집니다. 말을 타고, 혹은 가축을 몰고 언덕을 내려올 때 울려 퍼지던 금속성의 “응고롱고로” 하는 소리가 점점 지명의 이름이 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광 산업, 야생동물 보호, 마사이 공동체의 삶이 서로 부딪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연을 지키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는 건 아니라는 걸, 응고롱고로는 조용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무너져 내린 화산의 자리에 이렇게 풍요로운 생태계가 자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구가 얼마나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행성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그 림에 직접 서시게 된다면, 아마 사진보다 먼저 바람 냄새, 흙 냄새부터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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