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토머스 헤이거의 '공기의 연금술'이라는 책을 소개할게요. 이 책은 공기 중에 넘쳐나는 질소를 비료로 바꿔 인류의 식량 위기를 해결한 화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화학공학 전공자로서 읽으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식량 위기와 비료의 탄생
인류가 늘어나면서 식량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어요. 19세기 말,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처럼 인구는 기하급수로 불어나는데 작물 생산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갔죠. 당시 비료는 주로 천연물에 의존했어요. 페루의 구아노 새똥이나 칠레 사막의 초석(질산칼륨)이 주요 원천이었는데, 이게 고갈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포함해 전세계는 패닉에 빠졌어요.
구아노는 남미에서 배로 실어 나르는 귀한 자원이었고, 초석은 전쟁까지 벌어질 만큼 귀했죠. 농부들은 콩 같은 질소 고정 작물을 심거나 땅을 쉬게 해서 토양 질소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한계가 뚜렷했어요. 제 생각엔 이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아요. 책에서 묘사하듯, 질소 없이는 땅이 메말라 수확량이 반토막 났으니까요.
이 비료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1930년대 대기아가 올 거란 예측까지 나왔어요. 인구 40억 명 한계라는 소리, 지금 80억 시대에 와서 보니 무섭네요. 이런 배경에서 인공 비료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죠.
하버-보슈 공정의 탄생 히스토리
프리츠 하버가 주인공이에요. 유대인 화학자로 독일에서 인정받으려 애쓴 그는 공기 중 질소(78%)와 수소를 고온 고압에서 반응시켜 암모니아(NH3)를 만드는 법을 발견했어요. 1909년 실험실에서 성공한 이 공정이 하버 공정의 시작이죠. 하지만 실험실 성공이 산업화로 가는 길은 험난했어요.
여기서 카를 보슈가 등장해요. 바스프 화학사 엔지니어로, 하버의 아이디어를 대규모 공장으로 구현했어요. 고압 반응기를 개발하고 촉매(철 기반)를 최적화했어요.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실패를 거쳤죠. 1913년 독일 오펠덴 공장에서 상업 생산이 시작됐고, 이는 '빵에서 폭탄까지'라는 별명처럼 비료와 화약 모두를 가능케 했어요.
히스토리를 더 들여다보니 재미있어요. 19세기 말 아크톤 공정이나 시안아마이드법 같은 경쟁 기술이 있었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하버-보슈가 압도했죠. 제 박사 과정에서 촉매 반응 다뤘을 때, 이 공정이 현대 정유/화학 공업의 뿌리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하버는 노벨상 받았지만, 1차대전 독가스 개발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요.

과학자들의 빛과 그림자
하버와 보슈의 삶은 드라마예요. 하버는 독일 애국자로 비료 혁명을 일으켰지만, 아내 클라라는 그의 독가스 연구에 절망해 자살했어요. 보슈는 나치 시절 유대인 하버를 보호하려 애썼지만, 결국 쫓겨났죠. 이 공정 덕에 인류 절반이 살아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책은 단순 기술 이야기 아닌 시대사를 그려요. 전쟁에서 비료가 화약으로, 평화에서 식량으로 변신하는 과정이요. 이 공정이 없었다면 지금 농업은 상상도 못 할 수준일 거예요.
읽고 난 후기와 생각
이 책 읽으면서 가장 와닿은 건, 과학이 얼마나 '연금술' 같은 마법인지예요. 공기라는 공짜 자원으로 암모니아를 뽑아내 식량 폭발을 일으키다니! 책을 읽으면서 하버의 아이디어가 실험실 밖으로 나와 성공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어요. 실패 99번 하고 100번째 성공하는 그 끈기, 배워야죠.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건, 대학 때 하버-보슈를 교과서에서만 봤다는 거예요. 배경 히스토리 알았다면 더 재밌게 공부했을 텐데. 결국 돌고돌아 "공기로 빵 만든다니 신기해"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강력 추천하지는 않지만, 과학의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화학공학을 전공해 보다 large-scale로의 공정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읽고 나니 세상에 조금 더 감사해지네요. 여러분도 한 번 펼쳐보세요.
'"자연 관찰자"의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리뷰] 침팬지 사회의 권력 투쟁: ‘침팬지 폴리틱스’ 책 리뷰 (1) | 2025.11.16 |
|---|---|
| [책 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자연이 품은 고독과 치유 (0) | 2025.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