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을 하면 어떤 사람은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고, 어떤 사람은 야식·단 음식이 미친 듯이 땡기죠. 겉으로 보기엔 "몸이 예민해졌다" 정도로 느껴지지만, 안쪽에서는 호르몬, 면역, 뇌 신경회로까지 총동원된 꽤 정교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입덧이란?? 그러면 입덧은 왜 생길까?
입덧은 "임신 초기에 입맛이 없고 구역질이 나는 증상"으로 정의돼요. 보통 임신 6~18주, 특히 1분기(12주 전후)에 가장 심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 호르몬 변화 : 임신이 되면 태반에서 분비되는 hCG, 에스트로겐 등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뇌의 구토중추와 미각·후각 민감도가 함께 변합니다.
- 태반·태아에서 나오는 신호 : 최근 연구에서는 태반·태아가 만드는 GDF15라는 단백질이 엄마 혈중에서 높을수록 입덧이 심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 면역·염증 반응 : 일부 연구는 임신 초기에 엄마 몸이 ‘반쯤은 남의 몸’인 태아를 받아들이기 위해 독특한 면역 반응과 염증 신호를 일으키고, 이것이 메스꺼움과 음식 혐오를 유발한다고 설명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입덧을 "태아 보호용 경보 시스템"으로 보기도 해요. 태아 장기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특히 고기, 강한 향신료, 커피, 알코올 같은 음식에 심한 혐오감이 생기는데, 이런 음식은 냉장·위생이 나쁘던 환경에서 식중독·독성 위험이 컸던 먹거리거든요. 쉽게 말해, 입덧은 "지금은 위험할 수 있는 음식 좀 피하자"라는 몸의 자동 알람에 가깝다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먹덧은 뭘까?
일상에서 "먹덧"이라고 부르는 건 임신 중 특정 음식이 유난히 강하게 땡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임신 중 땡기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돼요. 학문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임산부들이 체감하는 변화라 하나의 패턴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 예: 밤마다 치킨·햄버거가 떠오른다, 얼음·얼린 과일만 계속 먹고 싶다, 평소 안 먹던 신 음식·매운 음식에 꽂힌다 등.
- 입덧과 달리 "혐오와 회피"보다는 "갈망과 보상" 쪽에 가깝습니다.
먹덧의 과학 1: 호르몬과 에너지 밸런스
임신 중에는 에너지 요구량이 늘어나고, 이를 맞추기 위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재조정됩니다.
- 렙틴(Leptin) : 지방세포에서 나와 "이제 그만 먹어도 돼"라는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인데, 임신 중에는 혈중 농도는 높아지지만 몸이 이 신호에 덜 민감해지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그 결과 포만감을 덜 느끼고 더 자주, 더 많이 먹게 되죠.
- 그렐린(Ghrelin) : 위에서 분비되는 "배고픔 신호" 호르몬으로, 식욕을 올리고 지방 저장을 촉진합니다. 임신 중에는 그렐린-렙틴 축이 변하면서 평소보다 음식에 더 끌리고, 특히 고열량 식품에 대한 선호가 커지기 쉽습니다.
- 에스트로겐·프로락틴·성장호르몬 : 에스트로겐은 원래 식욕을 약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임신 중에는 다른 호르몬들과 얽혀 렙틴 저항성, 혈당 조절, 지방 축적 패턴 등을 바꾸며 "엄마+태아+앞으로의 모유 수유"까지 고려한 에너지 저장 모드로 몸을 셋팅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먹덧에는 "지금은 살을 조금 더 붙이고, 칼로리를 넉넉히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는 신호가 강하게 반영돼 있어요. 물론 이 변화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건 아니고, 갈망하는 음식의 종류와 강도는 개인차가 큽니다.
먹덧의 과학 2: 뇌 보상회로와 심리 요인
동물 실험에서는 임신한 쥐가 평소보다 단 음식·고열량 식품에 더 민감해지고, 이를 먹었을 때 뇌의 도파민 보상회로가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특히 중뇌-측좌핵(메솔림빅 경로)에 있는 D2 수용체 뉴런 활동이 변하면서,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회로 자체가 임신 상태에 맞게 리모델링된다는 거죠.
- 도파민 : 보상·동기부여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특정 음식을 떠올리기만 해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키게 합니다.
- 감각 변화 : 임신 중 후각·미각이 예민해지면서, 어떤 음식은 더 역하게 느껴지고(입덧 방향), 어떤 음식은 평소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여기에 심리적인 요소도 겹칩니다. BBC 코리아 기사에서는 임신 중 먹덧이 "생물학적 원인만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연구들을 소개하는데요,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 "이건 먹으면 안 된다"는 제한, 음식을 통한 위로와 보상 욕구 등이 합쳐져 특정 음식에 대한 강한 갈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입덧 vs 먹덧 비교
| 구분 | 입덧 | 먹덧 |
|---|---|---|
| 주요 증상 | 메스꺼움, 구토, 특정 냄새·음식에 대한 강한 혐오 | 특정 음식에 대한 강한 갈망, 자꾸 생각남 |
| 주요 시기 | 주로 임신 1분기, 6~18주 사이에 많음 |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음, 특히 중·후반에도 지속 가능 |
| 주된 방향 | "이건 못 먹겠다"는 회피, 식욕 감소 | "이걸 꼭 먹고 싶다"는 추구, 특정 음식 선호 |
| 생물학적 의미 |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는 음식·독소 회피, 감염·중독 위험 줄이기 | 에너지·지방 축적, 보상회로 변화,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
입덧·먹덧을 과학적으로 바라볼 때 기억할 점
- 개인차가 매우 크다 : 같은 호르몬 변화라도 유전적 민감도, 체질, 이전 위장·편두통 병력 등에 따라 입덧의 강도가 다르고, 먹덧 역시 사람마다 양상과 강도가 크게 다릅니다.
- 심한 입덧은 치료 대상 : 탈수·체중 감소가 심한 경우(과다 입덧, hyperemesis gravidarum)는 단순한 진화적 "적응"을 넘어서, 약물·수액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 먹덧은 ‘메커니즘’이지 ‘의무’가 아니다 : 몸이 고칼로리 음식을 더 찾게 되는 메커니즘이 있다 해도, 현실에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체중 관리가 여전히 중요합니다. 특히 먹덧 때문에 체중이 과하게 늘면 임신성 당뇨·고혈압 위험이 커질 수 있어요.
결국 입덧과 먹덧은 "몸이 임신이라는 특수 상황에 적응하는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쪽은 위험한 음식을 피하게 만드는 회피 시스템이고, 다른 한쪽은 에니지와 정서적 안정을 채우기 위한 보상·갈망 시스템에 가까운 셈이죠. 이 둘이 섞여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날은 아무 것도 먹기 싫다가도, 또 어떤 날은 특정 음식만 간절히 땡기는 그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이 생기는 겁니다.
마무리: 임산부 몸의 변화를 대하는 태도
입덧이든 먹덧이든,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임신이라는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몸이 세팅을 다시 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집니다. 다만 입덧 때문에 물도 못 마실 정도로 힘들거나, 먹덧 때문에 체중·혈당이 빠르게 올라간다면, 그때는 "과학적 이해" 위에 "의학적 도움"을 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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