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를 타다 보면 주유소의 ‘고급휘발유’ 라벨이 괜히 신경쓰이죠. 일반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비싼데,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특히 수입차나 고가 차량 오너분들 사이에선 ‘옥탄가’가 늘 화두입니다. 오늘은 이 옥탄가(RON)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고, 왜 엔진에게 중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옥탄가, 엔진 노킹을 막는 방패
휘발유를 엔진에서 압축할 때 너무 일찍 폭발하면 ‘노킹(knocking)’이라는 이상 연소가 일어나요. 마치 불이 미리 붙어버리는 것처럼요. 이런 노킹은 엔진에 손상을 주고, 출력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연료는 압축을 많이 받아도 버티는 능력이 중요해요. 바로 이 내폭 성능을 숫자로 표현한 게 옥탄가(RON: Research Octane Number)입니다.
쉽게 말하면 옥탄가가 높을수록 ‘빨리 터지지 않는 연료’, 즉 노킹에 강한 연료라는 뜻이에요. 고성능 엔진일수록 압축비가 높고 연소가 빠르기 때문에, 이런 엔진은 고옥탄가 연료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일반 승용차는 압축비가 낮아 일반휘발유(RON 91~92 정도)면 충분하죠. 하지만 수입 터보차량이나 스포츠카는 RON 98 이상이 권장됩니다.
고급휘발유는 어떻게 다를까?
그럼 고급휘발유는 어떻게 옥탄가를 높일까요? 단순히 ‘좋은 원유’를 쓰는 게 아니라, 정제 기술과 첨가제의 차이에 있습니다.
정유사는 복잡한 정유공정을 통해 다양한 탄화수소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이 중 특히 ‘이성화(isomerization)’나 ‘알킬화(alkylation)’ 공정은 노킹에 강한 분자를 많이 생성해요. 즉, 화학적으로 더 균일하고 안정적인 탄화수소를 쓰는 거죠. 여기에 엔진을 깨끗이 유지해주는 세정제, 산화방지제, 금속부식 방지제 등 첨가제를 함께 섞습니다.
비싼 만큼 효율이 있을까?
많은 분들이 “고급휘발유 넣으면 연비가 더 좋아지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일반 엔진에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옥탄가가 높다고 반드시 더 많이 타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노킹 방지를 위해 ECU(엔진 제어장치)가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정하는데, 고급휘발유를 사용하면 엔진이 보다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성능보다 ‘안정성과 수명’ 측면의 장점이 더 큽니다.

선택은 ‘엔진’이 결정한다
결국 어떤 연료가 맞느냐는 그 차의 엔진이 결정합니다. 매뉴얼에 고급휘발유 권장이 있다면, 그건 엔진이 더 높은 압축비를 가지도록 설계됐다는 뜻이거든요. 반대로 일반 차량에선 굳이 비싼 고급휘발유가 필수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언제나 내 자동차의 엔진 조건에 맞는 연료를 사용하느냐”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고급휘발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정유사들의 촉매기술, 정제공정, 분자설계가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화학공학적 관점에서도 꽤 멋진 제품이죠. 비록 비율로 따지면 5~7% 정도의 시장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엔진의 성능을 100% 끌어내고 싶은 운전자들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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