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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생활 정보 이야기

편의점 맥주들 중 성분에 ‘고수’가 있는 걸 알았나요?…근데 왜 고수가 있는지 우리는 몰랐을까요?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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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4캔 11,000원, 12,000원 행사 맥주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가, 어느 날 문득 캔 뒷면 성분표를 읽어보다가 ‘고수 ○○% 함유’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살짝 멍해지죠.

“어? 내가 지금까지 고수가 들어간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다음엔 “근데 고수 맛은 잘 모르겠는데…”라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재밌는 건, 이 반응이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고수 들어간 맥주들은, 우리가 그동안 느끼던 “비누 맛, 세제 향” 같은 것과는 거리가 꽤 멀거든요.

성분표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고수 맥주’

저도 어느 날, 집에서 편의점 맥주를 마시다가 심심해서 캔을 돌려보며 성분표를 읽다가 “고수 함유”라는 문구를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이거 고수 향 나는데?”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달달하고, 향긋하고, 과일 맛이 나는 밀맥주네” 정도의 인상만 남아 있었죠.

알고 보니, 맥주에 들어가는 고수는 우리가 쌀국수에서 보는 연두색 잎이 아니라, 말린 씨앗을 아주 소량 갈아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양도 극히 적다 보니, “이건 고수맛!” 하고 딱 집을 수 있을 정도로 튀어나오기보다는, 전체적인 향을 살짝 상큼하게 밀어주는 조연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왜 앞 라벨 말고, 뒷면에만 ‘고수 함유’가 있을까

맥주 정면 라벨에는 보통 브랜드 이름, 알코올 도수, “부드러운 밀맥주”, “상큼한 과일향” 같은 문구만 크게 적혀 있어요.

여기에 “고수 맥주”라고 대놓고 써 버리면, 쌀국수에서 고수 향에 당황해본 적 있는 사람들은 그 순간 바로 진열대를 떠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고수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보다는, 뒷면 원재료 표기에서 조용히 “향신료(오렌지 껍질, 고수)” 정도로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의 공식 성분표를 보면 “물, 보리 맥아, 밀, 글루코스 시럽, 아로마 캐러멜, 향료, 홉 추출물, 안정제, 향신료: 오렌지 껍질, 고수”처럼 고수가 향신료 묶음 안에 조용히 들어가 있어요.

호가든, 히타치노 넨스트 화이트 에일 같은 맥주들도 “코리앤더, 오렌지 필이 들어간 벨기에식 위트비어”로 소개되지만, 정면에서 고수를 크게 때려 박기보다는 스타일 설명 속에 녹여두는 방식이 많고요.

고수가 들어가도 왜 맛이 잘 안 느껴질까

많은 분들이 “비누 맛, 세제 향”이라고 말하는 건 보통 고수 잎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전적으로 그 향을 비누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알려져 있고요.

하지만 맥주에 들어가는 건 고수 잎이 아니라 고수 씨앗이라, 향의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씨앗은 오렌지 껍질, 레몬 껍질, 꽃 향 같은 쪽에 더 가까운 향을 내요.

최근 연구를 보면, 고수 씨앗에는 리날룰, 게라니올 같은 테르펜 계열 향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이게 발효 과정에서 시트러스, 플로럴 향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요.

특히 벨기에식 위트비어는 밀, 오렌지 껍질, 고수를 조합해 과일 향, 허브 향, 꽃 향을 섞어내는 스타일이라, 고수의 향이 따로 튀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큼한 향 덩어리” 안에 녹아버립니다.

그래서 실제로 마실 때 느끼는 건 대개 이런 흐름에 가까워요. “부드러운 밀맥주네 → 오렌지, 복숭아 같은 과일 향이 나네 → 끝맛이 깔끔하고 살짝 향긋하네” 정도. 그 어디에도 “아, 이건 고수다!” 하고 바로 떠올릴 만한 지점은 잘 안 보이죠.

고수가 올라간 쌀국수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고수 들어간’ 맥주들 정리

이제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수가 들어간 맥주들을 한 번에 정리해볼게요. 편의점, 마트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 크로넨버그 1664 블랑 (Kronenbourg 1664 Blanc)

프랑스 브랜드의 위트비어로, 편의점 4캔 행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밀맥주 중 하나죠.

공식 성분표를 보면 “물, 보리 맥아, 밀, 글루코스 시럽, 아로마 캐러멜, 향료, 홉 추출물, 안정제, 향신료: 오렌지 껍질, 고수”가 들어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맛은 복숭아, 살구, 오렌지 주스 같은 과일 향이 강하고, 탄산이 부드럽고, 끝에 아주 약하게 허브 느낌이 남아요. 많은 분들이 “그냥 달달하고 향긋한 밀맥주”로 기억하시는 그 맛입니다.

2. 호가든 (Hoegaarden Witbier)

벨기에식 위트비어의 상징 같은 맥주라서, 마트, 편의점, 술집 어디에서나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호가든은 전통적으로 밀, 오렌지 껍질, 고수(코리앤더)를 함께 쓰는 레시피로 유명하고, “코리앤더와 오렌지 필로 맛을 낸 오리지널 벨지안 위트비어”라는 식으로 자주 소개돼요.

실제로 마셔보면 바나나, 오렌지 같은 과일 향, 부드러운 밀 향, 은근한 허브 향이 섞여 있어서, 고수라는 재료를 모르고 마시면 그냥 “상큼하고 부드러운 밀맥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히타치노 넨스트 화이트 에일 (Hitachino Nest White Ale)

일본의 히타치노 넨스트 화이트 에일은 일본 양조장이 만든 벨기에식 화이트 에일이에요.

공식 정보에 따르면, 물, 보리 맥아, 홉, 밀, 오렌지 주스, 오렌지 껍질, 고수 씨앗, 육두구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일반적인 위트비어보다 향신료 느낌이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라, 살짝 “향신료 차”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해요. 편의점마다 입점 여부가 다르지만, 수입맥주 전문 매장이나 일부 편의점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4. 제주 위트 에일 (Jeju Wit Ale)

국내 맥주 중에서도 고수를 쓰는 위트비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제주 위트 에일이에요.

제주 위트 에일은 벨기에식 위트비어 스타일로, 제주산 감귤 껍질과 고수를 함께 써서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은은한 향신료 향을 내는 게 특징입니다.

편의점, 대형 마트 등에서 만나볼 수 있고, “국내 밀맥주인데 향이 꽤 화사하다”는 느낌을 주는 쪽이죠.

5. 기타 화이트 에일, 위트비어 계열

크로넨버그, 호가든, 히타치노 외에도, 벨기에식 위트비어, 화이트 에일, Wheat Beer라고 적혀 있는 수입 맥주들 중 상당수가 고수와 오렌지 껍질 조합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알라가시 화이트(Allagash White) 같은 맥주도, 대표적인 화이트 에일로서 코리앤더와 오렌지 껍질을 사용한다고 공개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제품들은 국내 편의점에서 항상 보이는 건 아니고, 수입 전문 매장, 펍, 일부 행사 위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수 싫어도, 이미 여러 번 마셔봤을지도

재밌는 건, “나는 고수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고 말하는 분들 중에도, 1664 블랑, 호가든, 제주 위트 에일 같은 맥주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잘 마시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거예요.

그 이유는 결국, 맥주 속 고수는 잎이 아니라 씨앗, 그것도 소량만 들어가 있고, 밀, 과일 향, 탄산감과 섞여서 “고수 그 자체”로 튀어나오기보다는 전체 맛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성분표를 보고 나서야 “어? 여기에 고수가 들어갔다고?” 하고 놀라지만, 그 전에는 그냥 “상큼하고 마시기 편한 밀맥주네” 정도로만 느끼고 넘어가게 되는 거죠.

다음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르실 땐, 한 번쯤 성분표를 보기 전에 먼저 맛부터 느껴보시고, 다 마신 뒤에야 “고수 함유” 문구를 확인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미 좋아하던 맥주들 중 몇 개가, 조용히 고수를 품고 있었는데도, 전혀 티 나지 않게 당신의 냉장고를 드나들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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