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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생활 정보 이야기

개성주악 이야기 - 고려의 도넛, MZ의 디저트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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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주악, 이름부터 좀 정감 가지 않으신가요? 나혼자산다 옥자연 편에서 똘똘한 작은 떡들이 기름 속에서 지글지글 올라오는 걸 보는데, 저도 모르게 “저게 그렇게 맛있나?” 싶더라구요. 알고 보니 그냥 유행 탄 디저트가 아니라, 고려, 조선을 거쳐 북한까지 이어지는 꽤 긴 역사를 가진 떡이더라고요.

개성주악, 어떤 떡일까요?

개성주악은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식 도넛 같은 전통 떡이에요.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나 밀가루를 조금 섞고, 막걸리를 넣어 반죽을 만들어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기름에 지져내고 마지막에 꿀이나 조청을 입혀 완성하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라, 요즘 말로 “겉바속쫀”의 정석 같은 간식이에요. 한입 베어 물면 기름 냄새에, 조청의 달큰함, 찹쌀 특유의 쫀득함이 한 번에 몰려오는 타입이죠.

모양도 귀엽습니다. 보통은 조약돌처럼 동그랗게 빚어서 가운데를 꾹 눌러 작은 오목한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잣, 호박씨 같은 고명을 올려요. 그래서 접시에 담아두면 작은 연꽃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서, 전통 상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비주얼입니다. 비슷하게 기름에 튀기는 약과가 ‘한과’ 쪽이라면, 개성주악은 좀 더 떡에 가까운, ‘튀긴 떡 디저트’ 느낌에 가깝다고 보시면 돼요.

개성주악 만드는 법!

  1. 반죽 준비 –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나 밀가루를 조금 섞고, 막걸리와 소금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해요. 덩어리가 지지 않게 치대면서, 손에 살짝 달라붙는 정도로만 수분을 맞춰 주기.
  2. 모양 빚기 – 반죽을 한 입 크기로 떼어 동그랗게 굴린 뒤,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작은 오목한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이 오목한 부분 위에 잣, 호박씨 같은 고명을 살짝 눌러 붙이면, 전통 개성주악 분위기가 딱 살아나요.
  3. 기름에 지져내기 – 너무 뜨겁지 않은 중약불의 기름에 넣고, 서서히 노릇해질 때까지 지져내듯 튀겨요. 속까지 익도록 천천히 익히는 게 중요해서, 급하게 센 불로 튀기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기 쉽다고 하더라고요.
  4. 조청·꿀 입히기 – 따로 데워 둔 조청이나 꿀에 튀긴 주악을 넣고 골고루 굴려서 얇게 코팅하듯 묻혀 줍니다. 채망에 건져 한김 식힌 뒤 접시에 가지런히 놓으면, 떡집에서 보던 그 반짝반짝한 개성주악 느낌이 나요.

실제로 해보면 반죽 되기, 기름 온도, 조청 농도 때문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 “역시 떡집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소량으로 도전해보면 방송에서 보던 그 장면이 떠올라서 꽤 재밌을 것 같아요.

이름에 숨은 이야기

‘개성주악’이라는 이름을 뜯어보면, 앞의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던 그 개성, 지금은 북한에 있는 도시를 말해요. 이 지역은 예전부터 상업과 문화가 발달해서 약과, 경단, 주악 같은 기름 떡 문화가 일찍 자리 잡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특히 사랑받던 개성식 주악이라 해서, 자연스럽게 ‘개성주악’이라는 이름이 굳어진 거죠.

뒷부분의 ‘주악’도 꽤 흥미로운데요, 어떤 설에 따르면 처음에는 반죽들이 기름 속에서 부딪히며 돌멩이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조악’이라 불렸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더 부드러운 ‘주악’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원래 주악이라는 말은 찹쌀 반죽에 소를 넣어 빚어 기름에 지지고, 꿀을 바른 고급 떡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는데, 개성식 우메기까지 포함해 통칭하는 이름처럼 쓰이게 된 셈이죠.

고려, 조선, 북한까지 이어진 떡

개성주악은 예전부터 일반적인 간식이라기보다는, “귀한 날에 꺼내는 떡”에 가까웠다고 해요. 고려시대부터 개성 지방에서 손님 대접용, 잔치용으로 먹던 향토 떡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후기에는 “떡 가운데 으뜸”이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제사, 결혼식, 큰 잔치 자리에 꼭 올라가는 고급 떡이었던 거죠.

요즘 다시 뜨는 이유

요즘 개성주악이 다시 주목받는 건, 할매니얼 취향이랑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약과, 양갱에 이어 “옛날 간식인데 은근 중독성 있는” 디저트로 재발견되는 느낌이죠. 전통 떡집뿐 아니라 디저트 카페, 팝업스토어에서도 개성주악을 응용한 메뉴를 내놓기 시작했고, 크로와상에 주악을 올리거나, 아이스크림, 차와 함께 플레이팅해서 내는 곳도 보이더라고요.

나혼자산다에서 옥자연 씨가 개성주악 만들기에 도전했다가 조청 때문에 실패하는 장면도 은근 현실적이었어요. 보기에는 단순한 튀김 떡 같지만, 막걸리 반죽 농도, 발효 정도, 기름 온도, 조청 농도까지 섬세하게 맞춰야 해서 생각보다 공정 관리(?)가 까다로운 디저트거든요. 화면 보면서 “이거 집에서 시도했다가 기름 냄새만 가득 남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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