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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과학 이야기/신비로운 자연과 환경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도 더위를 탈까? 폭염 속 레드우드의 광합성 스토리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10. 18.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라고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코스트 레드우드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나무도 더위 앞에서는 꽤 힘들어한다는 연구가 최근 나왔어요.

100m 넘게 자라는 나무가 더위를 탄다니, 조금 의외였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안개 속에서 자라는 거인, 코스트 레드우드

코스트 레드우드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서 오리건 남부까지, 좁은 띠 모양으로 자랍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2,000년까지 살 수 있고, 600년쯤 된 나무는 흔하다고 해요.

현재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알려진 '하이페리온'은 높이가 약 116m입니다.
아파트 40층 정도를 떠올리면 비슷할 것 같아요.

이 나무들이 사는 곳은 연평균 기온이 15℃ 안팎인 서늘한 해안이에요.
여름이면 바다에서 안개가 밀려와 숲을 식히고 적셔 줍니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여름 건기에 나무가 얻는 물의 약 40%가 안개에서 온다고 설명해요.

뿌리로만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잎으로 안개의 물기를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개가 이 나무에게는 여름철 생명줄인 셈이에요.

참고로 이름이 비슷한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다른 종입니다.
부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이고, 내륙의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자라요.

 

30℃에서 40℃로, 광합성은 절반으로

미국 UC 데이비스 연구팀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카운티의 레드우드를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지난 9월 학술지 'JGR 생물지구과학'에 실렸어요.

측정 기간에는 폭염이 두 차례 찾아왔습니다.
최근 폭염 때는 레드우드가 자라는 지역 일부의 기온이 40℃를 넘기도 했어요.
이때 일부 바늘잎은 주변 공기보다 10℃ 안팎 더 뜨거웠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는 가지를 물에 꽂아 충분히 적신 뒤, 온도를 높여 가며 광합성을 측정했습니다.
온도가 30℃에서 40℃로 오르자 광합성 속도는 대략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물이 넉넉한 조건이었는데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목마름이 아니라 더위 자체가 광합성을 방해한 셈이에요.

제1저자인 릴리 클리넥 연구원은 이 정도 변화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드우드 숲은 캘리포니아의 큰 탄소 저장고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점도 함께 우려하고 있어요.

 

나무는 왜 더우면 숨을 참을까요?

잎 표면에는 '기공'이라는 아주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나무는 이 구멍으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동시에 수분을 내보내요.

수분이 증발하면서 잎의 열도 함께 식습니다.
사람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문제는 덥고 건조한 날입니다.
물을 아끼려고 기공을 닫으면, 잎은 스스로 열을 식히기 어려워져요.
연구팀은 바늘잎이 공기보다 훨씬 뜨거웠던 것도 기공이 일부 닫혔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을 지키자니 몸이 뜨거워지고, 몸을 식히자니 물이 모자라는 상황인 거죠.
나무에게도 꽤 곤란한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광합성은 알맞은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고, 그보다 더워지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광합성을 돕는 효소와 엽록체 속 장치가 열에 약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물에 꽂아 둔 가지에서도 광합성이 줄어든 이유를 이렇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이번 연구는 고온이 코스트 레드우드의 광합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첫 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조사 대상은 어린 나무의 약 5m 높이, 아래쪽 가지였어요.
거목은 맨 아래 가지조차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아서 실험에 쓰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100m가 넘는 오래된 거목도 똑같이 반응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나무가 회복하지 못하는 한계 온도가 몇 도인지도 밝혀지지 않았고요.

연구팀은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2010년 UC 버클리 연구에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캘리포니아 해안의 여름 안개가 약 3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어요.
더위는 늘고 안개는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레드우드 숲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겠지요.

2,000년을 버텨 온 나무들이 앞으로의 여름을 어떻게 지나갈지, 조용히 지켜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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