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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자"의 책 리뷰

[책 리뷰] 달 도시에서 벌어진 범죄 한 판, 「아르테미스」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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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는 달에 세워진 최초의 도시를 배경으로, 밀수꾼이자 서민인 한 여성의 한탕 계획과 그 후폭풍을 다룬 소설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우주와 과학, 우정을 다룬다면, 아르테미스는 훨씬 더 로컬하고, 범죄 느와르 같은 분위기에 가깝죠. 달에서 발생할 일이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생각하니 내용이 재밌습니다.

아르테미스 책 표지

미래 달의 도시, 그리고 먹고살기 바쁜 밀수꾼 재즈

이야기의 무대는 인구 약 2,000명 정도가 사는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입니다. 반구형 돔들 속에서 관광객, 억만장자, 기술자, 노동자, 범죄자까지 뒤섞여 살아가는, 말 그대로 작은 우주 도시죠. 겉으로만 보면 미래적인 공간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집세, 일자리, 계급, 부동산 같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이 도시에서 짐꾼, 즉 운반 일을 하는 청년입니다. 6살 때 아버지를 따라 달로 이주해 살고 있지만, 현실은 늘 쪼들리는 최하층 노동자에 가깝죠. 그래서 재즈는 합법적인 운반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지구에서 반입이 금지된 물건들을 들여오는 밀수꾼 역할까지 겸합니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밑바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늘 “조금만 더 벌면 나아질 것 같은데”라는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예요.

이 설정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우주 배경 SF라고 하면 엄청난 영웅이나 과학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집세 내기 바쁜 달 서민”이 중심이라서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달 도시라는 특이한 배경 덕분에, 재즈가 벌이는 사소한(?) 한탕도 도시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사건으로 번져갑니다.

돈의 유혹, 그리고 큰 규모의 사고

이야기의 시발점은 재즈에게 들어온 의뢰 하나입니다. 아르테미스의 부자 사업가 트론이 재즈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죠. 바로 달 표면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산체스 알루미늄사의 무인 수확기를 파괴해 달라는 것, 대가로는 큰 돈을 약속합니다. 처음에는 “이건 너무 위험하고 불법이다”라며 거절하다가도, 결국 마음이 흔들리죠. 

물론 일이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날 리가 없습니다. 계획은 어긋나고, 수확기 일부만 파괴된 데 그치고, 그 과정에서 뒤에서 움직이던 세력들이 본색을 드러내죠. 의뢰인 트론은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살해당하고, 재즈는 순식간에 도시 전체의 요주의 인물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단순한 한탕으로 끝날 줄 알았던 작전이, 달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범죄와 음모의 중심으로 커져버린 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누아르, 스릴러 분위기가 강해집니다. 재즈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위기에 빠지지만, 동시에 이 사건 뒤에 숨겨진 경제적 이해관계, 마피아의 개입, 도시의 미래까지 마주하게 되죠. 아르테미스를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거대한 세력과, 그걸 막기 위해 뛰어드는 한 밀수꾼의 싸움이라는 큰 틀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달 도시의 경제, 그리고 “누가 이 도시를 지배할 것인가”

달에 있을 미래 도시

아르테미스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달 도시의 “경제 구조”를 꽤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관광과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임금, 물류, 산소와 알루미늄 공장, 그 뒤에 붙어 움직이는 기업과 폭력조직까지, 미래 도시의 먹고사는 구조가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등장해요. 산체스 알루미늄은 단순한 산소 공급 공장이 아니라, 달 환경에서만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에, 누가 이 회사의 지분과 통제권을 가지느냐가 정치·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런 배경 덕분에, 내용은 “달 도시의 권력 싸움” 한가운데로 이어집니다. 도시의 산소 공급망, 산업 기반, 경제 구조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아르테미스가 누구의 도시가 될지가 결정되는 셈이죠. 과학적인 장치도 나오지만, 읽다 보면 “결국 문제는 돈과 권력”이라는 너무 인간적인 결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더 나아가 지구의 폭력 조직이나 마피아가 연결되어 있고, 아르테미스의 행정관도 도시의 미래 경제를 두고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마션의 과학, 누아르의 분위기를 섞은 달 도시 이야기

아르테미스는 마션처럼 “한 사람이 과학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 달 도시라는 독특한 무대에서, 범죄, 경제, 정치, 성장담이 뒤섞인 SF 누아르에 가깝죠. 과학적인 장치와 설정은 여전히 촘촘하지만, 이야기의 톤은 훨씬 가볍고, 대사와 상황에 유머가 많이 섞여 있어서 술술 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만큼의 감정적인 여운은 아니었지만, “달에 도시가 생긴다면 진짜 이런 풍경일 수도 있겠다”라는 상상을 아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꽤 만족스러웠어요. 마션에서 보여준 과학과 현실감에, 범죄물 특유의 긴장감과 달 도시의 생활감이 더해진 느낌입니다. 우주 배경, 달, 미래 도시, 약간 삐딱한 여성 주인공이 좋아지신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이 책까지 이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