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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생활 정보 이야기

왜 공대생들은 체크무늬 남방을 입는다는 소문이 생겼을까?

by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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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 남방과 청바지 패션

한국에서 남자가 체크무늬 남방을 입으면, 이상하게 “공대생 같다”라는 말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이 있죠. 공대 출신인 입장에서 괜히 체크 셔츠를 피하게 되는 것도, 사실 이런 밈을 너무 많이 보고 들어와서 그런 것 같고요.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의외로 긴 역사와 현실적인 이유가 섞여 있어요.

시작은 현실적인 ‘생존 패션’

체크무늬 남방이 공대생의 유니폼처럼 된 이유를 분석한 글들을 보면, 첫 출발은 아주 현실적입니다. 공대생 패션이 “센스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과제와 실험에 치여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옷이라는 설명이 많아요.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과제, 실험 지옥이라 옷 고를 시간이 없다: 밤샘, 레포트, 실험실 생활 패턴 때문에 “편하게 아무 데나 입고 갈 수 있는 셔츠”가 필요했다.
  • 얼룩과 구김을 숨기는 패턴: 체크무늬는 커피 얼룩, 구김, 땀자국 같은 게 단색보다 눈에 덜 띄죠. 밤새 입고 다음 날 또 입어도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옷이라는 거죠.
  • 무난한 기본템 대량 구매: 부모님이나 본인이 “단정하고 무난한 셔츠”를 몇 벌 사두면, 색만 다른 체크 셔츠가 옷장에 줄줄이 생겨버리는 구조입니다.

요약하면, 체크 셔츠는 공대생에게 “패션”이라기보다 “장비”에 가까웠고, 실용성이 먼저였다는 거죠.

언제부터 밈이 되었나?

실용적인 선택으로 시작된 체크 셔츠가,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농담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이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에서 나왔던 “공대생은 왜 체크남방만 입을까”라는 글이었어요.

해당 글에서는 여러 가설들이 쏟아졌습니다. 체크무늬를 보면 계산이 잘 된다, 선배들이 다 입어서 따라 입는다, 공대 가면 왠지 체크를 사야 할 것 같다, 엄마가 공대 간다니까 체크를 사줬다 같은 농담 가설들이죠. 이게 기사화까지 되면서, “공대생 = 체크남방” 이미지가 전국구 밈으로 굳어졌습니다.

재밌는 건, 비슷한 농담이 해외 개발자나 엔지니어 사이에서도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유럽 커뮤니티에서도 개발자나 엔지니어를 그릴 때 체크 셔츠, 플란넬 셔츠, 청바지 이미지를 많이 쓰거든요. 어느 나라든 ‘편하고 신경 안 써도 되는 셔츠 = 체크’라는 공식이 비슷한가 봅니다.

공대생일수록 체크를 피하게 되는 아이러니

공부를 잘할것 같은 소년의 사진

이제 문제는, 이 이미지가 너무 강해지다 보니, 실제 공대생·공대 출신들이 오히려 체크를 피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저도 이런 경우죠.

공대생, 엔지니어 스테레오타입을 다루는 글들을 보면, 체크 셔츠, 안경, 약간의 사회성 부족 같은 이미지가 하나의 패키지처럼 묶여 있어요. 그래서 “나를 그렇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는 의도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집에서 코딩하거나 실험실, 연구실에서 밤샘할 때는 결국 다시 체크 셔츠로 돌아간다는 고백도 있습니다. 편하고, 막 입어도 덜 티 나고, 빨래해서 쌓아두기도 좋으니까요. 공식 석상에서는 피해도, 실전에서는 다시 찾게 되는, 약간의 사랑·증오 관계 같은 느낌이랄까요.

체크 셔츠는 죄가 없다

정리하자면,

  • 체크무늬 남방은 싸고, 구김과 얼룩에 강한 실용적인 셔츠였고,
  • 과제와 실험에 쫓기는 공대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생존 유니폼”처럼 자리 잡았고,
  • 그 모습이 대학 커뮤니티와 기사, 농담을 통해 밈이 되면서 “공대생 = 체크남방” 공식이 굳어졌다가,
  • 이제는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공대생일수록 오히려 체크를 피하는 아이러니가 생겼습니다.

결국 체크 셔츠는 죄가 없고, 우리가 그 위에 얹어놓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이 밈이 충분히 낡아버리면, 그냥 편하고 따뜻한 셔츠 중 하나로 다시 편하게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때쯤이면 체크 셔츠를 입고, “이건 공대생 패션이 아니라, 바쁜 사람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