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빗썸에서 정말 영화 같은 일이 한 번 벌어졌죠. 원래는 이벤트로 1인당 2,000원 정도를 쏴주려던 건데, 전산 입력을 잘못해서 일부 고객 계좌에 비트코인 2,000개씩이 찍힌 겁니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 한 사람 계좌에 수십~수천억 원이 찍힌 셈이라, 커뮤니티에 인증샷이 올라오고 난리가 났어요.
사건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랜덤박스 이벤트로 2,000원에서 5만 원 정도를 지급하려던 것을,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니라 BTC(비트코인 수량)로 잘못 입력했다는 거죠. 그 결과 당첨자 수백 명에게 총 60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장부상 지급됐고, 일부 이용자는 이걸 바로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 여파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잠시 다른 거래소보다 10% 정도 싸게 거래되는 기이한 상황도 나왔습니다.

빗썸은 약 20분 만에 상황을 인지하고 입출금을 막은 뒤, 잘못 들어간 코인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매도돼서 현금화된 물량을 제외하고는, 계정을 일시 정지시키고 내부 장부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되돌렸다고 밝혔죠. 실제로 약 30억 원 정도는 이용자들이 이미 빼갔다고 전해집니다.
“진짜 코인이 있었던 거 맞나?”라는 의심
이 해프닝 이후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바로 이거였어요. “야, 그 비트코인들 진짜 있었던 거 맞냐?” 빗썸이 보유하던 비트코인 양보다 훨씬 많은 60만 개 이상이 한순간에 장부상으로 풀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거래소가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코인을 마음대로 찍어서 거래만 시킨 거 아니냐는 의심이 폭발했습니다.
알고 보면, 중앙화 거래소가 쓰는 장부 거래 방식은 전통 금융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은행 앱에서 100만 원 잔액이 찍혔다고 해서, 내가 맡긴 지폐가 그대로 금고에 따로 보관되는 건 아니잖아요. 은행도 내부 장부로 숫자를 관리하고, 일정 부분만 준비금으로 들고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은행도 장부 거래인데,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은행은 강력한 규제랑 예금자 보호, 중앙은행의 최종 대출자 기능까지 달고 있다는 점이죠.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금법 등으로 어느 정도 규율은 받지만, 전통 금융만큼 안전망이 두텁지는 않습니다. 고객 자산의 100% 이상 보유, 80% 이상 콜드월렛 보관 같은 의무는 있지만, 이번 일처럼 내부 통제가 한 번 삐끗하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코인이 장부에 찍히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져 버리는 겁니다.
은행은 용서되는데 거래소는 불안한 이유
재미있는 건, 만약 이와 비슷한 실수가 은행 계좌에서 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어느 날 통장을 보니까 2,000원 대신 2,000억 원이 들어와 있다면, 아마 뉴스 특집으로 며칠은 나가겠죠. 실제로도 송금 착오 사건이 가끔 일어나지만, 은행이 고객 계좌에 들어간 돈을 마음대로 회수하는 건 법적으로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대부분은 소송, 합의,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요.
그런데 빗썸은 이번에 계정을 직접 묶어두고, 잘못 찍힌 비트코인을 장부에서 아예 삭제하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용약관상 ‘전산 오류에 따른 원상회복’ 조항을 근거로 들었지만, “내 지갑에 들어온 자산을 거래소가 마음대로 지웠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은행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방식이니,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같습니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꽤 뚜렷합니다. 우리는 코인 거래소를 쓸 때, ‘내 지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구조는 ‘내가 거래소 장부 상에 적힌 숫자를 믿고 있는 것’에 가깝다는 거죠. 거래소를 쓰는 순간, 지갑 주도권의 상당 부분을 운영사에 넘기게 되는 셈입니다. 편리함을 선택한 대가라고 볼 수도 있겠죠.
“내 자산은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
이 사건 뉴스 보고 나서 저도 한 번 제 계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콜드월렛, 핫월렛, 거래소 지갑이라는 말이 익숙해져 있지만, 막상 “내가 가진 코인이 정확히 어디에 보관되어 있나”를 떠올려보면 좀 헷갈립니다. 특히 거래소에 올려둔 물량은, 사실상 거래소 시스템 안에서만 존재하는 숫자에 의존하는 거니까요.
물론 모든 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빼서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개인키를 잃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고, 해킹이라도 한 번 당하면 변명도 안 통하니까요. 그래서 편리함, 보안, 자기 책임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점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번 일 덕분에 최소한 “얼마까지는 거래소에 두고, 얼마는 내가 직접 관리해야겠다” 같은 기준을 다시 세워보는 계기가 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중앙화 거래소가 여전히 시장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현실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원화 입출금, 세금 신고, 각종 규제를 감당하려면 완전한 탈중앙만으로는 아직 버티기 어렵거든요. 결국 탈중앙을 표방하는 암호화폐 시장이, 정작 가장 중앙화된 플레이어인 거래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묘한 모순이 이번 사건에서 더 선명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남는 건 숫자가 아니라 신뢰
가만히 보면, 우리가 믿고 있는 건 결국 화면에 뜨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책임질 주체의 신뢰입니다. 원화든, 예금이든, 비트코인이든 다 마찬가지죠. 빗썸의 2,000원 이벤트, 2,000개 비트코인 오발송 사건은 전산 실수 하나 때문에 수십조 원 규모의 숫자가 잠깐이나마 세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사건이었습니다.
숫자는 이렇게 허무하게 왔다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건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앞으로 거래소들도 준비금 증명, 내부 통제, 비상 대응 체계 같은 걸 더 투명하게 내놓지 않으면, 이번 같은 사고 하나가 전체 시장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셈이니까요.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결국 디지털 자산 시대의 진짜 자산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구나.”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고, 전송은 빠르고, 알고리즘은 정교하지만, 그걸 사람에게서 떼어낼 수는 없죠. 우리가 믿는 건 코드만이 아니라, 그 코드를 운영하는 사람과 시스템이라는, 너무 당연하지만 자꾸 잊게 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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