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물, 당”이 답일까?
저도 예전에 회식 끝나고 집에 와서 생각 없이 달달한 음료부터 찾곤 했어요. 왠지 달달한 걸 마시면 알코올이 빨리 분해될 것 같고, 속도 좀 편해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기분 탓인지, 진짜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물과 당(특히 포도당, 과당)은 ‘숙취 증상 완화’에는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술을 순식간에 깨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다만 어떤 원리로 조금은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매실차, 꿀물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꽤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우리 몸은 술을 어떻게 처리할까?
먼저 술이 몸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부터 알고 가야 “물, 당” 이야기도 이해가 잘 됩니다.
알코올 분해의 기본 루트
-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대부분 간에서 처리됩니다.
- 1단계: 알코올 탈수소효소(ADH)가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꿉니다.
- 2단계: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꿉니다.
- 이 과정에서 NAD⁺가 NADH로 많이 바뀌는데, 이게 에너지 대사 흐름을 꽤 크게 흔들어요.
왜 아침에 더 힘들까?
- 혈중 알코올 농도는 깼을 때 이미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런데도 힘든 이유는, 아세트알데히드,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 수분, 전해질 부족, 수면 질 저하 등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입니다.
‘술이 깨는 속도’는 거의 고정
-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속도는 시간당 일정한 편이고, 체중, 유전, 간 상태에 따라 약간 다를 뿐, 드라마틱하게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 그래서 “이거 마시면 30분 만에 술이 확 깬다”류의 말은 과학적으로는 거의 과장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중요한 포인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간이 일하는 속도를 몇 배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 수분과 전해질을 채워주고,
- 혈당과 에너지 대사를 조금 안정시키고,
- 위장, 두통, 메스꺼움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꿀물, 당, 그리고 알코올 대사의 과학
이제 본론, “당이 술 깨는 데 좋다”는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과당(fructose)의 ‘프럭토스 효과’
- 예전부터 과당이 알코올 대사를 조금 빠르게 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 동물 연구와 사람 대상 연구에서, 과당을 함께 섭취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조금 더 빨리 떨어지거나, 정점이 낮아지는 결과가 일부 관찰됐어요.
- 2003년 사람 대상 실험에서는 술과 함께 과당(1 g/kg)을 먹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의 최고치와 지속 시간이 감소했고, 알코올 농도가 0이 되는 시간도 줄어든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그럼 꿀물은?
- 꿀에는 과당, 포도당이 모두 들어 있고, 종류에 따라 과당 비율이 꽤 높습니다.
- 마우스 실험에서 벌꿀(특정 꽃꿀)은 알코올 투여 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약 30~40% 정도 더 빨리 떨어뜨린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 다만 이건 동물 실험이고,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기분이 딱 깰 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당이 알코올 대사를 돕는다고 볼까?
- 에탄올을 분해할 때 NAD⁺가 많이 소비되고 NADH가 쌓입니다.
- 과당은 간에서 대사되면서 ATP를 많이 쓰고, 그 과정에서 NADH가 다시 NAD⁺로 산화되는 흐름이 촉진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 이렇게 되면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사용할 수 있는 NAD⁺가 조금 늘어나, 에탄올 대사가 약간 빨라질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
임상 연구들을 종합하면,
- 과당이나 꿀이 ‘어느 정도’ 알코올 농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 만병통치약 수준의 효과는 아니고,
- 너무 많이 먹으면 위장에 부담, 혈당 급등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술로 위가 자극받은 상태에서 진짜 달고 진한 꿀물을 확 들이키면 속이 더 울렁거릴 수도 있어요.
개인적인 느낌
술 먹고 다음 날 아주 찐한 꿀물보다, 살짝 연하게, 미지근한 물에 타서 마시는 게 속에는 확실히 덜 부담스럽더라고요. “당” 자체가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제 체감으로도 “이걸로 술이 확 깬다” 보다는, “마시고 나면 덜 축 처지고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매실차, 매실청이 숙취에 좋다는 말의 과학
한국에서 빠질 수 없는 레전드 메뉴, 매실차 이야기입니다.
매실에 들어 있는 성분들
- 매실(일본식으로는 우메, Prunus mume)은 유기산(구연산, 사과산 등), 폴리페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합니다.
- 국내 보건소 자료, 식품 관련 자료에서도 매실의 살균, 해독, 장 기능 개선 효과가 반복해서 언급됩니다.
- 일부 연구에서는 매실 추출물이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와요.
매실과 간, 해독
- 한의학·민간요법에서는 매실이 간 해독, 피로 회복에 좋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죠.
- 식품·영양학 쪽 리뷰 논문들을 보면, 매실과 비슷한 과실류(자두, 베리류 등)의 항산화 물질, 유기산이 알코올로 증가한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다만 “매실차를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 대사가 몇 배 빨라진다” 같은 직접적인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고, “손상 완화, 염증 감소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 정도로 보는 게 더 과학적으로 정직한 해석입니다.
매실청, 매실차의 실제 효과
매실차가 숙취에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 수분 보충: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매실차 한 잔은 탈수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 당 공급: 설탕이나 꿀, 매실청에 들어 있는 당이 혈당을 살짝 올려주고, 에너지 느낌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유기산과 항산화 성분: 알코올 섭취 후 늘어난 산화 스트레스, 피로감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소화·위장: 유기산이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매실이 장내 유해균 억제, 정장 작용이 있다는 국내 자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달지 않게 탄 따뜻한 매실차가 “속이 텁텁하고 울렁거릴 때” 확실히 위가 편안해지는 느낌은 있더라고요. 이건 심리적인 부분도 섞여 있겠지만, 유기산, 수분, 따뜻한 온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 깨는 데 필요한 건 “물과 당”만이 아니다
숙취와 관련된 주요 요소를 한 번 표로 정리해보면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 요소 | 알코올이 하는 일 | 물·당·매실차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 |
|---|---|---|
| 알코올 대사 | 간에서 ADH, ALDH로 분해, NAD⁺ 소모 증가 | 과당·포도당이 NAD⁺ 재산화에 약간 기여 가능성 |
| 아세트알데히드·염증 | 독성 대사산물, 염증·두통·피로 유발 | 매실, 과일류의 항산화·항염 성분이 일부 완화 가능 |
| 탈수·전해질 손실 | ADH 억제로 소변 증가, 두통·어지러움 유발 | 물, 이온음료, 묽은 매실차가 수분·전해질 보충 |
| 저혈당·에너지 저하 | 알코올 대사로 포도당 생성 억제, 에너지 부족감 | 꿀, 설탕, 과일당이 빠른 에너지원 제공 |
| 위장 자극 | 위 점막 자극, 역류, 메스꺼움 유발 | 너무 진한 당음료는 오히려 자극, 미지근하고 묽게 마시는 것이 유리 |
이걸 보면, 물과 당이 중요한 축이긴 하지만, “전해질, 항산화, 위장 상태, 수면” 같은 다른 변수들도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실 때의 팁과 과학적 한계
과학 얘기를 했으니, 현실적인 사용법, 그리고 한계도 솔직히 짚어보면 좋겠죠.
꿀물, 이렇게 마시면 그나마 낫다
- 농도: 너무 진하게 타면 위장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평소보다 조금 연하게 타는 편이 좋습니다.
- 온도: 차가운 것보다는 미지근하거나 약간 따뜻한 온도가 위장에는 덜 자극적입니다.
- 타이밍: 술 마시는 중간중간, 혹은 잠들기 전, 아침에 나눠서 조금씩 마시는 게 한 번에 확 들이키는 것보다 낫습니다.
매실차는 이렇게 쓰면 좋다
- 진짜 숙취 해소용이라면, 매실청을 물에 충분히 희석해서 “살짝 상큼한 정도”로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 속이 너무 쓰리다면, 탄산 매실음료, 너무 차가운 매실 에이드는 피하고, 따뜻한 매실차 쪽이 더 낫습니다.
물만 많이 마셔도 꽤 도움이 되는 이유
- 알코올은 항이뇨호르몬(ADH)을 억제해서 소변을 많이 보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수분, 나트륨, 칼륨 같은 전해질이 빠져나갑니다.
- 그래서 숙취 연구들에서는 단순한 물보다는, 나트륨 등이 들어 있는 경구 수액(ORS) 같은 조합이 숙취 증상 완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특허·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도, 물만 마셨을 때보다 이온음료를 적당히 섞어 마셨을 때 두통이 덜 했던 경험이 많아요.
냉정한 과학적 한계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꿀물, 과당, 매실차가 알코올 대사를 약간 건드릴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 혈중 알코올 농도를 극적으로 낮춘다,
- 경찰 단속 직전에 마시면 음주 수치가 확 줄어든다,
이런 식의 기대는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최선의 전략은,
- 너무 많이 마시지 않기,
- 물·이온음료를 틈틈이 같이 마시기,
- 빈 속에 폭음하지 않기,
입니다.
마무리 “술을 깨는 것”보다 “몸을 덜 괴롭게 하는 것”
정리해보면, “술이 깨려면 물과 당이 필요하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 과당, 포도당은 알코올 대사에 약간 도움을 줄 수 있고, 혈당, 에너지, 기분을 회복시키는 데 분명 역할을 합니다.
- 매실차는 수분, 당, 유기산, 항산화 성분 덕분에 숙취로 인한 피로감, 속불편함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다만 이 모든 건 “간이 야근하는 속도를 조금 도와주는 정도”이지, “술을 순식간에 없애는 마법”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식이 예정된 날에는 술 마시기 전에 가볍게 밥을 먹고, 중간중간 물, 이온음료를 같이 마시고, 집에 와서는 너무 진하지 않은 꿀물이나 매실차 한 잔 정도를 마시는 루틴이, 숙취를 가장 덜하게 느껴졌어요.
결국 과학이 말해주는 건, “꿀물, 매실차는 쓸모 있다, 하지만 책임은 결국 당신의 잔 수 조절에 있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