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의 차가운 바다에는 무려 200년 이상을 살아가는 거대한 생명체, 보우헤드고래(Bowhead Whale)가 있습니다. 체중은 80,000kg을 넘고, 인간보다 2배 이상 오래 사는 이 고래는 어떻게 늙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보우헤드고래의 장수 비결은 놀라운 DNA 복구 능력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의 수명과 암 예방 연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발견입니다. 최근 나온 뉴스기사를 정리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세포가 늙지 않는 이유 – 탁월한 DNA 복구 능력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얀 페이크(Jan Vijg) 교수 연구팀은 보우헤드고래와 인간의 섬유아세포를 비교했습니다. 보우헤드고래의 세포는 DNA가 손상되더라도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핵심은 저온 유도 RNA 결합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은 DNA가 끊어졌을 때, 손상 부위를 정확하게 이어붙입니다. 보우헤드고래의 세포에서는 이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며, 이 덕분에 DNA의 돌연변이 발생률이 인간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포가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죠. 실험에서는 인간 세포에 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과발현시키자 DNA 복구 능력이 강화되습니다. 또한, 초파리에 이 단백질을 투입했을 때도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암이 거의 생기지 않는 이유
보우헤드고래는 크기만 놓고 보면 암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몸집이 크고 세포 수가 많을수록 암이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도 높기 때문) 하지만 보우헤드고래에게는 반대입니다. 보우헤드고래는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암 발생률이 매우 낮습니다. 이 현상은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피토의 역설이라 불려왔습니다. 큰 동물일수록 암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죠. 이번 연구는 이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보우헤드고래는 암 억제 유전자를 더 많이 갖지만, DNA 손상을 복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손상된 세포를 정밀하게 수리하는 특성이 낮은 암 발생률과 장수의 비결입니다.
고래의 유전자가 열어줄 미래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보우헤드고래의 DNA 복구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암, 노화, 세포 손상과 관련된 질병들을 예방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번 고래 단백질 연구는 우리에게 건강한 노화를 알려주고 있을지 모릅니다. 보우헤드고래의 몸은 차가운 북극 바다에 살지만 그들의 세포 속에서는 뜨거운 생명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보우헤드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 중 하나입니다. 그 긴 수명 뒤에는 정교한 DNA 복구 시스템이라는 생명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유전적 전략을 이해한다면 인간의 수명 연장과 암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결국 보우헤드고래의 이야기는 몸집이 크더라도 세포의 복원이 생명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거대한 바다의 고래가 인간의 미래 의학의 길잡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