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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겨울, 3한4온의 과학

by 천천히 자연을 관찰하며 궁금했던 내용들 2025. 11. 11.

한반도 3한4온의 원리가 설명된 그림

한국의 겨울은 단순히 춥기만 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한파가 몰아치다가도, 며칠 뒤엔 갑자기 기온이 올라 따뜻해지곤 하죠. 이런 현상을 사람들은 3한4온(三寒四溫)이라 부릅니다. 주기적으로 추운 3일과 따뜻한 4일이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기후 순환 구조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패턴입니다.

대륙과 해양의 만남 — 삼한사온의 원리

 한반도는 대륙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공기가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남쪽에선 태평양의 온난한 해양성 공기가 있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시베리아 대륙에 고기압이 형성됩니다. 이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시베리아 한기)이 한반도를 덮으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때가 한파의 시기입니다.
 고기압은 며칠이 지나면 세력이 약해지고 그 사이에 남쪽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저기압성 남풍이 한반도로 들어옵니다. 이때 기온이 서서히 오르며 따뜻한 시기가 찾아옵니다. 즉, 고기압과 저기압이 교대로 지나가면서 3일의 추위와 4일의 온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죠.

왜 3일과 4일인가 — 기압의 이동 주기

 3한4온이 3일 추움 + 4일 따뜻함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대기 순환의 주기때문입니다. 겨울철에는 한반도 부근에서 약 5~7일 주기로 중위도 편서풍대가 이동합니다. 이 바람의 흐름에 따라 고기압과 저기압이 서 → 동으로 지나갑니다. 이렇게 날씨는 일정한 패턴으로 변합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되면 2~3일간 한파입니다. 이후 저기압이 들어오면 3~4일간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 말고도 일본, 중국 동북부, 몽골 남부 등 중위도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기온 변화가 더 뚜렷한 편입니다.

3한4온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

 하지만 최근엔 '3한4온'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실제 이런 경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졌습니다. 더불어 대기 흐름도 불안정해졌습니다. 따라서 기존보다 규칙적인 고기압과 저기압의 교대가 없어졌습니다. 요새는 한파가 길게 이어지거나 반대로 포근한 날이 길게 지속되기도 합니다. 3한4온은 점점 자주 보기 힘들죠. 기상학적으로는 중위도 대기 파동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합니다.

 3한4온은 한국 겨울의 시그니쳐 리듬입니다. 차가운 대륙 공기와 따뜻한 해양 공기가 어우러지며 생기는 자연의 순환이죠.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그 경향이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3일의 추위, 4일의 온기라는 규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예전부터 우리가 느끼는 계절의 감각도 달라질 것입니다. 물론 이런 3한4온이 사라지는 현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후가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들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