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타가 달릴 때의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희 대부분은 영상으로 접했을 가능성이 높겠으나 화면속에서도 살아 있는 치타가 총알처럼 움직이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신기하게도 그 짧은 몇초 동안 치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근육은 폭발적으로 수축합니다. 반면, 우사인 볼트 역시 100m를 9초대에 주파하며 치타에 가장 가까운 인간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사인 볼트의 심장 박동은 치타와는 확연하게 다른 경향을 보입니다.
치타의 심장은 폭발 직전까지 뜁니다
치타는 달리기 위해 태어난 동물입니다. 평소에는 분당 120회 정도의 심박수를 보이지만, 달려나가는 순간부터 심박수는 250회 이상으로 폭발합나다. 단 20초 이내에 치타의 체온은 40도 가까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바람과 같은 치타는 시속 110km가 넘기도 합니다. 이때 치타의 심장은 산소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혈류량을 두 배로 늘립니다. 피는 근육으로 몰려들고, 호흡은 1초에 4 번 가까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치타에게는 대가가 따라옵니다. 단거리 질주를 끝내면 치타는 바로 멈추어버립니다.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치타는 다시 일어서기까지 10분 이상 숨을 고르게 됩니다.
우사인 볼트의 심장은 다른 방식으로 뜁니다
우사인 볼트가 100m를 달릴 때, 심박수는 분당 180~190회 정도로 올라갑니다. 물론 훈련중에는 200회를 넘는 순간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타의 경우 (250회 이상)와 비교하면 인간의 심장은 훨씬 여유 있게 뜁니다. 인간의 경우 순간 폭발보다는 근육의 효율과 기술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단거리 선수들은 출발 순간 근육의 탄성과 체중 이동을 이용합니다. 이로인해 짧은 시간 동안 큰 추진력을 얻으려 합니다. 인간은 이처럼 에너지의 효율로 달려 나갑니다.
치타와 인간이 다른 점은 또 하나 있습니다. 인간의 심장은 단거리 달리기가 끝나도 완전히 퍼져버리지 않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곧바로 호흡을 정리합니다.
인간의 심장이 장거리에 적응하는 것처럼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래 달리기 위한 생명체이지, 순간순간을 불태우는 존재는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는 한번의 사냥이 치타처럼 격렬하지 않아서일까요? 단거리 선수들은 한번의 단거리 경주가 인생을 거는 경기가 아니여서 일까요? 단거리 선수들에게도 그 한번 한번의 시합이 그들에게는 인생을 걸만큼 매우 중요하게 임했을텐데 말이죠.
심박의 차이, 생명 방식의 차이
치타와 인간의 심장은 둘 다 열심히 뜁니다. 하지만 그 리듬은 다릅니다. 치타는 ‘폭발’이고, 인간은 ‘조율’입니다. 치타의 심장은 생존을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반면 인간의 심장은 체계를 유지하며 한계를 넘지 않으며 효율적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치타와 인간의 생존 전략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치타는 오늘의 사냥이 전부이지만, 인간은 내일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장을 조절하며, 몸의 리듬을 다스리며 달립니다. 이 차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속도는 단순히 빠름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치타는 찰나의 생존을 위해 뜁니다. 우리는 시간을 이기기 위해 뜁니다.
치타와 우사인 볼트는 둘 다 멋진 속도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전혀 다른 리듬이 숨어 있습니다. 치타의 심장은 순간을 불태우고, 인간의 심장은 긴 시간을 준비합니다. 한쪽은 단거리의 생존이고, 한쪽은 유지와 지속의 생명입니다. 우리는 치타처럼 달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느리다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방식이겠지만 우리와 치타는 각자의 리듬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