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습니다. 그 안에는 태양빛이 닿지 않는 심해의 영역이 있습니다. 수천 미터 아래의 그곳은 인간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생명체가 존재합니다. 그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심해생물들의 생존법, 그리고 인간이 아직 다 알지 못한 심해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심해의 환경
심해는 보통 수심 200m 이하의 바다를 의미합니다. 이 깊이부터는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온도는 2~4도로 낮습니다. 수압은 사람의 몸을 순식간에 짓누를 정도로 높아집니다. 현재 인간의 기술로 완벽히 탐사되지 않은 공간이죠. 현재까지 지구 심해의 95% 이상은 미탐사 구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심해는 미지의 공간이라 불리죠.
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생명은 살아갑니다. 빛 대신 화학에너지를 이용하는 박테리아, 강한 수압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젤리 같은 생물 조직, 그리고 포식자를 피해 투명하거나 빛을 내는 생명체들까지 존재합니다. 심해는 적응의 끝을 보여주는 실험실 같은 공간입니다.
생존의 기술 – 어둠 속에서 빛
심해생물 중 가장 유명한 특징은 발광 능력입니다. 깊은 바다의 어둠 속에서 생물들은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귀입니다. 암컷 아귀의 머리에는 발광 기관이 달려 있어 먹이를 유혹하거나 짝을 부릅니다.
또한 투명한 몸을 가진 생물도 많습니다. 빛을 반사하지 않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전략입니다. 투명한 오징어나 유리문어 그리고 심해 해파리 같은 생물들은 투명한 생존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생물은 냄새나 전기 신호로 소통합니다. 우리가 보기엔 생소한 능력이지만 그들에게는 어둠을 살아가는 효율적인 방법이죠.
아직 5% 뿐인 인간의 심해 탐험
심해를 탐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높은 수압과 낮은 온도는 검은 어둠으로 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심해 탐사선들 무인 잠수정이 깊은 해구를 탐사하며 새로운 생명체들을 계속 발견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견된 심해 열수분출공 생태계에서는 태양빛 없이도 살아가는 생물이 관찰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박테리아가 뜨거운 화학물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걸 먹는 갑각류, 조개, 벌레류가 생태계를 이룹니다. 즉, 태양이 없는 세계에서도 생태계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심해는 어둠의 공간이 아니라 적응의 극한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빛이 없고 소리가 없습니다. 높은 압력 속에서도 생명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우리가 아직 그들의 세계를 다 알지 못하지만, 그 미지의 바다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