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조금 낯선 장면이 많았습니다. 논밭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신 하얀 기계들이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드론이 논밭위를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토양의 습도와 조명의 밝기, 물의 양까지 인공지능이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식물은 더 빨리 자라고, 잎은 더 푸르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을 보며 저는 이상하게도 생명의 기운이 덜 느껴졌습니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세상 속에서, 자연은 점점 조용해지고 있습니다. 기계가 생명을 대신 돌보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그 생명을 ‘자연’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흙을 만지던 손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흙을 만지는 손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땀을 흘리며 흙을 뒤집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 과정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생명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농장은 다릅니다. 온실 안에는 사람보다 센서와 모니터가 더 많아졌습니다. AI는 매 순간 온도와 습도를 계산하며, 식물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정확히 맞춥니다. 식물은 더 빠르게 자라고, 병충해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사람의 손길은 사라졌습니다. 기계가 대신하는 순간, 생명은 효율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은 점점 옅어진것 같습니다. 우리 그리고 농부의 손끝에서 느껴지던 흙의 따뜻함은 수치화 된 것 같습니다. 삽질 소리 대신 클릭 소리가 들렸고, 기다림의 시간은 예측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를 보고 있으면, 발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쓸쓸합니다.
보다 완벽한 생명, 그러나 어딘가 공허하네요.
AI는 인간에 비해 거의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온도, 습도, 광량, 영양분. 모든 수치는 최적의 상태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식물은 기존보다 건강하게 자라고, 열매도 균일하게 맺힙니다. 하지만 완벽함 속에는 뭔가 꺠름칙한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생명은 원래 불완전했습니다. 햇살이 너무 강해 잎이 말라버리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뿌리가 썩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AI라는 기계적 보완을 통해 그 불안정함을 제거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식물은 더 ‘안정적으로’ 자라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이야기는 점점 작게 들립니다. 기계가 키운 식물은 더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살아 있어서’가 아니라 ‘완벽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자란 생명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완벽함이 꼭 생명의 증거는 아니었습니다. 그건 오히려 생명이 가진 예측 불가능함과 불안정함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감정이 있습니다.
기계가 식물을 키우는 시대가 오자, 오히려 사람들은 다시 흙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거나, 손으로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그 느린 과정을 다시 경험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 속에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흙을 만지는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온기가 있었습니다. 기계는 그 온기를 느낄 수 없겠지요. 데이터는 그리고 '그 숫자'들은 냄새를 기록하지 못하고, 알고리즘은 기다림의 의미를 모릅니다. 그 차이 하나가 인간과 기술을 구분 짓는 마지노선 같았습니다. AI는 자연을 모방하고, 때로는 인간보다 더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감정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완벽한 시스템’보다 ‘불완전한 자연’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비효율 속에 담긴 따뜻함, 예측 불가능함 속의 생명력. 그 모든 것이 아직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AI가 식물을 대신 키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계의 그 로봇같은 활동은, 식물 성장 효율을 눈부시게 향상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연과의 감정적인 '통함' 잃어가고 있습니다. 기계는 식물을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게 만드는 건, 여전히 인간의 마음이었습니다. 생명은 수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건 자연의 향기와 온기, 기다림과 감정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의 시대에 진짜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기계가 생명을 대신 돌보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 생명을 바라보고, 느끼고, 조금이나마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게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