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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격제 시행 중이지만, 정유사 실적은 왜 이렇게 좋을까요?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5. 22. 06:03

정유사 실적을 볼 때 먼저 봐야 할 구조

정유사는 기본적으로 국내에만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국내 정유사들의 매출 구조를 보면
수출 비중이 60~70% 수준으로 크고,
내수는 30~40% 정도로 추산됩니다.

내수 물량 중에서도 최고가격제가 직접 적용되는
휘발유·경유·등유의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약 15% 전후로 분석됩니다.

이 말은 곧, 최고가격제가 정유사 전체 매출과 이익을
전부 직접 묶는 구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격 규제를 받는 국내 일부 물량보다,
가격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 수출·산업용 물량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분기 실적을 이해할 때는
“국내에서 못 번 돈”보다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어디서 벌었는가”를 같이 봐야 합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로 내수에서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최고가격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출·산업용 물량에서 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여기서 “그럼 정유사는 수출로만 돈을 벌었다”고 단정하면 조금 과한 표현이 됩니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재고평가이익 확대도 함께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 같은 제품으로 팔았을 때
남는 차이를 말하는데, 국제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이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원유와 제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기존에 보유하던 재고의 평가가치가 올라가면서 회계상 이익이 크게 잡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수출만 늘리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럼 정유사는 국내에 덜 팔고 해외에 더 많이 팔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지요.

시장 논리만 보면 그 유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국제가격이 높고 국내는 가격 상한이 걸려 있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출 비중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최고가격제는 단순한 가격 상한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유류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해 정유사의 수출 물량을
전년 같은 기간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월간 국내 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의 9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즉, 정유사가 “국내는 안 팔고 수출만 하겠다”고 마음대로 선택할 수는 없었던 구조였습니다.
국가는 한쪽에서는 가격을 눌러 민생 부담을 낮추려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공급이 줄지 않도록 수출과 반출량까지 함께 관리한 것입니다.

결국 이번 실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유사는 국내 최고가격제 적용 물량에서는 수익성이 제한됐지만,
전체 매출 구조상 비중이 더 큰 수출·산업용 부문에서 이익을 확보했고,
여기에 정제마진과 재고평가이익이 더해지면서 1분기 호실적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정유사는 수출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더 정확하게는 “수출·산업용 중심 구조와 높은 정제마진, 재고평가이익이
함께 작용해 전체 실적이 좋아졌다”고 쓰는 편이 사실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고 나면,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논쟁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정유업계는 내수 규제로 인한 기회손실을 말하고,
정부는 전체 실적과 수출·산업용 이익까지 감안하면
기회이익 전부를 보전할 수는 없다고 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슈를 볼 때, 숫자 하나만 떼어 보는 것보다
구조를 같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기름값이라는 한 가지 숫자 뒤에, 수출, 내수, 공급 의무, 기업 이익,
그리고 물가 안정이라는 서로 다른 논리가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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