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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멈춰 선 서울, 달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사이에서

자연과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는 관찰자 2026. 11. 2. 19:12

11월 첫 일요일, 서울의 도로가 멈췄던 날

11월 1일 일요일 아침, 서울 곳곳의 도로가 한동안 조용히 멈춰 섰어요.
'2026 JTBC 서울마라톤'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이날 대회에는 약 3만 5천 명이 참가했어요.
광화문광장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가는 풀코스,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여의도공원까지 가는 10km 코스가 동시에 운영됐습니다.

세종대로는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차량 통행이 막혔어요.
잠실대교와 올림픽공원 일대는 오후 1시 35분까지 순차적으로 통제됐다고 해요.

시내버스 190개 노선이 우회했고, 우회도로에도 차량이 몰리면서 혼잡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분이면 갈 거리가 40분 걸렸다는 불만도 기사에 소개됐어요.

가족 모임이나 병원, 출근길에 나섰던 분들이라면 꽤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불만은 왜 해마다 되풀이될까요

숫자를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 2025년 서울 마라톤 대회 142회, 전년 120회보다 18.3% 늘어난 것으로 집계.
  • 2025년 11월 9일 하루에만 서울광장, 영등포, 올림픽공원, 여의도공원 등에서 7개 대회 동시 개최.
  • 2025년 마라톤·러닝대회 관련 민원 1,012건, 그중 교통통제 민원 893건(88.2%)임.

교통만 문제였던 건 아니에요.
대회 장소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진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어요.

약 2,800명의 서포터즈 처우를 두고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일요일마다 도로가 막히면 아침 관광객 발길이 줄어든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해요.

러너에게는 1년을 기다린 축제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 누군가에게는 발이 묶인 아침이 되는 셈이죠.

 

"서울시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고백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월 2일 페이스북에 시민들이 겪은 불편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적었어요.
그리고 내년 대회는 코스와 일정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올해 1월 가이드라인으로 출발 시간을 오전 7시 30분 이전으로 당기고, 장소별 참가 인원에도 상한을 뒀어요.

시 후원 대회도 15개에서 7개로 줄였다고 해요.
하프코스 통제 해제 시간 역시 오전 11시 30분에서 10시 30분~11시로 앞당겼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커졌어요.
중앙정부 후원 대회가 지난해 1개에서 올해 23개로 늘면서, 대규모 교통 통제가 올해만 30차례를 넘었다는 설명이에요.

게다가 마라톤 대회는 지자체 허가 대상이 아니고, 도로 통제 권한도 경찰에 있다고 해요.
권한은 흩어져 있는데 불편은 시민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모이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달리면서도 덜 막히는 서울을 위해

이미 시도된 방법 중에는 눈여겨볼 만한 것도 있어요.
서울시의 '쉬엄쉬엄 모닝'은 일부 차로만 쓰는 부분 통제 방식이라, 행사 중에도 반대편 차로로 차가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올해 3월 서울마라톤 때는 서울 전역에 사전 안내 문자를 보냈어요.
버스정류소에는 우회 노선을 확인하는 QR코드도 붙였다고 해요.

서울시의회에서는 주요 상권 영업시간대 통제를 최소화하는 조례안도 발의됐어요.
행사 14일 전까지 주민과 상인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서울시, 경찰, 정부, 주최사가 1년 치 대회 일정을 한자리에서 미리 조율하는 창구가 꼭 필요해 보여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형 대회는 몇 개로 줄이는 건 어떨까요?
나머지는 한강변이나 공원 중심 코스로 나누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당장 이번 달에도 15일 MBN 마라톤이 있고, 하순에는 여의도와 서강대교 일대에서 4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고 해요.
오 시장은 "도로는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어요.

달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더 헤아릴 수 있는 길.
내년에는 정말 그런 해법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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