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날 빙하'가 예상보다 두 배 빨리 녹는다? 남극 스웨이츠 빙하 이야기
남극에는 '종말의 날 빙하'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빙하가 있어요.
바로 서남극의 스웨이츠 빙하입니다.
이 빙하가 2100년까지 바다를 끌어올릴 양이 기존 예측의 두 배일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나왔어요.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이 빙하가 왜 그렇게 주목받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남한의 두 배 가까운 거대한 얼음
스웨이츠 빙하의 유역 면적은 약 19만 2,000㎢예요.
남한 면적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입니다.
바다와 맞닿은 앞면의 폭은 약 120km로, 지구에서 가장 넓은 빙하로 꼽혀요.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약 65cm 오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름의 주인이에요.
빙하 이름은 미국 위스콘신대 지질학자 프레드릭 스웨이츠에게서 따왔는데, 정작 그는 이 빙하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고 해요.
빙하 자체도 1947년 미 해군의 항공 측량에서야 처음 확인됐습니다.
최근 들어 이 빙하가 바다로 내보내는 얼음의 양은 크게 늘었어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1990년 한 해 약 110억 톤이던 것이 2020년 무렵에는 약 880억 톤으로, 여덟 배쯤 불어났습니다.
밀물 때마다 바닷물이 얼음 밑으로
이번 연구는 미국 UC어바인과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이 10월 15일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어요.
핵심은 빙하가 바닥에서 떠오르는 경계, '접지선'을 다시 본 것입니다.
기존 모델은 이 경계를 가는 선처럼 다뤘어요.
그런데 위성 레이더로 살펴보니, 밀물과 썰물에 따라 경계가 몇 km씩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밀물이 들면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 밑으로 수 km나 밀려 들어가요.
그러면 얼음이 아래에서부터 녹고, 빙하를 붙잡아 주던 바닷속 언덕과의 접촉도 느슨해진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반영한 새 모델은 1990년대 이후 실제 변화를 기존 모델보다 훨씬 잘 재현했어요.
그 결과 2100년까지 최대 30mm, 기존 예측의 약 두 배를 보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3cm면 별것 아닐까요?
30mm, 그러니까 3cm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해수면이 1cm 오를 때마다 해안 침수 위험에 놓이는 사람이 약 600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수치는 앞으로 기온이 더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한 값이에요.
연구팀은 이번 세기 안에 빙하가 받침 역할을 하는 해저 능선에서 떨어져 나갈 확률을 약 60%로 봤습니다.
과학자들은 '종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요
의외로 '종말의 날 빙하'는 과학자들이 붙인 이름이 아니에요.
2017년 미국 잡지 롤링스톤의 기사에서 퍼진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스웨이츠 빙하 공동연구단은 이 말이 재앙이 갑자기, 피할 수 없이 온다는 잘못된 인상을 준다며 쓰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실제로 빙하 전체가 무너지려면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빙하를 직접 들여다보고 있어요.
올해 1월 극지연구소가 참여한 한국·영국 공동 연구팀이 빙하에 약 90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아래 바닷물의 수온과 염분을 쟀습니다.
겁을 주는 별명보다, 이렇게 한 뼘씩 쌓여 가는 관측이 더 믿음직하게 느껴져요.
멀리 남극의 얼음 이야기지만, 바닷가 도시에 사는 우리와도 이어진 이야기라는 점을 가끔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