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왜 생길까? 배 속 아기가 보내는 호르몬 신호
임신 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입덧, 영어로는 '모닝 시크니스(morning sickness)'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름과 달리 아침에만 생기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입덧은 왜 생기는지, 최근 연구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 볼게요.

'아침 입덧'은 사실 오해예요
입덧은 임신부의 약 70~80%가 겪는 흔한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요.
보통 임신 4~6주 무렵 시작해 9주 전후에 가장 심하고, 대개 12~16주쯤 누그러집니다.
2000년 캐나다에서 임신부 160명을 추적한 연구가 있어요.
메스꺼움을 겪은 사람 가운데 아침에만 증상이 있었던 경우는 1.8%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하루 중 언제든 메스꺼움을 느꼈다는 뜻이에요.
범인은 아기 쪽에서 오는 호르몬
오랫동안 입덧의 원인은 hCG 같은 임신 호르몬 변화로만 설명됐어요.
그러다 2023년 12월 학술지 Nature에 중요한 연구가 실렸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GDF15'라는 호르몬에 주목했어요.
이 호르몬은 태반의 아기 쪽 조직에서 많이 만들어져 엄마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흥미로운 건 엄마의 '익숙함'이에요.
임신 전 GDF15 수치가 낮았던 사람일수록 입덧이 심할 위험이 컸습니다.
반대로 원래 GDF15가 매우 높은 베타지중해빈혈 여성들은 입덧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직접 겪은 연구자가 찾아낸 답
이 연구 뒤에는 한 과학자의 사연이 있어요.
공동 저자인 말레나 페조 박사는 1999년 임신 중 심한 입덧인 '임신오조'로 몹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의사에게 증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고 해요.
연구비를 받기 어려웠던 그는 유전자 검사 회사 23andMe에 설문 문항 추가를 부탁했어요.
그렇게 모은 자료로 2018년 GDF15 유전자와의 연관성을 처음 보고했습니다.
한편 입덧이 아기를 지키는 장치라는 가설도 있어요.
2000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입덧이 몸속 기관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가장 심하고, 고기나 생선처럼 상하기 쉬운 음식을 꺼리게 만든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가설로 남아 있어요.
힘든 날엔 조금씩, 그리고 혼자 참지 않기
입덧이 있어야 건강한 임신이라는 말도 있지만, 입덧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해요.
입덧 없이도 건강하게 지나가는 임신이 많습니다.
반대로 입덧이 아주 심한 '임신오조'는 임신 100건 중 1~3건 정도로 추정돼요.
임신 초기 입원 이유 가운데 가장 흔하지만, 수액이나 약처럼 도움이 되는 치료가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겪는 거니까" 하며 혼자 견디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NHS는 조금씩 자주 먹기, 크래커처럼 담백한 음식,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기를 권해요.
아래 같은 신호가 있다면 참지 말고 병원에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 24시간 동안 음식이나 물을 전혀 넘기지 못함
- 소변 색이 아주 진하거나 8시간 넘게 소변을 보지 않음
- 일어설 때 심하게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음
-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나고, 피를 토하거나 체중이 줄어듦
입덧은 의지로 버티는 일이 아니에요.
증상이 걱정되거나 일상이 너무 힘들다면, 담당 의사와 편하게 상의해 보세요.
배 속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함께 견뎌 내는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