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눈동자 색은 왜 바뀔까? '모든 아기는 파란 눈으로 태어난다'는 오해와 진짜 이유
갓 태어난 아기 눈을 들여다보다가 눈동자가 조금 회색빛인가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외국 육아 이야기에서는 아기 눈이 파랗다가 갈색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종종 나옵니다.
아기 눈동자 색은 정말 바뀌는 걸까요?
바뀐다면 왜, 또 언제까지일까요?

"아기는 모두 파란 눈으로 태어난다"는 오해
흔히 아기는 다 파란 눈으로 태어난다고들 하지만, 사실과는 조금 달라요.
2016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신생아 192명의 눈을 살펴보니 63%가 갈색 눈이었습니다.
파란 눈은 약 21%, 초록·헤이즐 눈은 약 6%였어요.
파란 눈으로 태어나는 아기는 대부분 백인 아기이고, 아시아계나 아프리카계 아기는 처음부터 갈색 눈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아기들은 서양 아기만큼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처음에는 조금 옅게 보이다가 점점 짙어지기도 해요.
눈 색을 정하는 건 '멜라닌'
눈동자 색은 홍채에 쌓인 멜라닌 색소의 양으로 정해집니다.
피부와 머리카락 색을 내는 바로 그 색소예요.
멜라닌이 많을수록 짙은 갈색으로, 적을수록 옅은 색으로 보입니다.
멜라닌은 멜라닌세포가 만드는데, 이 세포는 태어난 뒤 빛을 받으며 더 활발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갓난아기 때 옅던 눈이 몇 달에 걸쳐 짙어질 수 있습니다.
유모차 산책길의 햇빛이나 실내 조명 같은 평범한 빛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요.
파란 눈에는 파란 색소가 없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반전이 하나 있어요.
파란 눈에는 사실 파란 색소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안과학회에 따르면 파란 눈은 홍채 앞쪽 층에 색소가 거의 없어, 들어온 빛이 흩어지며 파랗게 보이는 거예요.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신생아 눈이 유난히 푸르스름해 보이는 것도 아직 색소가 적어서예요.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이 6,000~1만 년 전 생긴 같은 유전 변이를 물려받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사람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꽤 최근에 나타난 눈 색인 셈입니다.
언제까지 바뀔까요
눈 색 변화는 보통 생후 6개월 안에 가장 많이 일어나고, 대개 돌 무렵이면 자리를 잡아요.
다만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더 바뀌는 아이도 있습니다.
1997년 미국 루이빌 쌍둥이 연구에서는 대부분 여섯 살쯤이면 눈 색이 안정됐어요.
그런데 백인 참가자 일부는 청소년기나 어른이 된 뒤에도 눈 색이 조금씩 변했다고 해요.
이 연구에서는 쌍둥이 어머니들 가운데 9%의 눈 색이 오히려 옅어지기도 했습니다.
눈 색은 여러 유전자가 함께 정하기 때문에, 부모 눈 색만으로 정확히 맞히기도 어렵습니다.
이럴 땐 소아청소년과에 물어보세요
눈 색이 서서히 짙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다만 미국소아과학회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 보이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라고 안내합니다.
- 동공이 하얗거나 회백색으로 보임
- 생후 4개월이 지나도 한쪽 눈이 자주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감
- 눈 충혈이 며칠 넘게 이어지거나 눈곱·진물이 계속 남
양쪽 눈 색이 뚜렷하게 다를 때도 진료를 받아 보라고 권하는 의사들이 있어요.
대부분은 걱정할 일이 아니니, 궁금한 점은 영유아 건강검진 때 편하게 여쭤보시면 좋겠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소아과 교수는 시각이 아기가 태어날 때 가장 덜 발달한 감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눈 색만큼이나 보는 힘도 하루하루 자라는 중인 셈입니다.
오늘 밤 아기 눈을 한 번 더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 작은 홍채 안에서 색이 천천히 자리 잡아 가는 중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