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내렸는데 소비량은 감소? 숫자로 보는 우리 밥상의 변화
쌀값이 내렸는데도 사람들이 쌀을 덜 산다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10월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농업관측 쌀 11월호'에 바로 이런 숫자가 담겼어요.
우리 밥상에서 쌀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숫자로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값은 내렸는데 판매는 10% 줄었어요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점 쌀 판매량은 약 3만 5,000t이었어요.
1년 전 같은 달보다 10.4% 줄어든 양입니다.
줄어든 곳은 가게만이 아니에요.
8월 가정의 쌀 소비량은 5.7%, 식당과 급식업체가 사들인 양은 6.8% 줄었습니다.
그사이 이달 쌀 소매가격은 20kg에 6만 3,577원으로 3.8% 내렸어요.
농경연은 지난해 쌀 재고가 넉넉하고, 집과 식당의 수요가 함께 줄어든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 벼가 늘어 시장에 풀린 쌀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고 해요.
눈에 띄는 예외도 하나 있었어요.
식당 업종 대부분에서 쌀 구매가 줄었는데, '김밥 및 기타 간이 음식점'만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쌀값이 계속 내려간다고 보긴 어려워요.
농경연은 올해 쌀 생산량이 줄 것으로 보고, 10~12월 산지 쌀값이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론 작황과 정부의 수급 조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55년 만에 절반도 안 남은 밥그릇
길게 보면 변화가 더 뚜렷해요.
1970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136.4kg으로, 통계상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53.9kg까지 내려왔어요.
1962년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적은 양이고, 하루로 따지면 147.7g으로 처음 150g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밥 한 공기에 쌀 100~120g이 들어간다고 보면, 하루 한 공기 남짓인 셈이에요.
감소 폭도 커지고 있는데, 2024년 1.1%였던 감소율이 지난해 3.4%로 늘었습니다.
쌀을 아끼라던 시절도 있었어요
지금과는 정반대였던 때도 있어요.
1960~70년대 정부는 쌀이 모자라 '혼분식 장려운동'을 벌였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무미일(無米日)'이라 해서, 낮 시간 식당에서 쌀 음식 판매를 막았어요.
1970년대 초에는 학교에서 도시락 검사를 해, 잡곡이 30% 넘게 섞이지 않으면 먹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1971년에는 주부들이 모여 집에서도 밥에 잡곡을 15% 넘게 섞자고 결의하기도 했어요.
이 운동은 쌀 자급을 이룬 뒤인 1977년에야 풀렸어요.
부모님 세대가 기억하는 보리밥 도시락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죠.
밥 대신 고기, 그리고 떡볶이
그럼 그 쌀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우선 고기가 자리를 넓혔어요.
농경연 자료로는 2021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60.6kg으로 쌀(56.4kg)을 2년 연속 앞질렀습니다.
쌀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지난해 식품 공장에서 쓴 쌀은 6.7% 늘었고, 떡류 제조업은 32.1%나 늘었습니다.
K푸드 수출과 떡볶이, 냉동 김밥 같은 가공식품이 쌀을 새로 쓰고 있는 셈이에요.
정부는 대학생과 산업단지 근로자에게 우리 쌀 아침밥을 1,000원에 주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이어 가고 있어요.
밥그릇은 작아졌지만, 쌀이 우리 식탁에 찾아오는 모양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