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로 정유사는 얼마나 손해볼까, 기회손실과 1분기 실적 정리
“정유사는 원래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최고가격제 때문에 덜 받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면 아주 단순한 산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만약 원래 ℓ당 3,000원에 팔 수 있었는데,
정책 때문에 더 낮은 가격에 팔았다면
그 차이만큼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1. ‘기회손실비용’은 어떤 뜻일까요
정유사가 원래는 국제가격이나 자유시장 가격에 맞춰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는데,
최고가격제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면서 그 차이만큼의 이익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기회비용, 또는 기회손실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정유업계도 국내 규제로 인해 수출이나 자유판매에서 벌 수 있었던 이익을
놓쳤다는 논리로 손실 규모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핵심 공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론상 받을 수 있었던 가격 - 실제로 받은 가격’에 판매 물량을 곱하면,
대략적인 기회손실 규모가 계산되는 구조입니다.
2. 언론과 업계가 말하는 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최근 보도들을 보면, 정유업계가 주장하는 손실 규모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최고가격제 시행 한 달 반 동안 국내 정유 4사가 입은 기회손실이
약 3조원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다른 기사들에서는 3조5천억원에서 4조원 안팎까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후 한 달 동안 정유 4사의 매출 손실이
약 1조2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보도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른 이유는 계산 기간과 기준 가격,
그리고 매출 손실로 볼지 이익 손실로 볼지에 따라 전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큰 흐름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정유사들이 1~2개월 사이에
추가로 3조원 안팎의 이익 또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입니다.
3. 정말로 ‘원래 가격 - 실제 가격’만 보면 될까요
질문 주신 것처럼, 가장 직관적인 계산은 바로 이것입니다.
원래 ℓ당 얼마에 팔 수 있었는지, 그런데 실제로는 얼마에 팔았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약 정유사가 국제 제품 가격과 시장 상황을 반영했을 때 휘발유를 ℓ당 2,000원에 팔 수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최고가격제 때문에 실제 국내 공급 상한이 ℓ당 1,900원으로 묶여 있었다면,
이 경우 정유사는 ℓ당 100원의 기회손실을 보는 셈입니다.
여기에 판매 물량이 10억 ℓ라면, 단순 계산으로는 1,000억원의 기회손실이 생기는 구조가 됩니다.
언론과 업계가 말하는 ‘수조원대 손실’도 결국은 이런 식의 계산 틀 위에 서 있습니다.
국제 제품 가격이나 수출 가능 가격과 국내 최고가격제 상한 간 차이에
실제 판매 물량을 곱해서, 이론상 놓친 이익을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4. 그런데 왜 정확한 계산은 어렵다고 할까요
정부는 현 시점에서 정유사의 손실보전액을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다고 공식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한 뒤 이를 정제해 여러 제품으로 나누어 판매하고,
국내 판매와 수출, 장기계약과 현물거래, 재고평가와 환율 효과가 한꺼번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정확히 얼마에 팔았어야 하는 가격”을 단일 숫자로 딱 잘라 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가격 차이 같지만, 실제 회계와 원가 구조 안에서는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5. 정부는 어떤 손실만 인정하려고 할까요
정부 입장은 정유업계 주장과 조금 다릅니다.
핵심은 실제 원가 상승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보전할 수 있지만,
수출을 통해 더 벌 수 있었던 ‘기회이익 상실’까지 모두 보전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산업통상부 설명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 상승처럼
실제 원가가 오른 부분은 반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상의 이익은 보전 기준에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즉, 정유업계가 말하는 손실과 정부가 말하는 손실은 같은 단어를 쓰지만 서로 다른 개념에 가깝습니다.
업계는 놓친 이익까지 포함한 기회손실을 말하고,
정부는 실제 비용과 적정 이익 수준만 인정하려는 쪽입니다.
6. 2026년 1분기 정유사 실적은 왜 또 좋게 나왔을까요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이 가장 헷갈려하시는 지점입니다.
손실이 그렇게 크다는데, 왜 정유사 1분기 실적은 오히려 좋게 나왔느냐는 질문이지요.
실제로 최근 보도들을 보면, 국내 정유 4사의 2026년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6조원대에 이릅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착시 실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업계 입장에서는 동시에 “최고가격제만 없었어도 더 벌 수 있었다”라고 주장합니다.
7. 결국 손실이 있는 건가요, 아닌 건가요
정리해 보면, 둘 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실제 장부상 영업이익은 좋게 나왔지만, 자유로운 시장 가격으로 판매했다면
더 벌 수 있었던 이익을 놓쳤다는 의미에서는 기회손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상황에서,
그 초과 기대이익까지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은 정당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논쟁은 손실의 유무보다는, 어디까지를 공적 보전의 범위로 볼 것인가에 더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