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부터 지렁이까지, 심장이 여러 개인 동물들의 신비로운 진화
살면서 ‘심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보통 가슴 왼쪽에 하나만 쿵쾅거리며 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을 포함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척추동물들은 대부분 심장이 딱 하나뿐이니까요.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 바닷속이나 땅속을 들여다보면 심장이 한 개가 아닌 생명체들이 아주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장이 2개, 3개, 혹은 그 이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의 진화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하나 이상의 심장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해 나가는 특별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1. 바다의 지능꾼 문어와 오징어, 산소를 운반하는 3개의 심장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은 역시 바다에 사는 문어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 생물들입니다.
문어는 실제로 몸속에 3개의 심장을 가지고 바닷속을 누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피를 보내주는 중앙의 체심장 1개와, 아가미 쪽으로 피를 강하게 밀어주는 아가미 심장 2개로 나누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문어가 이렇게 심장을 3개나 갖게 된 이유는 혈액의 특성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문어의 피는 사람처럼 붉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을 띠고 있는데요.
철분 대신 구리가 들어 있는 ‘헤모시아닌’이라는 단백질이 산소를 운반하다 보니, 붉은 피의 헤모글로빈보다 산소 운반 효율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래서 부족한 산소를 온몸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3개의 심장이 부지런히 펌프질을 해주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문어가 헤엄을 칠 때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메인 심장이 잠시 멈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문어는 헤엄쳐 다니는 것보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신체적 특성을 알고 나니 바닷속을 기어 다니는 문어의 모습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 깊은 바다 밑바닥의 생존왕, 4개의 심장을 가진 먹장어
우리가 흔히 '꼼장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게 부르는 먹장어도 아주 독특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먹장어는 몸속에 무려 4개의 심장을 보유하고 살아가는 놀라운 생물입니다.
아가미 근처에 위치한 메인 심장 1개가 전신으로 피를 보내주면, 간과 꼬리, 지느러미 부근에 있는 3개의 보조 심장이 피가 막히지 않도록 계속해서 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먹장어가 이렇게 여러 개의 심장을 진화시킨 이유는 그들이 살아가는 서식 환경 때문입니다.
먹장어는 산소가 극도로 부족한 깊은 바다 밑바닥이나, 다른 동물의 사체 내부로 파고들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소가 희박한 악조건 속에서도 혈액 순환이 멈추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 전달되도록 4개의 심장이 각 구역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먹장어만의 생존 전략이 참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3. 땅속을 개간하는 파수꾼, 5쌍의 의심장을 가진 지렁이
비가 온 뒤 길가나 흙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렁이의 생존 방식도 만만치 않게 흥미롭습니다.
지렁이는 인간처럼 완벽한 형태의 단일 심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심장과 똑같은 펌프 역할을 하는 '대동맥 호'라는 기관을 무려 5쌍(총 10개)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진짜 심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의심장(Pseudohear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렁이의 길쭉한 몸통을 따라 배치된 이 10개의 대동맥 호는 등쪽 혈관과 배쪽 혈관을 이어주며, 스스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피를 강하게 밀어냅니다.
뼈나 복잡한 장기가 없는 길다란 관 형태의 몸통 전체에 산소와 영양분을 골고루 전달하기 위해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발밑의 자그마한 지렁이 몸속에서 10개의 펌프가 쉼 없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땅속 생태계가 한층 더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4. 혈관 전체가 펌프질을 하는 신비로운 생물, 창고기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바닷속 '창고기'라는 작은 생물은 아예 명확한 형태의 단일 심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주요 혈관 전체가 스스로 수축할 수 있는 특별한 근육층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혈관 곳곳에 위치한 100여 개가 넘는 작은 구역들이 개별적으로 펌프질을 하며 몸 전체의 혈액을 순환시킵니다.
하나의 커다란 중앙 심장을 두는 대신, 수백 개의 미니 심장을 몸 전체 혈관에 나누어 배치한 셈입니다.
단 하나의 장기에 의존하지 않고 혈관 전체를 심장처럼 활용하는 방식 역시 자연이 만들어낸 놀라운 진화의 결과물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자연 속 다양한 생명체들을 관찰하다 보면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적응해 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정교한 심장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몸도 신비롭지만, 각자의 환경에 맞게 심장의 개수를 늘리거나 혈관 구조를 바꾼 이들의 삶도 참 경이롭습니다.
가끔은 우리와 전혀 다른 구조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도 참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나누어드린 다중 심장 생물들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소소한 흥미와 즐거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