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목은 왜 생겼을까요? 고개를 돌리려던 게 아니었다는 최신 연구 발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일, 너무 당연해서 따로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으실 거예요.
그런데 물고기에게는 사실 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은 언제, 왜 목을 갖게 되었을까요?
이달 14일 학술지 Nature에 이 질문을 다시 들여다본 연구가 실렸어요.
결론이 꽤 뜻밖이라, 지금까지 알려진 이야기와 함께 차근차근 정리해 볼게요.

물고기는 머리와 어깨가 붙어 있어요
물고기의 몸을 떠올려 보면, 머리가 끝나는 곳에서 바로 몸통이 시작되죠.
대부분의 물고기는 어깨뼈에 해당하는 뼈대가 머리뼈와 이어져 있어서, 머리만 따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연결이 끊어진 대표적인 동물이 '틱타알릭'이에요.
약 3억 7,500만 년 전 살았던 이 생물의 화석은 캐나다 북극권의 엘즈미어섬에서 발견됐습니다.
2006년 Nature 표지에 실리며 물고기와 네발동물 사이를 잇는 생물로 크게 알려졌어요.
틱타알릭은 비늘과 지느러미를 가졌지만, 머리와 어깨 사이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을 가진 가장 이른 시기의 동물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당시에는 이 덕분에 머리를 몸과 따로 움직일 수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물가에서 먹이를 노리며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 상상만 해도 그럴듯하지요.
목이 생기면서 머리가 자유로워졌고, 그것이 육지로 올라오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는 가설은 수십 년 동안 꽤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었어요.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오래된 설명을 실제 수치로 확인해 보려 한 시도입니다.
철갑상어로 옛 동물의 목을 재 봤어요
문제는 화석에 근육이나 연골 같은 부드러운 조직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뼈 모양만 보고 목이 얼마나 잘 움직였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데이나 코나이젤 박사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살아 있는 물고기를 빌려 오기로 했어요.
바로 북미의 '레이크 스터전', 철갑상어의 한 종류입니다.
철갑상어는 척추 속에 '척삭'이라는 부드러운 막대가 평생 남아 있어서, 초기 네발동물과 척추 구조가 닮았다고 해요.
연구진은 철갑상어 척추가 옆으로, 위로, 비틀어질 때 얼마나 버티는지 측정했습니다.
척삭만 따로 떼면 잘 휘었지만, 척추 전체는 훨씬 뻣뻣했다고 해요.
이 값을 틱타알릭을 비롯한 초기 동물 6종의 화석 골격에 적용해 목의 움직임을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뻣뻣한 목'이었어요
틱타알릭은 머리를 옆으로 약 5.5도, 위로 약 2.25도 정도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으로 계산됐어요.
고개를 돌린다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작은 각도입니다.
머리를 드는 정도는 물고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었다고 해요.
고개를 좌우로 젓는 것 같은 비틀기 동작은 6종 모두에게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외는 약 3억 4천만 년 전 살았던 '와치에리아'였어요.
목이 유난히 길었던 이 동물은 옆으로 약 32도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머리와 어깨는 왜 떨어졌을까요?
연구진은 앞지느러미, 그러니까 훗날 앞다리가 되는 부분의 쓰임이 바뀌면서 어깨 구조가 달라진 결과일 가능성을 제시했어요.
목은 '고개를 돌리려고' 생긴 게 아니라, 앞다리로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덤처럼 생겼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초기 네발동물의 척추가 생각보다 뻣뻣했다는 점은 이번 측정으로 꽤 설득력 있게 보여졌어요.
다만 연구진도 한계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 계산은 척추만 기준으로 함. 근육, 피부, 갈비뼈가 더해지면 실제 움직임은 더 작았을 수 있음.
- 철갑상어는 이 동물들의 직접 조상이 아님. 척추 구조가 닮은 '모델'로 쓴 것임.
- 어깨 변화가 목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기능적 해석임. 진화 과정을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님.
목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다른 연구도 이어지고 있어요.
2024년 말 Nature Communications에는 물고기가 원래 갖고 있던 근육이 육지에서 숨쉬기와 먹기에 맞게 다시 쓰이며 목 근육이 됐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목이 없는 어린 제브라피시도 몸통을 굽혀 머리를 수평으로 지킨다는 일본 연구도 올해 발표됐어요.
결국 우리가 자유롭게 고개를 돌리게 된 건 훨씬 뒤의 일로 보입니다.
사람과 기린이 똑같이 목뼈 7개를 가졌고, 올빼미는 머리를 270도까지 돌린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사이에 정말 긴 시간이 흘렀겠지요.
오늘 무심코 뒤를 돌아볼 때, 3억 년 넘게 이어진 이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