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성씨’라는 소문, "천방지축마골피"의 숨겨진 의미와 진실
“천방지축마골피”는 실제 사전적인 고사성어라기보다는, 근대 이후 생겨난 속설과 도시전설이 뒤엉켜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그래서 뜻과 어원, 쓰임을 알고 나면 오히려 사람과 언어, 그리고 편견의 역사를 돌아보게 되는 재미있는 말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주문 같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아이를 부르는 말 같기도 하실 수 있습니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면 리듬감이 꽤 경쾌하게 느껴지는데, 이 묘한 소리 덕분에 어린 시절 어른들 입에서 장난처럼 흘러나오던 말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다 하더라고요.

1. 귀에 쏙 박히는 이상한 말, 천방지축마골피
천방지축마골피는 한자로 적으면 보통 다음과 같은 구조로 쓰입니다.
천(天), 방(方), 지(地), 축 또는 추(丑, 竺 등), 마(馬), 골(骨), 피(皮).
이렇게 나열해 보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소리만 놓고 보면 꽤 리듬감 있는 나열입니다. 그래서 별 뜻을 모르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말로 전해지곤 했던 것 같습니다.
2. 사전 속 천방지축, 속설 속 마골피
먼저 “천방지축”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는 우리의 고유한 표현입니다. “몹시 급하여 이리저리 함부로 날뜀”, “종잡지 못하게 덤벙거림” 정도로 풀이되고 있어서, 대체로 허둥대고 정신없이 날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도 글자들은 나름의 이미지를 품고 있습니다. 천방(天方)은 하늘의 방위, 사방팔방을 떠올리게 하고, 지축(地軸)은 땅의 축, 방향과 중심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천방지축이라는 말은 결국 하늘로 갔다 땅으로 갔다, 사방으로 튀어다니며 갈팡질팡하는 모양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마골피”는 사전에 정식으로 올라 있는 단어라기보다는, 속어와 속설 속에서 의미가 부여된 말입니다. 대표적인 해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말 마(馬), 뼈 골(骨), 가죽 피(皮)를 그대로 받아들여 “말 뼈다귀 같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쪽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어디서 굴러들어온 개뼈다귀” 같은 비하 표현과 연결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구”, “골피”를 어근처럼 보고, 아이들이 제멋대로 마구잡이로 구는 행동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풀이하는 설명입니다. 이 해석에서는 천방지축 마골피 전체를,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어른 말은 잘 듣지 않는 아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설명들이 고전 문헌보다는 구전 설화와 인터넷 속 해설을 통해 계속 덧붙여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딱 떨어지는 정답이라기보다는, 여러 해석이 공존하는 말로 남아 있습니다.
3. ‘천한 성씨’ 이야기와 일제 시대의 그림자
많은 분들이 “천방지축마골피”를, 이른바 ‘천한 성씨’ 일곱 개를 묶어 부르던 말로 알고 계시기도 합니다. 속설에서는 각 글자가 특정 직업과 연결되는데, 천은 무당, 방은 목수, 지는 지관, 축은 소백정, 마는 말백정, 골은 뼈백정, 피는 가죽백정이라는 식으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이 직업들을 모두 험한 일로 묶어, 여기에 해당하는 성씨를 “천민 성씨”라고 부르며 사람을 가르는 이야기들이 인터넷과 구전 속에 퍼져 왔습니다.
하지만 성씨 연구자들과 문헌들을 차분히 살펴보면, 이 주장에는 꽤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선 시대 천민에게는 애초에 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실제 조사된 성씨 목록에는 축씨와 골씨 같은 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희귀 성씨로 거론되는 천씨, 방씨, 피씨 등은 오히려 중국이나 고려 계통의 명문 가문과 연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천한 성씨”라는 이미지와 현실이 어긋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언론과 연구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천방지축마골피를 조선 시대의 사실이라기보다는 근대 이후 만들어진 도시전설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부 글에서는, 근대화와 일제 강점기 시기, 식민지 정책과 맞물려 우리 민족 내부의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기 위해 이런 말을 의도적으로 퍼뜨렸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정확한 출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천방지축마골피 = 천한 성씨”라는 인식이 역사적 근거 없이 사람들 입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4. 그래서,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지금 우리가 비교적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층위를 정리해 보면, 언어적인 뜻과 사회·문화적인 맥락이라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언어적인 뜻으로는, 천방지축이 너무 급하고 허둥대서 방향 감각 없이 이리저리 날뛰는 모양을 가리킨다는 점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여기에 말 뼈다귀 같은 이미지, 혹은 제멋대로인 행동을 강조하는 마골피가 붙으면서, 전체적으로는 근본 없이 허둥지둥 날뛰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나 행동을 비유하는 비속어에 가까운 뉘앙스를 가지게 됩니다.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는, 직업과 성씨를 이유로 사람을 나누고 멸시하던 역사적 차별의 흔적이 이 표현을 둘러싸고 함께 이야기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천방지축마골피”라는 말 자체는, 그 편견을 둘러싼 이야기가 과장되고 각색된 형태로 뒤늦게 만들어진 낭설에 가깝다는 점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누군가를 향해 이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것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서 차별과 비하의 그림자를 함께 불러올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말은 재미있는데 실제로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언어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5. 일상에서 활용해 보기
그렇다면 이 표현을 알고 나서,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저는 먼저 언어의 리듬을 즐기는 쪽으로 가볍게 풀어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천방지축마골피라는 원 표현 대신,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아이들”처럼 비교적 중립적인 이미지로 변주해 사용하면, 말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불필요한 비하는 피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편견을 되짚는 인문학 소재로 삼는 방식입니다. 천방지축마골피라는 단어 하나를 계기로, 조선 시대의 신분제와 직업 차별, 일제 강점기의 분열 정책, 그리고 인터넷 속 가짜 정보와 도시전설까지 함께 짚어보는 글을 써보면, 언어와 역사, 사회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천과 방, 지, 축, 마, 골, 피라는 글자 안에는 말과 소, 뼈와 가죽 같은 동물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여기서 축산업과 도축 현장, 동물복지와 환경 문제 같은 주제로 이어지면서,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하던 사람들을 천대했지만 지금 우리는 동물과 환경,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속고, 또 사람이 바꿔가는 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천방지축마골피라는 표현은 그 자체보다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들에서 더 큰 의미를 얻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언어를 통해 편견을 들여다보고, 또 언어를 통해 그 편견을 조금씩 비워내는 과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낯선 표현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6. 마무리하며
한 번쯤은 들어봤지만 정확한 뜻은 잘 몰랐던 말, 천방지축마골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어 하나에도 사회와 역사, 사람들의 시선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이 표현을 만나게 되신다면, 단순히 “천한 성씨”라는 설명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 편견과 낭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어떤 언어를 선택해서 쓰고 싶은지까지 함께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말은 입에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생각 속에서는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